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3.10 18:42 수정 : 2005.03.10 18:42

[현장] 목표량 채우랴 단속 피하랴 ‘겹눈치’

오후 늦도록 문 안열고 연 곳은 ‘개점휴업’
“불법조장 본사는 왜 조사않나” 볼멘소리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북아현동의 한 신문사 지국. 총무를 보는 40대 여성이 혼자 사무실을 지켰다. “공정위 직원들이 경품·무가지 단속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판촉하는 데 경품을 안 줄 수는 없고….” 그는 “경품이나 무가지 비중이 유료부수 대금의 20%를 넘지 않도록(신문고시에서 정해놓은 상한선) 잘 조절하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조사를 하든 안 하든 본사에서 지국에 요구하는 실적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몸은 사리되 경품 등을 이용한 판촉은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4월부터 신고 포상금제가 실시되면 ‘신파라치’(신문시장의 불법행위를 전문적으로 고발하는 사람)가 극성을 부려 판촉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8일 신문사 지국에 대한 직권조사에 나서자, 지국들은 비상이 걸렸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독자감시단과 함께 9일 아현동 일대 지국들을 돌아다녀보니, 오후 늦도록 문을 열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문을 열었어도 거의 ‘개점휴업’인 곳이 많았다. 민언련 독자감시단 말로는 7일 찾아갔던 경기 고양시 일산 지역의 지국들도 저녁때까지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5월 공정위가 지국을 직권조사했을 때, 몇몇 지국이 갑자기 들이닥친 단속반원들한테 장부를 뺏겼던 사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 취재진이 서울 시내 몇몇 지국에 전화를 해보니, 지국 관계자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곳곳에서 “이번에도 본사는 조사 안하고 지국만 두들기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공정위가 올해 상반기 중 본사 직권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5~7월 8개 신문사 211개 지국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해 신문고시를 위반한 175곳(82.9%)에 과징금·시정명령·경고조처 등을 내렸다. 이때 물린 과징금은 모두 1억8천여만원이었다.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하겠다고 밝힌 지국은 494곳으로 지난번에 비해 2배가 넘는다. 이번에 위반사실이 드러난 지국들은 매출액의 최대 2%까지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서울 노원구 공릉에서 ㅈ일보 등 4개 신문을 취급하는 한 지국장은 “왜 또 우리만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은 대부분의 신문들이 지국의 고객 정보를 본사 시스템에서 총괄 관리하기 때문에 본사를 조사하면 훨씬 많은 불법행위를 적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조사 때는 이중 장부를 만들어 단속을 피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단속반원들이)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빼내간다고 하더군요. 언제 당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한달 목표치에 미달하면 경고장을 받고 본사에 내야 하는 지대가 높아지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규모가 작은 신문사의 한 지국장은 “지국만 또 두들겨 맞을까 봐 걱정이 된다”면서도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정위가 단속을 하려면 ‘강력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8년 동안 ㅈ일보 지국장을 했던 김동조 신문판매연대 대표는 공정위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본사가 지국 쪽의 불법판촉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것을 공정위가 잘 알고 있으면서 본사 조사를 미루는 게 말이 됩니까? 본사는 시간을 벌며 준비를 할 테고 공정위가 뒤늦게 본사 조사를 해도 별 성과가 없을 거예요. 강도짓을 시킨 사람은 처벌 안하고 왜 나름대로 피해자인 사람들(지국)만 건드리는지….”

김영인 기자 sophia@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