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7 15:18
수정 : 2018.06.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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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7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한국필립모리스 모델이 내달 출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액상 니코틴 등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로 담뱃잎 고형물을 넣는 전자담배를 내달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2017.5.17 kane@yna.co.kr/2017-05-17 12:21:13/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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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발암물질 70종·화학물질 7천종
식약처 ‘궐련형’ 9종 물질만 조사
일부 발암물질 덜 검출됐다지만
“암·질병 위험 줄겠지” 방심은 금물
“적은 양이라도 개인마다 질병 위험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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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17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한국필립모리스 모델이 내달 출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액상 니코틴 등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로 담뱃잎 고형물을 넣는 전자담배를 내달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2017.5.17 kane@yna.co.kr/2017-05-17 12:21:13/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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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는 덜 해롭지 않을까? 일반 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 탄 많은 흡연자들의 생각이다. 게다가 최근 한 담배회사는 일반 담배를 피우다가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꾼 지 6개월이 지난 흡연자의 암,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을 분석해보니 조사된 몇몇 발암물질 등이 일반 담배에 견줘 줄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면 각종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 등 여러 질환의 위험을 피하거나 적어도 일반 담배보다는 피해를 덜 입을 수 있을까?
■ 전자담배, 암 위험 줄이나?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회사 가운데 하나인 필립모리스는 지난 1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반 담배를 피우다가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꾼 지 6개월 된 흡연자들은 일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에 견줘 심장 및 혈관질환이나 암 발병 위험을 나타내는 일부 수치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최근 미국에서 성인 흡연자 984명을 대상으로 일반 담배를 계속 피우는 흡연자 488명과 그동안 일반 담배를 피우다가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꿔 피운 지 6개월 된 흡연자 496명을 비교 연구한 것이다.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꿔 피운 흡연자들에게서 콜레스테롤과 암 발생 수치 등 8가지 수치가 개선됐기 때문에 심장 및 혈관질환이나 암 발생 위험이 낮아졌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관련 전문가들은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나타내는 몇몇 검사 수치가 개선된 것만으로는 실제 이런 질병의 발병 위험이 감소했는지 증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암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을 예측해 볼 수 있는 검사 수치는 매우 많은데, 그 가운데 각각 1~2개가 줄었다고 해서 실제 이들 질환의 발병 위험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는 “필립 모리스의 연구 결과에서는 각각의 담배를 피웠을 때 실제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에 걸린 비율을 비교한 것이 아니라 각 질환별로 검사 수치 1~2개를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흡연을 한 뒤 암이나 심장질환 등이 나타날 때까지 최대 수십년까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꾼 흡연자를 대상으로 상당한 기간을 관찰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 담배회사의 연구 기간은 너무 짧아 이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다른 연구에선 위해 물질 높게 나오기도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11월에도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꿔 피운 흡연자들의 경우 5일째와 석달째에 검사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결과에서도 암 발생 수치, 핏속 일산화탄소, 심장질환 예측 지표 등 14가지 수치가 다소 적게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적게 검출된 정도가 통계적으로 일반 담배와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해, 암이나 심장질환 발생 위험을 실제로 줄였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 문제는 담배회사와 관련이 없는 독립된 연구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물질이 필립모리스의 연구 결과보다는 더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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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담배회사가 만드는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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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약처 조사 결과 어떻게 볼까? 지난 7일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워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위해물질에 노출된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의 조사에서도 위해물질의 농도는 일반 담배에 견줘 크게 낮았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담배회사는 그동안 덜 해로운 담배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고, 실제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위해물질이 덜 검출된다는 것이 자체의 연구 결과나 식약처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담배를 끊을 의지가 없는 흡연자의 경우 덜 위해한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꿔 피우면 그만큼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 등에 걸릴 위험이 줄었다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몇 가정이 필요하다. 담배를 피우면 우리 몸에 흡수되는 발암물질은 70종, 독성 화학물질은 약 7000종에 이른다. 이번 식약처의 조사 결과에서는 니코틴과 타르를 포함해 발암물질인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9종의 위해물질을 분석했다. 나머지 발암물질이나 독성 화학물질 역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웠을 때 일반 담배보다 적게 나오는지 검증해 본 뒤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담배의 각종 위해성분이 들어 있는 타르의 양이 중요한 논점이 된다. 추후 조사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위해한지 아닌지를 예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식약처의 조사 결과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타르의 양이 일반담배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왔으나, 필립모리스는 타르의 측정 방법이 일반담배와 같은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맞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논란은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위해물질을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검사법이 나와야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검사 결과로도 여전히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하다. 과거 흡연량이나 현재의 흡연 습관, 담배에서 나오는 위해물질에 대한 각각의 민감도 등을 쉽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의 호흡기내과 교수는 “일반 담배의 경우에도 담배를 어느 나이에 시작했는지, 얼마나 많이 피웠는지, 담배에 대한 민감성이 얼마나 높은 지 등에 따라 담배를 조금만 피워도 폐암 등 각종 질환에 걸릴 수 있고 반대로 많이 피워도 이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나중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모든 위해 성분이 적게 나온다고 해도 여전히 발암물질 등 위해물질에 노출되고 그 영향은 제각각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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