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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24 18:21 수정 : 2006.09.25 14:32

반론·정정보도 청구 타당하면 주저없이 지면할애
민·형사 소송에선 ‘공익성·진실성’ 입증해야

[초점, 한겨레] 네…하지만 상대 명예 헤아리려 노력해요

우린 가끔 ‘언론사의 기사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다’는 뉴스를 접합니다. 정론직필을 자랑하는 〈한겨레〉도 명예훼손으로 인한 소송을 당하느냐고요? 네, 〈한겨레〉도 명예훼손 소송의 피고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한겨레〉의 명예가 심하게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지요. 〈한겨레〉가 거의 날마다 엄청난 분량의 기사를 세상에 쏟아내다 보니 이로 인한 송사가 생기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통상 한겨레신문의 기사 때문에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기사를 쓴 기자에게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를 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 및 정정보도를 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한겨레〉는 신문 지면을 주저 없이 할애합니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법원에 민·형사 소송을 하는 분들도 많답니다. 민사소송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흔히 반론 및 정정 보도와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이 청구되며, 형사고소의 경우에는 해당 기자만이 아니라 담당 부서장(데스크), 편집인, 발행인 등이 함께 피고소인 신분이 되는 경우도 많죠.

명예훼손 논란이 되는 신문기사에 대해 우선 민사소송의 경우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가 책임을 면하려면 해당 기사가 ‘공익성이 있고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설사 언론사가 누구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했더라도 해당 기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법관이 인정하면 언론사는 법률적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형사고소사건도 이와 유사합니다.

지금도 〈한겨레〉는 8건의 명예훼손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과거에 비하면 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한겨레〉가 피고였던 명예훼손 사건들의 승률(?)은 어떨까요? 최근 들어 이렇다할 패배의 기억은 없습니다. 정확한 기사를 위해 발품 팔며 ‘확인 또확인’이 몸에 밴 우리 기자들과 현명한 판사들 덕분입니다.

최근 법원 판결 중에 큰 건은 〈한겨레〉에 연재됐던 ‘언론권력’ 시리즈 관련 소송입니다. 당시 언론시장의 75%를 점하고 있다는 거대언론들이 정치권력 이상의 영향력을 휘두르는데도 그 내부 실체고발은 금기시되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는 당시 언론계 안팎에서 성역을 깨는 보도였다고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조선일보사와 동아일보사는 일부 기사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17건의 기사와 3건의 만평에 대해 70억원짜리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3년여 동안 시리즈의 의미와 실체를 둘러싸고 공방이 전개됐던 것입니다.

2004년 10월22일 재판부는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도 고조되어 가게 되자, 전통 있는 유수 언론사나 그 사주의 지난 행적을 다시 한번 밝혀내고 그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하여 올바른 언론의 사명 내지 언론관을 일깨우고 바람직한 언론상을 세워보자는 열망이 그 바탕에 자리잡고 있음을 능히 추측할 수 있고, 이러한 시대적 요청, 국민적 열망, 그리고 이에 부응하여 올바른 언론상을 세워보겠다는 언론의 각오 등도 이 사건 각 기사에 관련된 위법성을 평가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한다고 볼 실제적 및 이론적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보여진다”고 판결하여 언론사적으로 가지는 의미를 크게 했습니다.


훌륭한 의사는 병을 낫게 하기보다는 예방하는 사람입니다. 같은 이치로 보도와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보다는,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사실에 충실하고 보도 대상자의 명예감정을 헤아리는 기사를 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한겨레〉가 추구하는 가치도 이와 같습니다.

이태경 red1917@hani.co.kr/

경영지원실 법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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