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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6 19:20 수정 : 2006.05.16 22:57

미셸 뮐레르 프랑스 경제사회이사회 위원
“신문법이 여론다양성 보장…지원 확대해야”

신문법 논란 프랑스는 어떻게 풀었나

헌법재판소는 6월 말께 동아·조선일보가 낸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헌법소원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한다. 〈한겨레〉는 지난 1984년 신문법 위헌 논란을 겪은 프랑스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과 프랑스에서 프랑스 전문가들을 이원 인터뷰했다. 상황이 비슷한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문의 독립성과 여론 다양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국가의 지원을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미셸 뮐레르 프랑스 경제사회이사회 이사장은 16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미디어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경제사회이사회가 내놓은 <신문의 미래, 그 독립성과 다원성의 보장>의 한국어판을 설명하면서다. 경제사회이사회는 프랑스 헌법상 독립된 자문기구로, 프랑스 사회의 현안을 연구해 총리와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또 이날 <한겨레> 파리 통신원을 현지에서 만난 쟝 마리 샤롱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 연구원도 ‘한국에서 신문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 어떤 영향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편집권 독립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신문 산업이 위기를 맞게 돼 토론의 위기를 불러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샤롱 연구원은 파리 소르본대 박사 출신의 미디어 전문가다.

뮐레르 이사장은 이 보고서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을 1984년 제정된 신문법의 한계에서 찾았다. “당시 로베르 에르상이라는 신문 재벌이 신문들을 마구 사들이면서 횡포가 극심했다. 에르상은 신문을 사들인 뒤 자신의 노선에 맞는 신문은 지원하고 그렇지 않는 신문은 폐간시켜 버렸다. 에르상은 자기 가족들에게 신문을 물려주려 했고, 여론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샤롱 연구원은 “당시 총리가 이 법안은 에르상그룹을 해체시키기 위한 법이라고 했고 모두들 ‘안티 에르상 법’이라고 불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신문법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신문 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거대 자본들의 신문 장악은 계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지난 2004년 3월 전투기 제작업체 세르주 닷소가 보수신문 <르 피가로>를 사들였다. 또 그해 11월엔 은행가 에두아르 드 로칠드가 진보신문인 <리베라시옹> 지분 37%를 사들여 대주주가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이 보고서라고 뮐레르 이사장은 강조했다. “보고서는 신문의 창간 지원과 국가 지원 조건 개선 등을 맡을 독립 기구로서의 신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의 신문법을 정비해 신문기본법을 새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신문을 지원하는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복잡한 국가 지원 체계를 바꾸고, 신문 유통망을 개선하도록 정부가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샤롱 연구원은 정부의 지원에 대해 “언론 자유 실현을 위해서는 여론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법을 만들어 신문사를 지원하는 이유다. 프랑스 사회는 이러한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언론 자유는 발행인의 자유이며, 정부 지원은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낸 국내 보수 신문들과는 상반된 생각이다.

뮐레르 이사장은 ‘이 보고서가 정부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보고서가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될 경우, 법안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했다. 이 보고서 69쪽에는 연구에 참여한 프랑스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투표 결과가 나와 있다. 총 203명 가운데 찬성이 199명이었고 기권이 4명이었다.

정혁준 기자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문법은 여론 독점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20여년전 법 제정 때 취재
르몽드 라베 전 미디어 팀장

프랑스 고위 정치인들이 비밀계좌를 사용하고 있다는 ‘클리어스트림 스캔들’을 최근 폭로한 프랑스 <르몽드>는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렵사리 약속을 한 끝에 르몽드의 전 미디어 담당 책임자 이브 마리 라베 기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스캔들로 어수선한 프랑스 정계를 취재하는라 바쁜 그에게, 시간을 거슬러 1984년 신문법 제정 당시의 상황을 물었다.

-프랑스에서 신문법이 만들어질 때 상황은 어떠했나?

=당시는 미테랑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 되는 해였고, 1976년부터 자본 구조가 약한 신문사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로베르 에르상 그룹의 사세 확장이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 다수의 신문을 거느리고 정부와 대치하는 에르상 그룹에 대한 견제 여론과 신문 시장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는 르몽드와 <리베라시옹>의 요구 속에서 신문법이 만들어졌다.

-신문법의 기본 취지는 무엇이었나?

=한마디로, 투명성과 다양성의 확보다.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먼저 독자들이 사주와 주주가 누군지, 누가 신문을 만드는지를 알아야 했다. 다양성과 관련해선, 프랑스인이든 한국인이든 누구나 다양한 언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프랑스 신문법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 법으로 제정됐지만, 구속력이 없었다. 실제 다양성이 확보되기까지는 90년대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신문법보다는 에르상이 죽어 그의 확장세가 멈추면서부터였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 신문법의 의미는 무엇인가?

=신문법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기자들의 정신과 의식에 막대한 영향을 준 것이다. 거대한 자본의 힘에 맞서 싸워나갈 주체는 바로 기자라는 생각을 깨닫게 해 주었다.

-신문사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

=신문이 진정으로 힘써야 하는 일은 국가와 싸우는 게 아니라 도덕적·윤리적 규범을 지키는 일이다. 또 더 경계할 대상은 국가가 아니라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언론 환경의 변화이다.

글·사진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gminchoi7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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