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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12 03:28 수정 : 2018.02.04 22:21

한주훈씨가 자신의 요가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전 세계 손꼽히는 요가 고수 한주훈씨

8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한 몸동작
초1년 때 자퇴하고 싶을 만큼 푹 빠져

10살 때 아버지가 일본에서 사다준 책
그 속의 동작 사진이 똑같았다
 
고1 입학하자마자 학교 그만 두고
생계 위해 닭 키우며 혼자 익혀
침술도 독학해 혈자리 금방 훤해

26살 때 인도에 가서 5년 동안 만행
요가 배운 게 아니라 되레 가르쳐

“육체는 거친 물질이라 거칠게 다루고
마음은 미세하게 의식은 섬세하게
신성 깨달으려면 고통과 아픔 동반해야”

한주훈씨가 자신의 요가 인생을 이야기 하고 있다.

“괴각이지요. 괴상한 깨달음. 하하하.”

웃음소리가 맑고 깨끗하다. 꽁지 머리에 짙은 눈썹, 부리부리한 눈초리, 선명한 콧날, 자연스럽게 자란 긴 수염. 목소리도 우렁차다. 그는 전설적인 ‘요기’이다. 육체와 정신의 속박으로부터 해탈한 요가의 달인. 지난 50년간 제주에서만 요가를 수련하고, 지도해온 하타요가의 세계적인 지도자 한주훈(58)씨가 스스로를 크게 낮추며 호탕하게 웃는다. 수많은 요가 제자를 키우면서도 제주를 떠난 일 없다. 새벽 5시 반, 오전 10시, 오후 6시 반 하루 세 차례, 그는 제주 시내 자신의 요가센터에서 제자들에게 부드럽고 때로는 단호한 호령으로 요가를 지도해 왔다. 간판도 없는 허름한 건물의 2층이 그의 도장이다. 수만명이 그를 스승으로 삼고, 고행의 길을 따랐다. 최근엔 가수 효리의 요가 선생으로 유명세를 탔다.

한씨는 한 번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시기가 됐을까? 몇 번의 거절 끝에 허락했다. 힘든 동작을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버텨야 하는 하타요가의 수련을 며칠간 버틴 정성이 닿았기 때문일지도….

가수 효리의 요가 선생...언론 인터뷰 처음

물구나무서서 두 다리를 뒤로 보내 발바닥으로 머리를 덮는 드위파다비파리티단다 아사나

그는 인도를 포함해 하타요가의 고난도 동작을 해내는 요기로 전 세계에서 손꼽힌다. 엎드려 상체를 들어올려 허리를 뒤로 제쳐, 정수리나 머리 앞에 발바닥을 붙이는 자세(라쟈카포타 아사나)는 서커스의 어린 소녀나 할 수 있는 동작이나, 그에겐 일상적인 자세이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요가 스승이 없다고 했다. “누구에게 요가를 배웠나요?” “아무에게도 배우지 않았어요. 전생에 히말라야 산중에서 요가를 수련했어요. 전생의 습관이 잠재의식에 있다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어요.” 전생, 윤회라는 개념으로 ‘태생적 몸동작’을 설명했다. 그는 8살 때부터 요가 동작을 했다고 한다. 제주가 고향인 그는 경찰관인 아버지의 4남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학교가 싫었다. 요가인 줄도 모르고 하는 몸동작이 좋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겠다고 말했다가 담임 선생님에게 혼났다. 명문 오현중학교를 다니고, 오현고에 입학했으나 20일 만에 그만두었다. “이런 공부는 배울 필요가 없다고 느꼈어요.” 그는 요가를 하면서 몸 안에 강력한 전기가 발생하기도 하고, 삼매 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정신과 육신을 사로잡은 몸동작이 요가라는 것을 10살 때 알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본에 갔다 오면서 일본어로 된 요가 책을 사왔는데, 그 책에 실린 동작 사진이 자신이 하는 동작과 같았다고 한다. 그때 국내에는 요가가 소개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씨는 생계를 위해 닭을 키우며 요가를 혼자 익혔다. 화교가 보여준 침술 책을 보고, 혼자 침을 익혔다. 온몸의 혈자리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눈에도 침을 놓을 정도였다고 한다. 동네 할머니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동네 명의로 이름을 날리면서 요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머리와 허리의 회전이 큰 파리브리타자누시르사 아사나

“인도에 가서 요가를 배운 일은 없나요?” “26살 때 인도에 가서 5년간 만행을 했어요. 마음 깊은 곳에서 인도에 가보라는 울림이 일었어요. 인도에 머무르는 동안 요가를 배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럽인 3천명에게 요가를 가르쳤어요. 전생의 생생한 기억을 찾기도 했어요.” 그가 말하는 그의 전생은 도대체 뭘까? 티베트 불교의 달라이 라마의 전생 이야기처럼 일반인이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겠지만 그의 ‘과거’는 이렇다.

그는 전생에 티베트에서 요가 수행을 했다고 했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 랴오닝성(요령성)으로 옮겨 차 장사를 하며 살았다고 한다. 1950년대에 중국 공산당을 피해 배를 타고 서해안으로 떠돌다가 제주에 정착해 7년 살다가 사망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태어났다고 한다.

성으로부터의 해탈 특별히 강조

하타요가 시범 보이는 한주훈씨. 다리를 앞뒤로 뻗소 상체를 뒤로 젖히는 발?U킬야 아사나

한씨는 특히 성으로부터 해탈을 강조한다. “윤회는 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이 어머니 자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반복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요가의 목적은 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하타요가는 인간 꼬리뼈에 잠재된 에너지를 각성시켜 척추를 따라 상승시킨다. 쿤달리니라는 뱀의 모양으로 에너지가 멈추는 차크라를 일깨운다.

결가부좌 30분 고요한 ‘부동’

엎드린 자세로 두 발을 허공에 들어 지탱하는 에카파다코운딘야 아사나

“육체는 거친 물질이라 거칠게 다뤄야 합니다. 마음은 미세한 물질이라 미세하게, 의식은 섬세한 물질이라 섬세하게 다뤄야 합니다. 근육 속에 숨어 있는 신성을 깨달으려면 고통과 아픔이 동반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거친 물질인 육체도 조절하지 못하면서 어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나 의식을 조절할 수 있나요?”

그는 제자들에게 ‘연금술사’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사나(요가의 몸동작)로 몸을 변화시키고, 명상으로 마음을 변화시키는 스스로의 연금술사가 돼야 합니다.”

그는 ‘부동’을 강조했다. 한 동작을 오래 지속하는 것이다. 두 발을 무릎 위에 겹친 채 호흡하는 결가부좌를 제자들에게 30분 시킨다. 시간이 흐르지만 도장 안에는 신음소리 하나 나지 않는다. 마치 부처의 모습처럼 제자들은 적막 그 자체로 고통의 시간을 견딘다.

글 제주/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사진 한주훈 요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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