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관계법 위헌 아니다” 지상 공개변론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 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대한 헌법소원 공개 변론이 6일 열린다. 두 법은 우리 사회에서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왜곡된 신문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국회에서 제·개정됐다.
그러나 조선·동아일보사는 두 법이 언론·출판의 자유와 재산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들은 보수 신문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민언련과 언론노조는 3일 ‘신문 관계법은 합헌이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위헌론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에 <한겨레>는 헌재의 6일 공개 변론을 앞두고, 전문가들의 기고를 통해 헌법소원의 쟁점들을 따져보는 ‘지상 공개 변론’을 마련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점유율 제한은 국민의 ‘정보 접근권’ 보장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조선·동아일보사가 신문법이 위헌 투성이인 것처럼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정치·상업적 계산이 깔려 있다. 신문법이 자칭 ‘비판 신문’을 탄압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됐다는 여론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그것이다. 또 그 이면에는 신문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계속 향유하려는 속내가 숨어있다.
신문법은 10년 이상 시민사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태어난 법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그 뜻을 모아 입법 청원했고, 그것을 근거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합의해 국회를 통과시켰다. 정치적 이해를 타산하다보니 신문법은 많은 미비점과 모순점을 지녀 오히려 보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위헌이라는 정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시장 규제는 단순히 법리적으로 접근할 성질이 아니다. ‘시장 집중’이라는 산업적 측면과 ‘여론 독점’이라는 저널리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3개사가 전국 신문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상품력에 의한 시장 형성이 아니다. 신문을 공짜로 주고 경품이나 현금을 뿌리는 약탈적인 수법으로 남의 독자를 뺏어간 결과이다. 나머지 20% 시장을 놓고 전국에서 발행되는 수십개 신문사들이 생존을 걸고 있다. 불공정거래에 의한 독과점 체제는 경쟁 질서를 파괴하여 중소 신문의 존립을 위협한다. 이미 상당수의 신문사가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시장 질서를 확립하려면 독과점 규제가 시급하다. 신문 시장의 붕괴 때문에 보고 싶은 신문을 보지 못하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많다.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독과점 규제는 정당하다.
민주주의는 사회 구성원의 사상과 의견을 존중하는 여론 다양성에 근거한다. 여론 독과점의 폐해는 획일적인 사상을 강요하여 민주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3개 신문의 논조는 동일하다. 이 점에서 여론 상품인 신문의 독과점 규제가 필요하다. 상위 3사의 독과점 점유율을 60%로 일반 상품보다 강화한 이유는 다양한 여론의 보장이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신문·방송 겸업 제한
미 대법원도 “전파 희소성 따른 규제 유효”최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신문법 15조 2항의 교차 소유 금지 조항은 현행 통합방송법의 기본 틀 중의 하나다. 통합방송법은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대기업·외국인·통신사의 지상파 방송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들은 전파 희소성을 근거로 하고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다. 이 조항들로 인해 통신사를 포함한 대기업과 외국자본 및 권력화한 일부 신문의 방송 진입이 막혀 있다. 하지만 사회적 역기능보다 사회적 권력 분산 및 여론 다양성이라는 순기능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일부 보수 신문들은 민영 중심의 방송구조 개편과 함께 신문·방송 겸업 허용 주장을 되풀이 하며 헌법 소원까지 냈다. 이들 신문은 신문 산업의 위기를 지면 개선 및 신뢰도 회복과 경영 합리화보다는 방송 진출로 돌파하려는 의도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들은 여론 독과점이 해소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신문 시장에서 메이저 신문 점유율은 중앙 일간지 기준으로 80%에 이르고 이들이 생산하는 여론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확대·재생산되어 일부 신문의 여론 독과점은 변형된 형태로 강화되고 있다.
교차 소유 허용을 주장하는 보수 신문들은 200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제출한 미디어 규제 완화법안이 미 상원 상무위원회의 겸업 금지 수정법안으로 무력화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 2005년 미 대법원이 미디어 대기업들의 미디어 소유 규제 완화 청원을 기각한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미국의 미디어 대기업들은 케이블 텔레비전 회사 수 증가와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 등장을 들어 “전파 희소성이 공익 규제의 원칙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교차 소유 허용을 주장해 왔다. 국내의 보수 신문들도 똑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여기에 여론 독과점이 해소됐다는 거짓 주장까지 얹어 ‘논란의 길’을 트려 하고 있다.
이들에게 미 대법원의 주요 판결 내용을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케이블 텔레비전 회사 수 증가와 인터넷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도 전파 희소성에 따른 공익 규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영자료 신고 의무화
‘투명성 의무’ 독자 올바른 판단에 기여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
신문법 16조는 일간 신문 사업자가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 구독 수입과 광고 수입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고, 위원회는 이를 검증·공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기업 활동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 ‘다른 사기업과 비교해 차별대우’ 등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는 한국 신문의 특수성과 신문이 가진 공적 기능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외국과 달리 한국 신문사들은 정확한 발행부수와 판매부수를 밝히지 않는다. 일부 신문들은 ‘ABC 협회’를 통해 부수를 검증받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역시 부수 산정 방법에 대한 이견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그 결과 광고시장에서 신문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등장해 광고주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고 광고 집행에서 과학적 방법을 동원한 효과를 중시하지만, 한국 신문은 정확한 판매 부수와 독자 프로파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 신문사가 먼저 부수를 공개하기도 어렵다. 먼저 밝히면 손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신문법의 규정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신문고시’에 대한 위헌 심판에서 경품과 무가지를 제한하는 ‘신문고시’가 합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사업 활동과 재산권 행사의 자유보다는 판매·구독 시장의 정상화를 통해 민주사회에서 신문이 가진 공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문법이 규정한 경영 자료는 신문의 양대 소비자인 독자와 광고주의 판단을 돕는다는 점에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신문법은 또 지분 총수와 자본 내역, 주식(지분)의 100분의 5 이상을 소유한 주주에 관한 사항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투자 위축을 가져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신문이 제공한 정보를 독자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어 자유로운 여론형성에 기여하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투명성 의무’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도 채택하고 있다.
언론중재·구제절차 강화
권력화한 신문에 ‘공적 책임’ 부과는 당연김종천 변호사·한국언론피해상담소장
언론 보도에 따른 피해의 실효성 있는 구제와 구제 절차의 정비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오던 중, 지난해 국회에서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제정됐다.
언론중재법은 4조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보수 신문들은 방송에 비해 그 영향력이 떨어지는 신문에 대해서까지 공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라면, 종류에 관계없이 동일한 공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보수 신문들은 또 인격권의 경중에 관계없이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모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두고도 언론 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격권의 가치에 대해 경중을 계량화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는 위자료 산정 액수의 문제일 뿐 위자료 청구권 자체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보수 신문들은 또 언론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에 대한 대표적 구제 수단인 정정보도 청구와 관련해서도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신문의 속성상 진실한 것으로 믿고서 한 명예 훼손적 표현은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중재법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에 의한 정정보도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기초해 인정되던 정정보도 청구권과는 다른 성격의 권리를 규정한 것이다. 또 언론사의 고의·과실 또는 위법성이 없는 보도라 하더라도 그 보도가 사실과 다른 오보인 경우 그 보도의 대상자는 인격권 등을 침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도 피해를 구제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오히려 손해배상 책임은 지지 않더라도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것이 언론의 임무에 부합하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두고 언론 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