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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이수호 위원장(가운데)과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오른쪽)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기아자동차 노조간부의 채용비리 연루혐의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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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직원 채용 비리가 터져 나온 직후 유감의 뜻을 밝히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원론적 내용의 논평만 낸 채 적극적 발언을 미뤄온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이 26일 이수호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입장은 한마디로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자정노력을 펼쳐 나가겠지만, 이번 사건을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는 구실로 삼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머리를 숙였다. 이유야 어찌됐든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노동운동 간부가 채용 비리에 개입한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기아차 사태의 핵심이 사쪽의 입사비리 사건임을 분명히 했다. 사쪽의 매수놀음에 놀아난 노조간부도 문제지만 이런 비리로 노조간부를 엮어 노조를 길들여 나가려 했던 전근대적 인사노무관행이 본질적 문제라는 것이다. 검찰에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쪽에 대해 한 점 의혹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이날 오후부터 현지에서 직접 조사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노총은 특히 이번 사태가 노조운동을 약화시키려는 세력에 이용될 가능성에 크게 우려하면서, 이런 혼란스런 분위기를 틈타 정부가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시도할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의 비정규법 개악안의 강행처리가 시도되면 총파업으로 맞서기로 이미 결의한 상태”라며 “각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노조활동 보장 특별교섭 요구를 내걸고 공세적 투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차도 이날 광주공장의 채용비리 문제가 터지고 난 뒤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책임있는 경영진의 직접 사과가 아니라 ‘입사추천에 대한 기아자동차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형식으로 이뤄졌고, 그나마 자료 뒷부분에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기아차는 이 자료에서 “입사추천은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오래 전부터 시행돼 온 것으로, 선의의 추천인까지 함부로 매도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사건이 추천인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연고가 없고 특별한 관계가 없으면 원천적으로 입사할 수 없도록 한 현행 추천 제도를 애써 옹호하려는 데다, 수년 전부터 관행적으로 저질러져 온 채용 비리를 개인 비리로 돌리고 있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수 홍대선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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