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스타 ⑦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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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창간] 한겨레 스타 ⑦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강)‘깐깐’은 옛날 얘기고, 지금은 ‘만만’입니다.” 한겨레에서 강태호(48) 남북관계 전문기자는 사실 ‘만만’해 보이긴 하지만 원칙주의자로 통합니다. 후배들은 그를 보면 ‘벌벌’ 떨고, 선배나 동료들은 ‘성질 나쁘고 따지는 스타일’이라며 손사래를 치기 일쑤죠. 아마, 1998년 한겨레 창간 이후 18년 동안 민족국제부-국제부-정치부를 거치며 통일·남북관계 한 우물만 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운좋게(?) 그를 만났습니다. 제2창간 소식 ‘한겨레 스타’ 인터뷰를 핑계로 말입니다. 멀리서, 혹은 간간이 낯을 익히긴 했지만 오랜 시간 그와 얘기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조금은 긴장했고, ‘괜한 화를 자초하지 않을까?’ 내심 우려했던 첫 만남. 그러나 제 기대는 ‘살~짝’ 비켜갔습니다. “안녕하세요. 강태호입니다.” 활짝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은 ‘어라!~’ 깐깐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편하게 그의 ‘내공발’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또한 “지금은 깐깐하지 않아요. 지금은 부드러운 사람이 됐답니다”며 한발 뺍니다. 6자 회담 재개와 최근에 불거진 북한 핵과 위폐 문제 때문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목소리는 힘이 넘칩니다. ‘앗싸~’ 겸손하기까지! “운이 좋아서 한겨레 입사 이후 이쪽 일만 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미-일 군사동맹 쪽에 관심이 있는데, 공부도 하면서 기사도 쓰니 선택받은 사람이죠.” 기사 한 꼭지 쓰는데 일주일씩 걸렸고‘논문’ 처럼 어려운 기사로 외면당했고
‘북괴’ ‘중공’ 안 쓴다고 이념공세 당했지만
“통일은 한반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첫 단추”
굳은 신념으로 18년동안 남북문제 ‘한 우물’ 한겨레 입사 전 한국개발연구원에 몸담기도 했던 그는 관심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고, 현장에서 경험을 직접 쌓고 싶어 ‘기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때문에 입사 초에는 업무 파악이나 기사 작성, 조직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에 상당기간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기사 한 꼭지를 쓰는데 일주일이 걸린 적도 있어요. ‘기사를 써 마감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점심을 거르기가 일쑤였어요. 그게 10년이 지나니 적응되기 시작했는데… 그 힘들었던 경험이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의 기사는 좀 색달랐습니다. 흔히 말하는 ‘기사’ 형식보다는 ‘논문’에 가까웠고, 독자들은 ‘어렵다’며 외면 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보수신문들은 그의 통일·남북관계 기사들이 ‘북한쪽 주장에 치우쳤다’며 이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북쪽에 치우쳤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라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제 다름대로 시대의 흐름이나 그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쓴 것이니까요. 80~90년대에도 북괴나 중공 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으니 이데올로기 공세를 당할만도 했네요. 하지만 전 차별성을 유지했던 제 판단과 기사 쓰기가 옳았다고 믿습니다.” 역시나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깐깐맨’다운 대답입니다. 그가 기사를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통일부나 외교부, 외신이나 북한의 중앙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보도나 자료에 의존하는 글쓰기를 철저히 배제하고, 그의 장점인 ‘의심’과 ‘따지기’, ‘자료 분석’이었습니다. 북한을 포함한 남북관계, 한-미·북-미 관계는 현장을 직접 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분석과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는 이제(2005년)서야 전문기자가 됐을까요?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한겨레만의 독특한(?) 관점이 담긴 통일·외교·남북관계 기사는 창간 초기부터 내려온 강점 가운데 하나인데, 17년간 전문기자 한 명 두지 않았다는 사실이 독자들한테는 의문점으로 남을 테니까요. “스스로 굴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전문기자 신청을 하지 않았어요. 기자에게 전문성이란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기도 하지만, 전문성이라는 틀에 갇혀 자신만의 편협한 시각만 독자들에게 강요하는 우를 범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죠. 이번에는요? 주변에서 하도 강하게 압력(?)을 넣어서 신청했는데…”
그에게 현재 불거지고 있는 북한의 핵 문제나 위폐 문제, 6자 회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북을 범죄정권으로 보고 붕괴를 꾀하고 있는데, 북핵이나 위폐 문제는 체제의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북한의 협상카드 혹은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한 자위권의 시각에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북한의 핵개발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한반도 평화정착 측면에서 6자회담은 북핵이나 위폐 문제의 해결 여부를 떠나 지속적으로 협상 테이블을 가져가야 하고, 미국과 북한 선결조건을 내걸기 이전에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현재의 분단체제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민족의 번영을 떠나 ‘통일’은 정상으로 되돌려놓을 첫 단추를 꿰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점때문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정부의 경제(전력 포함)적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퍼주기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그에게 있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남남갈등’이 심해졌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독일처럼 한쪽이 끊임없이 성장해 흡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양쪽이 공동 발전토대 위에서 정체성을 유지하며 통일의 길이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한다면, 지원금이 지금의 분단비용이나 향후 들어갈 통일비용에 비해 많은 돈은 아니라고 봐요.” 김미영/편집국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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