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16 20:04
수정 : 2006.08.16 20:52
방송위, 월드컵·올림픽 편성특혜 폐지 검토…“자율 맡겨야” 반론도
2008년 올림픽과 2010년 축구 월드컵 때는 방송사들의 동시·중복 중계방송 행태가 바로잡힐 수 있을까?
독일 월드컵 당시 비난이 쏟아졌던 방송 3사의 ‘올인’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방송 3사 사장단 합의까지 깨고 〈에스비에스〉가 자회사를 통해 2010~2016년 올림픽과 2010·2014년 축구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계약한 데서 드러났듯이, 방송사들의 자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묘안’을 검토하고 있다. 3개 채널 이상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를 동시·중복 중계하면, 오락 프로그램의 비율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방송법 시행령은 방송 3사에 대해 오락 프로그램의 비율이 전체 방송 프로그램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원칙적으로 오락 프로그램에 포함되지만, 월드컵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은 경기는 이 비율에서 제외하는 ‘특혜’를 줘왔다.
방송위의 분석 결과를 보면, 6월9일 독일 월드컵 개막 이후 한국이 16강 진출을 다퉜던 6월23일 스위전까지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비율은 〈에스비에스〉 66%, 〈문화방송〉 51%, 〈한국방송 2 TV〉 45%, 〈한국방송 1 TV〉 31%에 이른다. 스포츠 경기를 동시·중복 중계할 때 오락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면, 오락 프로그램의 비율이 50%를 훨씬 넘게 된다. 지금은 방송사들이 동시·중복 중계를 하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더 강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최구식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은 지상파방송사들이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경기대회를 같은 시간에 동시 중계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길환영 편성기획팀장은 “문제는 고쳐야 하지만, 방송협회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 평가분석부 김명희 부장도 “여론 등 사회적 압박을 통해 방송사들이 스스로 시정하도록 하는 게 사실은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율이냐 아니면 타율이냐, 결국 방송 3사가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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