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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5 18:56 수정 : 2005.01.25 18:56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2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수호 위원장이 기아자동차 노조의 취업비리와 관련된 언급을 하는 도중 한 집행위원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 강창광기자 chang@hani.co.kr

나이·학력 부적격자들 고졸선배와 마찰 잦아
생산성도 떨어져 눈총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 비리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부적격자 수백명이 들어간 광주공장 생산현장에서의 일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줄과 돈을 댄 이들이 ‘물 위의 기름’처럼 현장에 섞이지 못한 채 겉돌았다고 전했다. 일부 반장들은 작업속도가 늦어지고 불량률이 높아진다며 이들의 배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력이 높고 나이가 많은 탓에 고졸 입사 선배들과 심심찮게 마찰이 빚어져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곤 했다.

물에 뜬 기름=광주공장의 생산직은 줄잡아 5000여명이다. 지난해 1079명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400여명이 생산 계약직의 채용기준(30살 미만 고졸 이하)에 어긋나는 부적격자로 집계됐다.

현장은 차체~도장~조립~의장 등 생산공정을 비롯해 자재·수정·검사·출하 등 전후공정으로 짜여진다. 일주일마다 주간조(아침 8시반~오후 5시반), 야간조(저녁 8시반~새벽 5시반)로 나눠 맞교대 한다. 생산직의 주류는 20대 중반의 자격증을 가진 공고 졸업자들이다. 부적격자들은 대개 30살 이상으로 나이 제한을 넘었거나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이들이다. 특별한 자격이 없고 숙련도도 떨어져 부서에 배치되면 작업속도를 떨어뜨리기 일쑤다. 생산량이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아지면 채근을 당하는 반장들은 은근히 이들의 배치를 꺼린다.

지난해 10월 한 공정에는 신규 채용자 40여명이 배치됐다. 부적격자 7~8명이 끼었다. 이 가운데 2명은 대졸 출신으로 34살과 36살이었다. 현장에서는 이들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봤다. 한 반장은 “솔직히 이들이 궂은 일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학력이나 나이 때문에 위화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돈과 줄을 댄 부적격자들은 수년째 ‘기름밥’을 먹었지만 또래인 반장이 지시를 하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배경을 이용해 입사 뒤에도 야간조가 없거나 숙련이 필요없는 출하나 자재 등 부서를 바란다.

노동자 정아무개(37)씨는 “일부는 배경 덕분에 고참들도 가기 어려운 좋은 부서로 배치된다”며 “이들에 대한 눈총이 쏟아질 것은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경 믿고 주먹다짐까지=생산현장의 이런 분위기는 공장 밖의 일상 생활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외부 활동이나 회식 자리에선 ‘기름밥’과 ‘하얀손’들 사이에 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30살이 넘어 입사한 신참들이 군대식 연공서열이 엄존하는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줄을 댄 이들은 은연중 배경을 과시해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한 노동자는 “부서로 배치되면 ‘얼마주고 들어왔냐’라는 질문을 인사처럼 던진다”며 “채용 경로가 공장 생활의 앞날을 상당부분을 결정해 준다”고 전했다. 노조의 ‘배경’을 업고 입사한 것으로 알려진 정아무개(44) 광주지부장의 처남(33)도 지난해 12월 회식 자리에서 한 동료(34)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나이를 두고 빚어진 하찮은 말다툼이 빌미가 됐다. 이 동료는 나이가 한살 더 많고 입사 경력이 빨랐다. 폭행을 당한 동료는 뇌출혈로 한때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최근 의식을 회복했다. 결국 정 지부장의 처남은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건네고,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주/안관옥 정대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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