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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3 17:56 수정 : 2006.03.13 17:56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구치소 장영식 총무과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제2창간] 시리즈로 재발방지·치료 등 현실적 대안 제시


기자가 성폭력 사건을 다룰 때는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자칫 선정적인 보도로 흘러, 피해자에게 또다른 아픔만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가 최근 잇따른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면서 해당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성범죄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과 피해자 보호 방안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먼저 초등학생 성추행·살해 사건과 관련해 많은 기사를 내보낸 <조선일보>와 비교해 보면 <한겨레>의 다른 접근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이주일의 신문기사로 뽑은 <한겨레> ‘성폭력 보도’ 기사
사실 조선일보는 2월20일치 사회면에서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성범죄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먼저 관심을 보였습니다. 전자팔찌나 집앞 팻말, 거세 등 외국의 방지책도 소개했습니다. 이후 ‘성추행 집행유예 석방…법이 소녀를 죽였다’(21일치 1·8면), ‘아이들이 당할 때 국회는 자고 있었다’(22일치 1·5면) 등 성범죄자의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는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태도는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린이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전 예방을 위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피해를 당하고도 주위에서 모른 채 지나가는 일이 많다는 점에서 어른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합니다(‘고통과 침묵 귀 기울여야 치유 첫발’ 23일치 5면). 또 피해를 입은 어린이들에게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아저씨만 봐도 덜덜덜’ 22일치 1면). 가해자 쪽을 보더라도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들의 반복적인 범죄 성향을 줄이기 위한 교육·치료를 병행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런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처벌·감시+교육·치료 사회적 처방전을’ 22일치 4면). 처벌과 감시의 측면에서도 감정적으로 “강력 처벌”만 외칠 게 아니라 또다른 인권침해 여지가 없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교도소에서 재활치료 없어, 팻말·전자팔찌는 인권침해 논란’ 21일치 3면, ‘쏟아지는 대책, 깊이있는 진단부터’ 23일치 5면). 한겨레는 또 미국의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얼마나 성폭력 피해 어린이를 배려하고 있는지도 현지 르포를 통해 보여줬습니다(‘두번 안 울게 배려 또 배려’ 25일치 8면).

지금까지 살핀 대로, 한겨레는 어린이 성폭력에 대해 가능한 한 다양한 측면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려 했습니다. 또 여성 재소자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특종 보도(‘교도관이 성적 괴롭힘 여성 재소자 목매 중태’ 23일치 1면)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의 성’ 문제를 끈질기게 공론화했습니다.

한겨레는 여성 재소자가 자신의 권리를 외부에 주장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약자 중의 약자라고 보았습니다. 인권에는 한 사람의 예외도 있을 수 없는 만큼, 많은 기자를 현장에 투입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고 힘썼습니다.


실망스러운 것은 초등학생 성추행·살해 사건에 흥분했던 언론 매체들이 대부분 이 사건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한겨레가 이 여성 재소자에게 심각한 성추행이 있었음을 확인해 보도(‘재소자 성폭행 수준 추행당했다’ 27일치 1면)한 뒤에야, ‘여성 재소자 성추행 은폐 의혹’(<조선일보> 28일치 6면), ‘법무부, 뒤늦게 성추행 개연성’(<중앙일보> 28일치 16면), ‘교도관이 여성 재소자 성추행’(<동아일보> 28일치 10면) 등의 기사가 마지못해 쓰는 듯한 크기로 실렸습니다.

한겨레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성추행 뺨친 무마·회유 압력’(3월3일치 1면), ‘성추행 입막으려 가석방 제안했다’(3월4일치 2면) 등의 기사로 사건의 실체를 파헤쳤고, 이는 3월7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와 9일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에서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또 이번 사건에서도 해당 사건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여성 재소자 인권보고서’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3월6~8일)를 통해, 여성 재소자들이 잦은 성추행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남성 위주로 짜인 교정시설의 일상생활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각도로 조명했습니다. 한 여성의 아픔을 통해 그동안 감춰졌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 만큼, 우리 사회도 그 여성의 아픔을 동정하는 데 그치지 말고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그 아픔을 위로해야 한다는 게 한겨레 취재기자들의 소신이기도 합니다.

글 박용현/편집국 24시팀 piao@hani.co.kr 사진/편집국 사진팀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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