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26 05:01
수정 : 2017.12.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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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평가인증원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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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인증제 유명무실
제도 시행 7년간 4곳만 인증 탈락
사고 잦은 이대병원조차 ‘최고점’
“MB때 정부 주관서 민간에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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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평가인증원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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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료기관의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등을 평가해 정부가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의료기관 인증제’의 변별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협회 등 병원 관련 기관들이 출자해서 만든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인증원)이 인증을 맡고 있어 사실상 ‘셀프 인증’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한겨레>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의료기관 평가·인증 현황 및 결과’ 자료를 보면, 국내 43개 상급종합병원은 인증원의 2014년 평가에서 대부분 우수 의료기관으로 꼽혔다.
인증원의 평가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모두 13개 분야의 평가 영역 가운데 환자 안전을 포함한 ‘안전보장활동’ 분야에서 41개 병원이 44개 평가항목 전부 ‘상’(상-중-하)이나 ‘유’(유-무)를 받았다. 나머지 병원 두 곳 가운데 한 곳은 한 항목에서만, 나머지 한 곳의 병원은 네 항목에서 ‘중’ 평가를 받았다. ‘하’나 ‘무’ 평가는 한 곳도 없었다.
2004년 이후 정부 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해온 ‘의료기관 평가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의료법 개정과 함께 지금의 인증제로 바뀌었다. 인증 주체도 민간기구인 인증원으로 넘어갔다. 인증원은 대한병원협회를 중심으로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유관단체가 꾸린 재단법인이다. 쉽게 말해 ‘병원 단체가 평가하고, 각 병원이 인증을 받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인증제를 통해 지금까지 단 4곳만 인증에서 탈락하는 등 낮은 변별력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최근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이 발생한 서울 이대목동병원도 2014년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하·무’가 없는 등 최상급 평가를 받았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주관하던 제도를 2010년 당시 여당에서 주도해 병원들이 돈을 대서 세운 민간기구 주도의 인증제로 바꿨다”며 “인증을 신청한 병원은 거의 다 인증을 받고 있는데, 만약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대목동병원 사건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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