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뮐레르 프랑스 경제사회이사회 위원
“신문법이 여론다양성 보장…지원 확대해야”
신문법 논란 프랑스는 어떻게 풀었나
헌법재판소는 6월 말께 동아·조선일보가 낸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헌법소원에 대해 최종 판단을 한다. 〈한겨레〉는 지난 1984년 신문법 위헌 논란을 겪은 프랑스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과 프랑스에서 프랑스 전문가들을 이원 인터뷰했다. 상황이 비슷한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문의 독립성과 여론 다양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국가의 지원을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미셸 뮐레르 프랑스 경제사회이사회 이사장은 16일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미디어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7월 경제사회이사회가 내놓은 <신문의 미래, 그 독립성과 다원성의 보장>의 한국어판을 설명하면서다. 경제사회이사회는 프랑스 헌법상 독립된 자문기구로, 프랑스 사회의 현안을 연구해 총리와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한다.
또 이날 <한겨레> 파리 통신원을 현지에서 만난 쟝 마리 샤롱 프랑스 국립사회과학원 연구원도 ‘한국에서 신문법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 어떤 영향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편집권 독립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신문 산업이 위기를 맞게 돼 토론의 위기를 불러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샤롱 연구원은 파리 소르본대 박사 출신의 미디어 전문가다.
뮐레르 이사장은 이 보고서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을 1984년 제정된 신문법의 한계에서 찾았다. “당시 로베르 에르상이라는 신문 재벌이 신문들을 마구 사들이면서 횡포가 극심했다. 에르상은 신문을 사들인 뒤 자신의 노선에 맞는 신문은 지원하고 그렇지 않는 신문은 폐간시켜 버렸다. 에르상은 자기 가족들에게 신문을 물려주려 했고, 여론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샤롱 연구원은 “당시 총리가 이 법안은 에르상그룹을 해체시키기 위한 법이라고 했고 모두들 ‘안티 에르상 법’이라고 불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신문법은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신문 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거대 자본들의 신문 장악은 계속되고 있는 점에서다. 지난 2004년 3월 전투기 제작업체 세르주 닷소가 보수신문 <르 피가로>를 사들였다. 또 그해 11월엔 은행가 에두아르 드 로칠드가 진보신문인 <리베라시옹> 지분 37%를 사들여 대주주가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이 보고서라고 뮐레르 이사장은 강조했다. “보고서는 신문의 창간 지원과 국가 지원 조건 개선 등을 맡을 독립 기구로서의 신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기존의 신문법을 정비해 신문기본법을 새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신문을 지원하는 투자회사를 설립하고, 복잡한 국가 지원 체계를 바꾸고, 신문 유통망을 개선하도록 정부가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샤롱 연구원은 정부의 지원에 대해 “언론 자유 실현을 위해서는 여론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법을 만들어 신문사를 지원하는 이유다. 프랑스 사회는 이러한 합의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언론 자유는 발행인의 자유이며, 정부 지원은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낸 국내 보수 신문들과는 상반된 생각이다. 뮐레르 이사장은 ‘이 보고서가 정부 정책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보고서가 경제사회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될 경우, 법안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했다. 이 보고서 69쪽에는 연구에 참여한 프랑스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의 투표 결과가 나와 있다. 총 203명 가운데 찬성이 199명이었고 기권이 4명이었다. 정혁준 기자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e@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문법은 여론 독점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20여년전 법 제정 때 취재
르몽드 라베 전 미디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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