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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11 16:22 수정 : 2017.12.11 21:56

의사들 “건보 수가가 원가보다 낮아”
정부 “보장성 강화·수가 개선 병행”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와 한방 의과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수호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10일 서울 도심에서 의사들이 4년 만에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의사들은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협의회집회를 만들었고, 이 협의회가 주최해 경찰 추산 1만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문재인 케어’ 즉 건강보험 보장 비율을 높여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없애려는 노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기존 건강보험 진료에 대해 병원이 받는 진료비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고, 앞으로 병원비 부담이 더 낮아지면 대형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단순히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의사들이 내놓은 주장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찬찬히 살펴보도록 한다.

건보 재정파탄?
내년 2조 덜 지원 우려 키워

의사들 ‘비싼 밥그릇 지키기’?
선진국 공공의료 비중 90% 넘어

대형병원으로 환자 몰릴것?
의료전달체계 망가져 개선 시급

문 : 의사들은 현재 건강보험 적용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 당국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상을 하는 등 ‘저수가’라고 주장하는데?

답 : 의료공급자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 예를 들어 일반적인 진찰이나 검사, 치료 등을 하는데 1만원을 투입했다면, 건강보험에서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6천~8천원 가량을 돌려 준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 나온 자료를 봐도 고가의 영상비나 특정 시술은 원가에 견줘 진료비 보상이 크지만, 일반적인 진료나 수술, 검사 등은 병원 규모에 따라 70~90% 가량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11일 열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사들의 염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의사들의 입장에선 건강보험의 수가로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므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의료수가 체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건강보험 적용 진료가 원가에 못 미친다는 인식은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문 :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진료비 보상이라면 의사들은 그동안 어떻게 높은 수입을 받으면서도 병·의원을 운영해 왔나?

답 : 환자들이 100%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 행위가 크게 늘어난 것이 바로 그 이유다. 1977년 당시 의료보험(현재는 건강보험)이 탄생할 당시에도 10가지 항목에 대한 비급여가 인정됐다. 비급여는 환자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적정하게 쓰였는지에 대해 건강보험 당국이 심사 등을 통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비급여 가격은 의료공급자가 정할 수 있다.

의료 공급자들은 사실상 정부가 건강보험 진료에서 손해가 나는 부분을 비급여 진료로 메꾸도록 인정해왔다고 주장한다. 미용이나 성형 분야가 아니고 의학적으로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됐다면 비급여로 놔두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로 만들어와야 했던 정부로서는 뼈아픈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이른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해소나 문재인 정부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놓을 때, 그동안 비급여를 방치해 온 정부의 잘못을 먼저 인정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됐든 문재인 정부가 급여로 전환하겠다는 비급여 진료 행위는 3800 항목에 이른다.

문 : 의사들의 주장에 쉽사리 동의하기가 어렵고 ‘밥그릇 지키기’로 보이는 데에는 의사들의 높은 수입이다. 환자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전문가라고 얘기하지만 수익 앞에서는 흔들렸던 것이 사실 아닌가?

답 : 의사들에게 높은 전문가 윤리가 요구되는 것도 올바른 지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병의원을 경영하는 입장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중은 10%를 넘지 않는다. 의사들은 대부분 의과대학을 다닐 적에도 높은 등록금을 내고 다녔고, 병의원을 개설할 때에도 자신들의 자본을 들였다. 그러면서 병원 경영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에서는 진료 행위를 늘리면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이다보니, 의사들이 더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 더 많이 환자 진료를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는 이른바 의료복지 선진국이라 꼽히는 스웨덴, 영국 등에서 공공의료가 90% 넘는 것과 대비된다. 참고로 미국도 공공의료 비중이 30%는 된다. 공공의료 확충이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의사의 적정 수입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논란이 있고, 나라마다 의사의 수입이 차지하는 위치가 제각각이다. 앞으로 공론화위원회 등과 같은데에서 논의해 사회적인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문 : 저수가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인식하면서 해결책을 찾겠다는데, 의사들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왜 ‘사회주의 의료’라고 주장하는가?

답 : 우선 저수가에 대해 얼만큼 보상해 줄 지에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비급여가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 당국의 심사라는 과정이 개입된다. 비급여일 때에는 환자의 재정적 부담만 크기 않다면 의사가 판단해 치료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건강보험 당국의 심사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급여화되면 심사를 통해 적정한 진료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삭감이 이뤄진다. 의사들 즉 전문가로서 판단에 대해 건강보험 당국이 제한을 가하는 것을 사회주의 의료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평가를 통해 삭감이 이뤄지는 것은 미국 등 의료보험을 가진 어느 나라나 다 있는 일이다. 다만 건강보험 당국의 심사가 의료 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상황 즉 환자의 상태나 합병증, 질병의 위중도 등이 다른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사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으며, 정부는 이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사회주의 의료’라는 주장에는 다른 요소가 들어 있기도 하다. 의사협회는 내년 초에 의협회장 선거를 치룬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선명한 구호 등이 힘을 얻기 마련이며, 역대 의협회장 선거에서도 이는 증명된 바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요구는 어느 정부에서도 국민들이 요구하던 바이며, 당장 보수 정권이라고 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보장성 확대 정책이 시행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칫 선명한 구호 탓에 국민들에게 더 멀어지는 의사가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문 : 병원비 부담이 줄다 보면 병원 문턱이 낮아져 3차 대형병원을 가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에 대해서 의사들이 문제 삼는 것이 합리적인가?

답 : 의료 분야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는 거의 망가져 있다고 진단한다. 암 등 중병일 때 대형병원에서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으려면 단순 감기·고혈압·당뇨 등과 같은 질환은 동네의원을 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체계는 가벼운 질환이라도 대형병원을 찾는다. 그동안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대형병원에 가면 진료비 부담을 크게 하는 것이었지만, 앞으로 이 방법은 통하지 않게 됐다. 의사들이 지적하는 대로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시급한 과제다.

문 : 2022년까지 30조6천억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한 정부가 내년에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할 돈마저 2조2000억원 넘게 덜 지원했는데,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난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지 않나?

답 :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이 큰 빌미를 준 것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지원안을 짜면서 법에서 정한 국고 지원 비율인 14%를 지키지 않은 채 내년에 2조원 가량을 덜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회가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2200억원을 더 깎았다. 참고로 이전 정부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직접 발표한 정책에 대해 첫해부터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문재인 케어에 대해 의사들은 물론 국민들도 신뢰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명심해야 한다.

문 : 정부가 의료계와 협상을 진행하지도 않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지도 않는다는데?

답 : 지난 10일 의사들의 집회가 열리자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밝힌 대정부 요구사항에 대해 의료계와 조속히 만나 진지한 자세로 대화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또 앞서 지난 1일 권덕철 복지부 차관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밝힌 것처럼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있다”며 “국민 건강을 위한 좀 더 좋은 해법을 모색할 수 있게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료 제도 전체를 바꾸는 정책이라는 데에는 의사들도 반대하지 않는다. 진정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면 국민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고 정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도 11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의료수가 체계 개선과 함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도록 의료계에서도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 정부도 의료계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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