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의 타이 여성 노동자들과 안산시의 중국인 노동자들에 이어 부산에서도 노말헥산 중독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 환자가 발생한 사실이 28일 밝혀졌다. 중고기계 수리업체인 부산 사상구 ㄷ기계에서 1997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일한 박석덕(44)씨는 2003년 말부터 손발 마비 증세를 겪기 시작해 현재 일손을 놓고 있다. 그는 여러 병원을 찾아다닌 끝에 최근 인제대 백병원으로부터 ‘말초신경병증 및 노말헥산으로 인한 유기용제 만성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근로복지공단 부산지부는 이날 박씨에 대해 산재요양을 승인했다. 그는 창문말고는 환기시설이 없는 100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에나멜 시너로 기계 세척을 한 뒤, 페인트에 희석액을 섞어 스프레이로 뿌리는 도장작업을 주로 했다. 그는 “작업장 안은 항상 페인트와 시너, 먼지, 용접가스 등으로 뿌연 상태였으나, 보호장비는 면입마개와 면장갑이 전부였고, 이나마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소형 선박 수리업체인 부산 해운대구 ㅎ조선에서 98년부터 일용직으로 일하던 박인호(47)씨는 2001년 8월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팔다리에 마비 증세가 찾아와 현재 집에서 쉬고 있다. 한약을 복용하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어 뒤늦게 부산대병원을 찾은 그는 최근 병원에서 지난번 타이 노동자들에게 발병한 것과 같은 ‘유기용제에 의한 말초신경병증’으로 “노말헥산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좁은 배 안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땜질하는 일을 했다”며 “온몸에 땀이 날만큼 뜨거운 열과 엄청난 냄새가 나지만 안전장비는 면마스크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작업환경과 병증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며 박씨의 산재요양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박씨를 진료한 부산대병원 강동묵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전형적인 재래형 직업병인 노말헥산 중독증이 발병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일”이라며 “아직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한 영세 사업장에서는 노말헥산 중독이 계속 발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 사업장에 대한 정밀평가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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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노동자 2명도 노말헥산 중독 |
경기 화성시의 타이 여성 노동자들과 안산시의 중국인 노동자들에 이어 부산에서도 노말헥산 중독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 환자가 발생한 사실이 28일 밝혀졌다. 중고기계 수리업체인 부산 사상구 ㄷ기계에서 1997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일한 박석덕(44)씨는 2003년 말부터 손발 마비 증세를 겪기 시작해 현재 일손을 놓고 있다. 그는 여러 병원을 찾아다닌 끝에 최근 인제대 백병원으로부터 ‘말초신경병증 및 노말헥산으로 인한 유기용제 만성중독’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근로복지공단 부산지부는 이날 박씨에 대해 산재요양을 승인했다. 그는 창문말고는 환기시설이 없는 100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에나멜 시너로 기계 세척을 한 뒤, 페인트에 희석액을 섞어 스프레이로 뿌리는 도장작업을 주로 했다. 그는 “작업장 안은 항상 페인트와 시너, 먼지, 용접가스 등으로 뿌연 상태였으나, 보호장비는 면입마개와 면장갑이 전부였고, 이나마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소형 선박 수리업체인 부산 해운대구 ㅎ조선에서 98년부터 일용직으로 일하던 박인호(47)씨는 2001년 8월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팔다리에 마비 증세가 찾아와 현재 집에서 쉬고 있다. 한약을 복용하고, 물리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어 뒤늦게 부산대병원을 찾은 그는 최근 병원에서 지난번 타이 노동자들에게 발병한 것과 같은 ‘유기용제에 의한 말초신경병증’으로 “노말헥산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좁은 배 안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땜질하는 일을 했다”며 “온몸에 땀이 날만큼 뜨거운 열과 엄청난 냄새가 나지만 안전장비는 면마스크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작업환경과 병증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며 박씨의 산재요양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박씨를 진료한 부산대병원 강동묵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전형적인 재래형 직업병인 노말헥산 중독증이 발병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웃음거리가 될 일”이라며 “아직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한 영세 사업장에서는 노말헥산 중독이 계속 발생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 사업장에 대한 정밀평가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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