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6 16:30
수정 : 2019.08.16 16:38
식약처, 7~8년 전 가슴 수술 받은 40대 여성
보형물 관련 희귀 림프종에 걸린 사실 확인돼
제조사 등과 치료비 보상 등에 대해 논의 중
“암 발생 드물어 예방적 제거 수술은 권유치 않아”
암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회수 중인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용해 과거에 가슴 수술을 받은 뒤 실제 희귀 림프종에 걸린 환자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인공유방 보형물은 엘러간사가 만드는 제품으로 1997년부터 희귀 림프종(유방 보형물 관련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과의 관련성이 제기됐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공식적으로 ‘유방 보형물에 의한 림프종’으로 규정했다. 현재 제조사가 자진 회수 중에 있으며, 보건당국과 관련 전문의들은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환자들 가운데 가슴이 붓거나 가슴 크기가 달라지는 등과 같은 증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을 것을 권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대한성형외과학회는 국내에서 유방 보형물 관련 희귀 림프종 환자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이 희귀 림프종은 정확한 원인이나 빈도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드물게 발생하는 암으로, 현재는 거친 표면을 가진 인공 보형물에 의해 만성 염증이나 감염이 나타나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암은 유방암과는 다른 암이지만, 증상은 가슴이 붓거나 크기가 달라지는 등과 같은 변화나 피부 밑의 막에 발생하는 덩어리, 피부 발진 등으로 나타난다.
이번에 확인된 환자는 40대 여성으로 약 7~8년 전에 유방 보형물을 이용해 가슴 수술을 받았다. 최근 한 쪽 가슴이 심하게 부어 지난 6일 성형외과 의원을 찾았고, 희귀 림프종이 의심된다는 의견에 따라 한 대학병원에서 닷새 가량 검사를 받았다. 이어 지난 13일 희귀 림프종으로 진단됐고, 대한성형외과학회와 식약처에 해당 사실이 보고됐다. 식약처는 15일 관련 전문가 등 관계자 회의를 열어 엘러간사가 만든 유방 보형물과 관련된 희귀 림프종으로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이번 암 발생 사례에 대해 식약처는 “수입·제조업체와 함께 부작용 발생 때문에 생긴 치료비 보상 등에 대한 대책을 수립 중”이라며 “해당 유방 보형물을 이용해 가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등록해 연구하는 등 부작용 조사 등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보형물을 이용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 암에 걸릴 위험 때문에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당장 제거 수술을 받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희귀 림프종 발생 위험이 낮고 제거 수술을 받을 때 마취나 수술 뒤에 나타날 수 있는 염증, 감염 등과 같은 위험성을 감안하면 예방적 제거 수술은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에서도 권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성형외과학회는 지난 10일 공식 발표를 통해 “발병 초기에 보형물과 함께 암 제거가 적절히 이뤄진다면 항암제 치료나 방사선 치료 없이도 완치가 가능하다”며 “갑작스러운 유방 모양의 변화나 덩어리, 피부 발진 등과 같은 의심증상이 발생하는 신속히 성형외과 전문의와 상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른 제품에 견줘 표면이 거칠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유방 보형물은 2007년 국내 허가 이후 약 11만개가 수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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