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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지난해 채용문서 공개 물타기 의심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 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광주지검이 지난해 생산 계약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취업 청탁을 했던 정·관계 유력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기아차가 자체 감사 뒤 부적격자 숫자를 575명이 아니라 이 가운데 ‘외부 추천 몫’을 뺀 475명이라고 발표했던 것으로 밝혀져, 이 숫자가 정·관계 유력인사등 외부 청탁자에 의한 입사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청탁자 명단 누구? =검찰이 압수수색과 임의제출을 통해 확보한 입사 관련 서류에는 정치·행정·노동·경찰·소방 분야 등의 유력자들이 추천자로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검은 “리스트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취업을 청탁한 외부 추천인들의 이름이 적힌 자료를 분석중”이라며 “현재로선 이들의 명단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이 단순히 청탁만 했는 지 금품을 받았는 지 알 수 없다”며 “기록된 청탁자가 직접 추천을 했는지 간접 경로를 거쳤는 지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사와 검찰 주변에는 국회의원·지방의원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 연루설이 파다하다. 회사 쪽은 지난해 12월 입사비리 관련 감사를 통해 채용자 1079명 가운데 575명이 나이와 학력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격자라고 밝혔다가, 나중에 ‘외부 추천 몫’ 100명을 통째로 빼고 475명으로 줄여 의혹을 샀다.
현재 지역에서 청탁 의혹이 제기된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이 나돌고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여당 실세로 알려진 국회의원 ㄱ씨는 4·13 총선 때 도와준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5월 기아차 광주공장에 2명을 채용해 달라고 추천했지만 취업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 ㄴ씨와 전 국회의원 ㄷ씨도 친인척이나 민원인의 취업을 부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단체장급 인사도 거명되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단순히 청탁만 했다면 도덕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있지만 형사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다. 다만 수사의 초점이 취업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는지에 맞춰진 만큼 여력이 없지만 나중에 청탁 대가를 조사할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 채용관련 서류 일부 흘러나와 = 권력형 청탁자 명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아차에서 채용 관련 문서가 외부로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문서는 지난해 입사한 1079명 중 132명을 뽑을 당시 서류심사와 면접전형 결과가 담겨 있다. 16절지 16장 분량에 합격자 132명의 인적사항, 출신학교, 사내외 추천인, 자격증, 면접의견이 낱낱이 들어 있다.
이 문서에는 노조 광주지부장이 추천한 2명을 비롯해 지방 노동청과 보훈청 등 외부 추천 내역도 들어있다. 사내외에서 추천을 받은 경우 면접점수가 높고 최종순위가 올라 청탁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 문건에는 정치·행정·경찰 등 이른바 힘있는 기관의 고위인사들은 포함되지 않아 회사 쪽 일부 인사들이 물타기용으로 흘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문건에 올랐던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1998년 6급으로 퇴직 뒤 상담원으로 일하던 중 전화로 조카를 추천한 것이어서 권력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사내외 인사들도 근무 기관에서 직급이 낮거나 친인척을 추천한 회사 직원들이다. 이 때문에 회사 쪽이 추천인사들이 ‘장삼이사’라는 사실을 흘려 권력형 청탁자로 향하는 수사의 예봉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광주/안관옥 정대하 김태규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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