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8 22:02
수정 : 2018.04.1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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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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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곤의 먹기살기/음식오행학/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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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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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삼짇날. 봄을 알리는 대표명절이다. 흥부에게 박씨를 물어다 주었던 제비가 강남에서 돌아오는 날이고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떠나도록 했던 뱀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날이다. 음양학에 따르면 순양(純陽)인 ‘1’과 순음(純陰)인 ‘2’가 결합 최초로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길수(吉數) ‘3’이 겹치는 날. 양수중복일은 양기운이 왕성하여 하늘이 음체질이 다수인 우리민족을 축복하는 날로 여겨진다. 삼짇날에 이어 5월 5일 단오, 7월 7일 칠석, 9월 9일 중양절이 모두 예로부터 큰 명절이었던 이유다.
대표적인 풍속은 화전놀이. 여성들이 산이나 들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찹쌀가루 반죽에 진달래꽃을 얹고 참기름을 둘러 지진 화전(花煎: 꽃부침개)을 만들어 먹고 노는 꽃놀이 요즘말로 여성들만의 봄야유회다. 화류(花柳)놀이라고도 한다. 9월 중양절에는 국화꽃으로 만드는 국화전을 먹는다. 그런데 부인들이 놀러간다는데 남정네들이 가만있겠는가. 너도나도 따라나서 남녀가 함께 떼지어 음주가무를 즐기느라 큰 소리로 떠들었다. 이런 풍속이 태평시대를 반증하는 것이라 흐믓해하던 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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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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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 외에도 녹두가루를 반죽하여 익힌 다음 가늘게 썰어서 오미자국물에 띄우고 꿀을 넣고 잣을 띄운 화면(花麵: 꽃국수), 녹두로 국수를 만들고 붉은 색으로 물들여 꿀물에 띄운 수면(水麵) 등이 삼짇날을 전후한 시절음식이다.
진달래꽃의 다른 이름은 ‘두견화’ 그래서 진달래꽃으로 담근 술이 두견주(杜鵑酒)다. 숲이 싱그러운 푸르름으로 반짝이는 삼월삼짇날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새콤한 맛이 나는 진달래꽃이 얹힌 화전을 안주삼아 작년에 담근 두견주를 마시는 건 견줄 데 없는 호사다. 그러나 진달래를 약용으로 사용할 때는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부위가 조금씩 다르다. 꽃이나 잎만 단독적으로 사용하거나 잎과 줄기를 함께 사용하기도 하며 뿌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전통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진달래는 ‘맛이 달고 시며 성질을 평하고 폐경에 작용한다. 그래서 담을 삭이고 기침을 멈추게 한다’고 한다. 그래서 꽃과 잎으로 담근 술은 가래가 끓거나 기침이 나며 숨이 찬데, 급·만성기관지염, 천식등에 효과가 있고, 잎과 가지로 담근 술은 혈압을 낮추고 진통· 해열작용이 있어 고혈압증상이나 감기, 류머티즘의 치료에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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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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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속에 속해 외형이 비슷하지만 독성때문에 먹지 못하는 철쭉을 개꽃이라 하는데 반해 삼짇날을 즈음해서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참꽃이라 부르는 진달래는 성질이 급하다.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운다. 또 햇볕이 많이 드는 남향의 비탈면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영양분이 풍부한 토양에서는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 밀려난다. 그래서 진달래꽃이 피는 곳은 이차림이다. 산불이 나거나 벌채 후 인위적으로 조림을 한 곳처럼 숲세상이 한 번 뒤집힌 곳에서 진달래는 무리를 이루어 꽃을 피워낸다. 진달래꽃 군락이 보여주는 화려함은 도심개발에서 밀려나 비탈진 곳에 군락을 이루는 판자촌의 야경을 닮았다. 척박한 곳에서 오직 햇볕에 기대어 참을 인(忍)자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끈질긴 생명력이 ‘남산위의 저 소나무’를 닮았다. 뒷모습이 슬픈 내친구를 닮았다.
김인곤(수람기문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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