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다른 나라의 무술이 들어왔을 때 비슷하게 벌어지는 현상이 있다. 유독 발차기가 부각되고 심지어는 원래 없던 발차기 기술이 첨가되기도 한다. 사실 발차기와는 큰 상관이 없던 일본의 유술 맥이 상륙한 이후 거기에 한국식 발차기가 가미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되었고, 지금은 발차기의 대명사가 된 태권도도 초기 형성기에는 앞차기 위주의 간결한 발기술이 있었을 뿐이다. 태권도 통합 이전 ‘관 세대’ 원로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기교적인 발차기는 당시에는 좋은 취급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인간의 두 발로 할 수 있는 극치를 보여주는 무술로 발전했고 고유의 시합형태는 올림픽 정식종목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어쨌든 이 동네에서는 무술을 한다고 하면 우선 발부터 잘 차고 볼 일이다. 크게 보면 이 모든 흐름은 넓은 의미의 택견에 포함시킬 수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 택견 초대 인간문화재(기능보유자)인 고 신한승 선생의 이야기에 따르면 택견은 문파의 개념으로 전승되었다기 보다는 전국적으로 퍼져있던 발 잘 차는 문화적 흔적을 수집하여 정리한 것이므로, 무엇으로 시작하여도 결국 발차기로 귀결시키고 마는 민족적 경향을 택견으로 묶어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겹발질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겹발질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발을 잘 차는 습성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한 대목인데, 하나의 가설은 기마의 풍습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말을 달리면서 신체에 각인된 기억-말발굽의 리듬감과 지면으로부터 전해지는 진동, 하체의 조임-이 발차기로 표출되는 것은 아닐까. 기병대로 유명한 코사크족의 전통춤을 보면 무술은 저리 가라할 정도로 발놀림이 화려하고 힘이 넘친다. 중국에서는 남권북퇴라는 말이 있는데, 북퇴가 된 까닭에는 북방 유목족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중국 운남성과 태국 등지에 살고 있는 라후족은 고구려 유민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의 발차기 풍습을 보자니 오래 전에 봇짐에 넣어두었던 어떤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발을 잘 찰 수 있는 신체구조와 발차기를 선호하는 문화는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계속해서 일정한 경향을 다져왔을 것이다. 즉 이것은 ‘체질 속의 문화’로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다.
건강의 측면에서 보자면, 발차기는 대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손쉽게 운동량을 높일 수 있으며 지나치게 격렬해지지만 않는다면 기혈순환과 스트레스 해소에 있어서 최적의 운동이다. 외부 신체기관과 뇌의 쌍방작용을 고려할 때 손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감한 발을 일깨우는 것은 매우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발차기 수련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몸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다. 발을 마음먹은 대로 놀릴 수 있다는 것은 신체에 대한 통제력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고 실제로 발을 잘 차는 사람이 전반적인 무술 실력도 좋다. 발로 물체를 차서 맞추는 것이 가능하다면 정교한 보법은 따논 당상인 셈이니.
겹발질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겹발질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오늘의 주제인 겹발질은 말 그대로 한쪽 발로 두 번 이상의 발차기를 수행하는 것이다. 타격을 위한 발차기가 끝점에 집중한다면 겹발질은 버팀 다리에 중점을 두면서 자연스럽게 힘의 전환 과정을 바라보게 된다. 기본적인 발차기를 알고 있다면 간단한 원리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다른 운동효과를 얻을 수 있다.
1단계: 한쪽 발을 들어 올린 상태에서 같은 종류의 발동작을 3회 가량 반복한다. 콱 메겨서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반복을 위해선 직선적인 움직임을 순환이 가능한 형태로 바꾸어줄 필요가 있다.
겹발질 시범 보이는 육장근씨
2단계: 1단계에서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했다면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발차기 2가지를 섞는다. 방향과 높낮이가 확연히 차이 나게 배치해보기도 하고 안쪽으로 모이는 것과 바깥으로 벌어지는 것처럼 상반되는 동작 요소를 접붙이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 한 번의 움직임에서 힘의 방향, 성격이 달라지므로 버팀다리와 골반의 대응, 다른 신체 부위와의 협력이 보다 기민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글 사진 동영상/육장근(전통무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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