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2 20:25
수정 : 2006.08.02 20:25
신문광고시장 위축 따른 고육책…기사읽기 방해 역효과 우려도
광고가 신문 지면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7월26일치 〈문화일보〉 3, 5면을 보면 엘지 휘센 에어컨 광고가 지면 오른쪽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기사는 광고 밑에 깔렸다. 파격적이다. 기사가 지면의 상석을 광고에 내준 것이다.
오랜 세월 신문광고 하면 으레 지면 아래쪽에 위치한 5단 가로 광고였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광고의 위치와 모양이 변화무쌍해졌다. 이른바 ‘변형광고’라 불린다.
1면 가운데를 기둥처럼 치고 올라오는 변형광고는 이제 독자들의 눈에 익숙해졌을 정도다. 7월28일치 〈한겨레〉 3면 에스케이텔레콤 기업 이미지 광고는 지면 오른쪽 상단부터 하단까지 내리닫이로 실렸다. 6월12일치 〈동아일보〉는 에어컨 광고가 14~15면 펼쳐지는 두개 면의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중앙일보〉 4월24일치 사회면 한가운데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연상시키는 나이키 광고가 자리잡았다.
이런 변형광고가 노리는 것은 광고 효과다. 한국광고주협회 홍헌표 팀장은 “독자들이 기사를 읽으면서 광고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니까 광고의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형광고의 광고료는 일반광고의 1.3~1.7배 정도 된다.
한겨레신문사 유상진 광고기획팀장은 “광고 효과가 높기 때문에, 그만큼 일반광고보다 광고료를 더 받는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형태의 변형광고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형광고의 등장은 신문 광고시장의 위축과 맞물려 있다. 신문광고 시장 규모는 2003년 1조8천억원에서, 2004년 1조7436억원, 2005년 1조6724억원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케이블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전체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형광고는 신문광고 시장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이다.
다만 변형광고가 애초 예상만큼 크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은 탓이다. 제일기획 서창교 인쇄매체국장은 “광고 모양을 바꾸는 디자인 기획이 어렵고 광고료가 비싼데다, 변형광고를 실으려면 편집국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편집국의 일반적인 정서는 아직까지는 변형광고에 부정적인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광고주협회 홍헌표 팀장은 “신문사 경영에서 광고 의존도는 높은데 광고시장은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편집국에서 변형광고에 대해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변형광고의 지나친 확산은 지면뿐 아니라 광고 효과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편집 부문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한국편집기자협회 김윤곤 회장은 “억지 변형광고는 신문의 질을 떨어뜨리고 독자들의 기사 읽기를 방해해 결국엔 광고까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신문사 내부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도를 넘는 변형광고를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면에서 기사와 광고의 불편하지 않은 동거, 다매체시대를 헤쳐나가고 있는 신문에 또 하나의 숙제가 안겨졌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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