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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4 16:03 수정 : 2019.01.25 17:16

법원 파업 정당성 좁게 해석해 사용자 손배 소송 남발
6월 ILO 총회 100주년 전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경기도 이천의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 제조업체인 하이디스 해고자들이 2017년 12월27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것에 빗대 ‘손배가압류’라고 쓰인 신발 모양 대형 조형물에 신발 사진을 붙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손해배상 및 가압류(손배·가압류) 소송은 주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파괴할 목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파업을 한 노동자들에게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가해서 결국 회사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노조 탈퇴 등을 유도해 노조가 붕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는 얘기다.

상신브레이크 노조 간부 등 5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맡았던 법무법인 대안의 신지현 변호사는 “노조가 집단행동을 하게 되면 일단 회사는 형사상 고소, 조합원 개인 재산에 대한 가압류 및 거액의 손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그 뒤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손배 소송을 취하해주는 대가로 쟁의행위를 중단하거나 노조를 탈퇴할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케이이씨(KEC)가 작성한 2010년 7월2일 ‘비상경영상황일보 문건’을 보면 ‘압박 전략 차원에서 각 조합원에 대해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준비한다’고 나와 있다. 2012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노조파괴 컨설팅의 실체 그리고 그 효과’ 자료집을 보면, 상신브레이크와 창조컨설팅이 2010년 12월6일 전략회의를 진행하면서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시기적절한 민·형사 처분은 노동조합에의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 기록이 담겨 있다.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 236명 첫 실태조사결과 발표회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려, 박주영 박사가 노동권 침해와 건강실태 조사 주요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파업 정당성 좁게 해석… 손해배상 소송 남용하는 회사

파업의 정당성을 너무 좁게 해석하는 재판부도 비극을 만든 ‘당사자’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조에서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법원이 임금 인상과 관련한 파업 외에는 대체로 ‘정당한 파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는 “임금 인상 이외에는 대부분 불법파업이라는 게 대법원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이로 인해 법원에서 불법 파업이라고 판결하면 회사도 불법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더욱 쉽게 제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송영섭 변호사도 24일 ‘손배가압류 피해노동자 236명 첫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갚을 수 없는 돈, 돌아오지 않는 동료’에서 “노조법 제3조로 인해 평화적인 노무 제공 거부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의 영업손실에 대한 노동조합의 책임이 허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2월26일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시민행동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출범식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가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 때문에 노동조합이 아니라 노조 간부나 조합원 개인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은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노조 간부나 조합원 개인이 파업 등 쟁의행위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와 무관하게 특정 조합원만 콕 집어 소를 제기하거나 선별적으로 소를 취하하는 등의 수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송 변호사는 “쟁의행위는 개별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 집단의 행동이므로 노동자 개인에게 제기하는 손해배상 소송은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준식 영산대 교수(법학)는 “현재 민사상 손해배상 범위가 넓게 인정되다 보니 사용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남발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사용자가 심대하고 중대한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압류도 문제다. 사용자가 손배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노동자의 급여를 가압류하는데, 가압류는 손배 소송과 달리 가압류 금액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사용자가 입증할 책임이 적기 때문에 실제 손해액수보다 훨씬 많은 액수로 가압류를 신청해도 법원에서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신지현 변호사는 “월 급여로 생활하는 근로자들에게 이런 가압류는 생계에 매우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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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ILO 총회 100주년 전에 정부가 나서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노조의 파업에 대해 무분별한 손배나 가압류를 하지 말라고 한국에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미카엘 라이터러 주한유럽연합대표부 대사도 지난 21일 한국을 방문해 노동조합의 파업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해온 관행을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ILO 핵심협약 국회 비준과 노동관계법 및 행정 개혁”을 요구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게 되면 정부는 이같은 국제노동기준에 맞춰 현재의 손배·가압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오는 6월 ILO 총회 100주년 이전에 사용자의 손배 소송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입법안을 정부와 국회가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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