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7 22:37
수정 : 2017.10.17 22:37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 ‘2016년 건강보험통계연보’ 발간
2016년 건보 진료비 증가폭은 최근 6%대보다 2배 가량인 11.4%
4대중증질환 보장비율 확대로 예상된 증가폭인 8~9%보다 더 높아
“2015년 메르스 유행으로 병원 덜 간 현상이 이제 나타난 것”
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2016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는 약 64조5800억원으로 2015년 57조9500억원에 견줘 11.4% 가량 늘었다. 이 증가폭은 약값을 크게 낮춰 전체 진료비 증가폭이 이전해에 견줘 3%대를 기록한 2012년을 제외하면 2011년 이후 약 6% 증가한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예외적인 증가폭과 관련해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진료비 증가폭이 더 커져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 건강보험 보장비율이 크게 확대되기는 하겠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큰 적자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크게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대 들어 보기 힘들었던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폭인 11.4%의 진실은 무엇일까?
11.4%의 증가폭에는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해 오던 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 비율 확대 정책이 박근혜 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으로 커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폭은 2013년 5.9%였지만,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정책이 시행되기 시작한 2014년에는 9.4%로 크게 높아졌으며, 비급여가 더 크게 줄어들기 시작한 2015년에는 10.6%, 지난해 13.1%로 상승했다. 2014년부터는 전체 진료비 증가폭보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가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2015년부터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 비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가 해마다 8~9%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망치보다 2.4~3.4%포인트 가량 높은 11.4%는 어떻게 나왔을까? 이에 대해서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사태에 따른 병원 이용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15년부터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 비율 확대 정책이 본격 시행됐지만 2015년 4대 중증질환 진료비는 이전해 증가폭에 견줘 1.2%포인트, 전체 진료비는 0.1%포인트만 늘었을 뿐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메르스 유행으로 예정된 수술이나 검사도 미루는 등 병원 방문이 크게 줄었다”며 “실제로 2015년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증가율이 6.7%지만, 메르스 유행 영향을 적게 받은 상반기에는 8.5%로 높았다가 하반기에는 5%로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부터 건강보험 진료비가 8~9%는 늘어나야 했지만 메르스 영향으로 6% 증가폭을 보였기 때문에, 2016년에 증가폭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는 설명인 셈이다.
11.4%가 예외적인 상승폭이라는 설명이지만,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는 ‘문재인 케어’ 등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앞으로도 정부의 전망치인 8~9%보다 더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빠르게 늘고 있는 노인의료비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과도한 의료이용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가벼운 질환자가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을 찾아 진료비가 더 커지는 문제를 막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며, 지나치게 높은 약값 및 치료재료 가격을 적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가에 견줘 낮은 건강보험 보장 비율로 건강보험료보다 3~4배 가량 더 내는 민간의료보험 문제도 개선해야 하며, 근본적으로는 정부나 기업이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더 하거나 건강보험료를 올려 건강보험 보장 비율을 크게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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