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8 19:03
수정 : 2006.07.28 22:23
“이름보다 얼굴 안보여 막말” 실효성 의문
“다수 위장한 여론 왜곡 예방 가능” 찬성도
‘게시판형 전환’ 등 댓글 시스템 개선 효과적
정부·여당 ‘제한적 본인 확인제’ 논란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8일 도입하기로 한 인터넷 게시판의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오랫동안 인터넷에서 논란을 불러온 ‘뜨거운 감자’였다. 이름은 제한적 본인 확인제로 바뀌었지만,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인 셈이다.
당정은 ‘연예인 엑스파일 사건’, ‘신생아 학대 사건’, ‘개똥녀 사건’ 등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명예훼손과 모욕이 익명성 때문이라며 건전한 사이버 문화의 조성을 위해 본인 확인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보·인권단체들은 “실효성도 없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만 억압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효성 있나?= 본인 확인제의 대상인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들은 이미 대부분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엔지오학과 교수는 “인터넷 방문자의 80% 이상이 포털로 집중되고 있고, 사이버 폭력도 대부분 포털 뉴스의 댓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포털이 이미 실명제를 하고 있어 상징적 의미를 빼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실명제가 사이버 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예방효과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임수경 악플’(악성 댓글) 사건이다. 임수경씨 아들이 숨졌다고 보도한 기사의 댓글에 ‘빨갱이’, ‘인과응보’, ‘아들이 업보를 짊어졌다’ 등의 악의적 댓글을 달아 처벌된 누리꾼들은 익명이 아니라 실명을 사용했다. 이들이 댓글을 올린 <조선닷컴>은 글을 쓸 때 실명을 요구했다. 또 100% 실명제로 운영하는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에서 벌어진 사이버 폭력은 더욱 큰 개인정보 침해로 확대된다.
김영홍 함께하는 시민행동 정보인권국장은 “사이버 폭력은 익명성이 아니라 서로 마주보지 않고 이뤄지는 비대면성과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가 천박한 탓에 발생한다”며 “본인 확인제를 한다고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범수 동아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인터넷 게시판은 익명성을 담보로 소수가 다수를 위장하거나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실명제 도입으로 활발한 토론을 불러 양질의 댓글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본인 확인제에 찬성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 본인 확인제가 사이버 폭력을 근절하는 대신 표현의 자유만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 교수는 “본인 확인제를 실시해 용감한 고발과 과감한 비판의 원동력이었던 익명성과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가 사장될까 우려된다”며 “강제적 수단 동원보다는 댓글 시스템의 개편과 같은 자율적 정화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가 ‘뉴스댓글’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악성 댓글을 줄인 게 좋은 사례다. 네이버는 지난 4월 한줄로 댓글을 다는 ‘방명록’ 형태에서 제목과 그 안의 내용을 쓰도록 한 ‘게시판형’으로 뉴스댓글을 전환했다. 개편 이후 하루 평균 댓글 수는 30%쯤 줄었고, 댓글 이용자 수도 25% 가량 하락했다. 반면 악성댓글 판별 기준인 댓글삭제 비율은 11%에서 6%로 떨어져 50% 이상의 ‘악플’ 감소 효과를 보였다. 네이버의 이경률 대리는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댓글 시스템을 개선하면 악성 댓글을 줄이면서 누리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찬 이정국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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