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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0 19:30 수정 : 2006.05.11 01:39

“케이블 탓 인위적 난시청” 훼손된 공청망 복구 시범작업
케이블쪽 수신료 인상 겹쳐 시청자 무료-다채널 선택 눈길

“케이비에스나 엠비시가 잘 나오지 않아 케이블 방송을 신청했다”는 집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난시청 지역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방송사들이 ‘공청망’(MATV)을 훼손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공청망이란 아파트 같은 곳에서 집집마다 따로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고도 하나의 안테나로 여러 대의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는 장치다. <한국방송> 정책기획센터 관계자는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지상파용 공청망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바람에 케이블 방송을 신청하지 않으면 지상파도 볼 수 없는 ‘인위적 난시청’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청망 훼손이 68%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난시청 지역이 아닌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무료 지상파 방송을 돈 내고 보는 시청자들이 상당수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에스비에스> <교육방송>은 5월 중 공동으로 서울 관악구 등 4곳에서 4천 가구를 대상으로 공청망 복구 시범사업을 벌인다. 공청망이 복구되면 시청자들은 케이블 방송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지상파 방송을 깨끗하게 볼 수 있게 된다. 반면 케이블 방송사들은 방송을 내보내려면 망을 새로 까는 등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케이블 방송사들은 “억울하다”고 반발한다. 공청망 사용은 아파트 부녀회 등 건물주의 동의 아래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큰 비용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난시청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2004년 말 기준으로 공동주택의 전국 평균 케이블방송 수신료는 한달에 1392원이었다. 김진경 케이블방송협회 홍보팀장은 “케이블에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게 아니라, 케이블의 ‘공로’를 인정하고 협력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케이블방송 업계는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무료로 보려고 케이블 방송을 끊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케이블 방송에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들어 케이블 방송들이 수신료를 계속 올리고 있는 탓이다. 서울 관악구 봉천5동 ㄱ아파트 3540가구는 월 3630원이던 케이블방송 요금이 지난해 12월 6600원으로 오르자, 아파트 단체계약을 해지한 뒤 공청망 복구를 요구하며 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부산에서도 지난달 수신료 인상 규탄 시위가 잇따랐다. 실제로 올해 들어 4월15일까지 방송위원회에 들어온 시청자 불만 1143건 가운데, 요금 관련 직·간접 불만이 830건으로 73%에 이른다. 그럼에도 케이블 방송사들은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이다. 케이블 방송 가입자가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저가에 수십개 채널을 제공하는 덤핑경쟁은 끝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공청망을 둘러싼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사이의 힘겨루기 배경에는 케이블 방송의 급성장이 깔려 있다. 지금까지 공청망 문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케이블 방송의 빠른 시장 잠식에 위기감을 느끼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케이블 방송의 시청 점유율이 2002년 29.0%에서 2005년 41.8%로 뛰어오르면서 지상파 방송(58.2%)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돈을 더 내고 케이블 방송까지 보느냐, 아니면 무료로 지상파 방송만 보느냐? 선택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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