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의 건강이야기] 탈모에 대한 오해와 진실
모발 건강 도와줄 수 있지만
탈모 치료엔 의학적 근거 없어 모자·염색·파마·산성비 탓 빠진다?
속설일 뿐…‘격세유전’도 입증 안돼
여성 탈모는 남성과 진행유형 달라 피부과 전문의 치료로 개선 될 수 있어
먹는 약은 3개월 이상 먹어야 효과 ■ 두피 마사지기가 탈모 치료? 빗으로 머리를 두드리거나 지긋이 눌러주면 탈모가 치료될 수 있다는 광고가 있다. 두피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이 잘 되면 머리카락에 더 많은 영양분이 전달돼 탈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관련 전문의들은 두피 마사지를 통해 혈액순환이 잘 된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행위가 탈모 치료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의학적으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상준 강남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은 “두피를 두드리는 것은 일시적으로 두피의 혈관을 자극해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되나, 두피 마사지로 탈모가 치료된다는 말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뾰족한 빗이나 손톱 등으로 두피를 두드리면 약한 두피에 상처가 생기면서 염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두피 마사지를 하려면 뾰족한 손톱이나 빗, 기구 등이 아닌 손가락 끝의 지문 부위로 부드럽게 눌러줘야 한다. 두피 마사지와 함께 많이 알려진 것이 샴푸를 잘 쓰면 탈모가 낫는다는 것이다. 탈모 치료에 쓰이는 샴푸는 모발에 영양을 공급하거나 머리의 피부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는 한다. 평소 머리의 피부에 침투한 세균으로 피부 질환이 생겨 머리카락이 빠진 경우에는, 샴푸 사용으로 두피 위생이 개선돼 빠진 머리카락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탈모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애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발모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탈모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면 머리를 감은 뒤, 깨끗이 말려 두피를 청결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를 너무 자주 감으면 탈모가 악화된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은 이미 수명이 다해 정상적으로 빠지는 것이다. 탈모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하루에 50~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지며, 머리를 자주 감지 않으면 두피가 더러워지고 기름기가 많이 생겨 되레 탈모가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 모자 쓰면 머리카락이 빠진다? 모자가 머리를 꽉 조여 혈액순환을 막을 정도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모자를 쓰는 것이 탈모를 유발하지는 않는다. 모자는 두피에 이로운 구실을 하는데, 자외선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해주는 장점이 있다. 다만 느슨하게 쓰는 것이 좋고,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는 통기가 잘 되는 재질의 모자를 선택해야 한다. 너무 오래 모자를 쓰면 두피에 땀이 차거나 두피의 온도가 높아져 두피에서 번식하는 세균이 많아질 수는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잦은 염색이나 파마가 탈모를 일으킨다는 말도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염색이나 파마를 하면 머리카락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켜 머리결을 상하게 하거나 일시적으로 두피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이런 증상으로 탈모가 유발되지는 않는다. ■ 검은색 음식이 탈모를 치료? 검은 콩 등 검은색 음식을 많이 먹으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결론부터 설명하면, 두피와 모발 건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콩에는 이소플라보노이드나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들 성분이 두피와 모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생긴 탈모를 치료해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검은 콩만 믿고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검은색이 들어갔다가 해서 검은색 음식이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막거나 탈모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속설일 뿐이다. 산성비를 맞으면 탈모가 생긴다는 말 마찬가지다. 의학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PH 5.6 이하를 산성비로 보는데, 산성비의 PH 농도는 일반 샴푸보다 약하다. 이 때문에 산성비로 탈모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산성비보다는 빗물에 포함된 미세먼지 등 각종 유해 물질이 두피를 자극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 ■ 탈모는 남성의 전유물? 탈모 하면 대개 남성을 떠올린다.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영향으로 탈모가 생기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여긴다. 하지만 안드로겐은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한테도 난소와 부신 등에서 분비된다. 그 농도는 남성의 핏속 농도의 절반 정도에 이른다. 이 때문에 여성한테도 탈모가 생길 수 있다. 다만 그 양상이 남성과는 다르다. 남성의 경우 앞머리 혹은 정수리 쪽에서부터 탈모가 시작되는 반면, 여성은 앞머리 이마선은 유지되면서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적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남성들은 앞머리와 정수리에서 집중적으로 머리카락이 빠져 두드러지나, 여성들은 남성처럼 완전히 맨들맨들하게 탈모가 진행되지는 않는다. 실제 병원을 찾아 탈모 치료를 받는 여성도 적지 않은데,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해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21만2천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 환자가 9만4천명에 이르렀다. ■ 탈모는 격세유전? 탈모가 대를 걸러 ‘격세유전’된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탈모는 가족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탈모의 유전에는 정해진 원칙이나 패턴이 뚜렷하지 않다. 한 대를 걸러서 유전된다는 말도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부모가 모두 탈모라고 해도 자녀는 탈모가 아닐 수 있다. 거꾸로 부모는 탈모가 아닌데도 자녀 중에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또 탈모의 양상이 다양해서 아버지는 심하지 않았더라도 자식에게는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탈모는 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개선이 가능하다. 먹는 약은 물론 바르는 약도 나와 있다. 먹는 약의 경우 최소 3개월 이상 먹어야 탈모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이상준(피부과 전문의) 강남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원장, 조남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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