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93억…퇴직연금 찾아가세요!

직장 도산·폐업 뒤 노동자가 지급요청 하지 않아
정부, 퇴직연금 미청구 적립금 찾아주기 캠페인 시작

다니던 직장이 도산하거나 폐업한 뒤 노동자가 찾아가지 않아 버려진 퇴직연금액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1일 “퇴직연금 미청구 적립금은 2017년 말 기준 1만1763개 사업장에서 4만9675개 계좌, 금액은 1093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가입 사실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 뒤에도 지급을 신청하지 않아 이런 일이 빚어지는 것으로 파악했다. 퇴직금은 노동자가 직접 사용자에게 지급을 요청해야 하지만, 퇴직연금은 노동자가 사용자를 거칠 필요 없이 자신의 연금계좌가 설정된 은행 등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직접 청구하면 된다. 퇴직금은 퇴직 뒤 3년이 지날 때까지 청구하지 않으면 채권이 소멸하는 반면, 퇴직연금엔 사실상 소멸시효가 없다.

고용부는 평균 1000억원대에 이르는 퇴직연금 미청구 적립금을 노동자가 모두 찾아갈 수 있도록 이날부터 ‘찾아주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은행 등 사업자가 퇴직연금을 찾아가지 않은 노동자의 주소 등을 파악하지 못해 연락하지 못 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은행 등이 금융위원회에 주민등록 주소정보 이용 승인을 받은 뒤 행정안전부를 통해 노동자의 주소지로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깜빡 잊은 퇴직연금을 받으려면, 재직 당시 확정기여형(DC) 제도에 가입했던 노동자는 해당 계좌가 있는 은행 등에 급여지급신청서를 제출하면 되고 확정급여형(DB) 제도 가입자는 자신의 퇴직 전 급여내역과 퇴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들고 금융기관을 찾으면 된다.

퇴직연금 가입 대상은 1주 노동시간이 15시간 이상인 노동자 가운데 근속기간이 1년을 넘긴 이로, 통계청이 2017년 말 현재 경제활동인구 조사로 파악한 바에 따르면 1083만명가량이다. 이 가운데 실제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한 노동자는 절반을 갓 넘긴 543만여명으로, 나머지는 퇴직금 지급 대상이다. 퇴직연금 전체 금액은 168조원에 이른다.

전종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