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국을 앞둔 한 소출력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진행자가 방송원고를 읽고 있다. 경기 분당에프엠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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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국? 실용화 시험국? 3월 개국 불투명
“방송위·정통부의 힘겨루기” 비판…8개 사업자들 공동대응키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소출력 라디오의 위상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개국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출력 라디오란 에프엠 주파수(88~108㎒) 대역에서 1와트 정도의 약한 출력을 이용해 제한된 지역에 송출하는 지역 밀착형 ‘동네 방송’이다. 방송위는 소출력 라디오를 ‘지상파 방송국’으로 규정했다. 이에 반해, 정통부는 ‘실용화 시험국’ 형식으로 허가를 내주겠다는 태도다. 전파법상 실용화 시험국은 ‘실용화를 위해 시험적으로 운영하는 무선국’을 말한다. 사업자들은 방송위에 허가 신청을 낸 뒤 정통부로부터 전파 허가권을 얻어야 방송을 할 수 있다. 방송위와 정통부는 지난해 6월 방송통신정책협의회를 열어 소출력 라디오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으면서도 각자 딴소리를 하는 것이다. 방송위에서는 “실용화 시험국은 방송 심의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서 “좁은 지역이지만 정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라디오를 실용화 시험국으로 허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 지난해 7월께 ‘시험방송의 지위’에 대해 논의할 때 정통부가 “방송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해 지상파 방송국으로 허가추천을 받았는데 개국을 앞두고 정통부가 태도를 바꾼 것은 ‘딴지걸기’라는 것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방송정책에 대한 정통부의 월권”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통부의 말은 이와 다르다. 정통부는 방송위와 합의한 ‘시험방송 운용’이라는 조항은 “정규방송을 하기 전에 기술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한 뒤 정식허가를 내주겠다는 뜻”이라고 항변한다. 소출력 라디오 사업자들이 전파에 대해 문외한이 많기 때문에 1년 동안 실용화 시험국으로 방송해보고 정식허가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잠깐 방송하고 말 것도 아니니, 1년 동안 충분한 시험기간을 거친 뒤 정식방송을 하면 더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방송위가 기술적인 문제는 배제한 채 너무 (소출력 라디오의) 공적 책임만 강조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현행 전파법에는 ‘(정통부가) 방송위의 추천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방송위와 합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위와 정통부 실무진들이 4일 만나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지만 각자의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이 때문에 8개 시범사업자들은 방송위와 정통부 양쪽의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음달 14일 개국예정인 경기 분당에프엠방송의 한 관계자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도 그렇고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실용화 시험국으로 개국하면 1년 동안은 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을 하다가 문을 닫아버리는 업체가 생겨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국으로 출범한 뒤 기술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보완하면 되지 않으냐”고 나름대로의 해법도 제시했다. 송덕호 미디어연대 대표는 “방송위와 정통부가 방송허가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며 “소출력 라디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정통부나 협의를 똑부러지게 못한 방송위 모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8개 사업자들은 4일 오후 ‘관악공동체 라디오 에프엠 방송국 후원의 밤’ 행사에 앞서 회의를 열어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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