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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4 15:51 수정 : 2005.03.14 15:51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

잇단 ‘망언’ 지만원·조갑제 “그들을 키운 건 팔할이 조선”

지난 12일 <조선일보>의 사설 제목은 ‘대한민국의 존엄을 일본 도발에서 지켜내라’였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민족의 자존심과 영토의 보존, 국민의 보호라는 국가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번쩍 깨어나라”고 정부에 주문하며 ‘반일’을 외쳤다. 그렇지만 조선일보가 ‘대한민국의 존엄을 일본 도발에서 지켜내라’고 부르짖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생뚱맞다’.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가 일본 월간지 <정론>에 "일제 식민지는 축복…일본에 감사해야"라고 기고를 한 이후 한씨의 발언에 동조하는 극우인사들의 ’동조 친일발언’이 잇따랐다. 지만원씨, 임광규 변호사,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등이 한승조씨의 친일 발언에 과감히 ’동반 자살’을 감행한 명단들이다.

앞다퉈 문제의 발언을 쏟아낸 한승조, 지만원, 임광규, 조갑제… 이들의 공통점은 ’일제 식민지는 축복’이라는 ’친일 선언’ 말고도 있다. 이른바 우리 사회에서 ’극우 혹은 우익인사 명단’의 앞자리에 놓이는 사람들이다. 또 한가지가 있다. 미당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을 오늘의 친일파와 극우인사로 키워낸 것은 ’팔할이 조선일보’라는 점이다.


▲ 한승조씨의 친일망언에 대해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나선 지만원씨. 김미영 기자
한승조씨, 지만원씨, 조갑제씨, 임광규씨 등의 오늘은 조선일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들이 조선일보를 바탕으로 활동하며,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친일세력’이라기보다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에 반대하며 미국과의 동맹강화를 주창해온 우익세력으로 자리매김해왔으며 조선일보의 단골 필진으로 자주 지면에 등장해왔다. 부연할 필요 없이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는 조선일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4월 지만원씨가 “대통령은 주체사상말고는 아는 게 없고, 간첩을 접선했던 사람, 반국가단체 간부를 지낸 사람 등 (기록에 나타난 것만) 60여 명의 국회의원이 친 김정일 의정활동을 했다”며 ‘돌아온 야인시대’라는 제목으로 낸 광고를 실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승조, 임광규 등의 일거수일투족 “<조선>에 물어봐!”

‘친일 선언’ 1호인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익단체인 자유시민연대의 공동대표로 보수인사들의 성명서 발표나 시국강연회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으며, 그가 사회적 목소리를 낼 때마다 조선일보를 통해서 주요하게 보도됐다.

지난 2001년 10월30일 언론사 세무조사와 대주주 구속 등이 이어지자 조선일보는 자유시민연대의 성명서를 인용해 “구속된 언론사 대주주를 석방하고 사태를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언론사수 구속’과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규정한 조선일보의 주장을 확대재생한 해준 자유시민연대의 성명을 다시한번 지면을 통해서 홍보한 것이다.

또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입법’과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조선일보는 지난해 7월23일에는 서울시 교육감선거와 관련 한승조씨를 비롯해 김동길, 송복 전 연세대 교수 등이 “전교조 출신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될 경우 학생들에게 편향된 의식화 교육이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의 뜻을 표하자 이를 적극 보도했다.

지난해 11월6일에는 임광규 자유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변호사), 조갑제 <월간조선> 발행인 등이 참석한 보수인사들의 시국강연회 내용을 비중있게 보도해 이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지만원,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사실상 <조선>이 키운 인물

일본 극우파를 능가하는 잇단 망언으로 비판의 도마에 오른 지만원씨는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와 더불어 조선일보의 ‘띄우기’로 오늘의 지명도를 얻은 극우인사다. 조선일보는 수시로 지면에 지만원씨의 칼럼과 기고글을 실어 지만원씨를 대중에 알려왔고, 지씨의 논리를 전파해왔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1년 6월 북한의 서해상 NNL 침범과 12월 동해에서의 일본 순시선과 괴선박간의 교전, 2002년 6월 서해교전이 벌어지자 지만원씨의 시론과 기고를 잇달아 실어, 지씨의 논리를 전파했다.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는 20여년전 월간조선의 기자로 시작해 편집장과 대표이사를 거치며 조선일보의 논조를 대표하는 논객으로 자리매김했다. 조 대표는 최근에도 ‘현대사 토요강좌’와 칼럼을 통해 박정희 전대통령의 치적을 미화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보수파의 논리를 부단히 전파하고 있다.

한승조, 지만원, 임광규 “각성하라”, 그런데 조갑제는 왜 빼?

▲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김태형 기자
조선일보는 지면으로 후원해 오다시피한 이들 극우인사의 친일발언이 돌출하자, 3월7일자 사설 “일제 지배가 ‘축복’이라는 비틀린 역사관”에서 “한승조씨의 역사 인식은 잘못됐을 뿐더러, 많이 배우고 오래 가르쳤던 인사로서의 사려깊은 행동이 아니다”고 꾸짖었다.

일본 우익단체의 교과서 왜곡문제가 불거지자 조선일보는 12일 “대한민국의 존엄을 일본 도발에서 지켜내라”는 사설로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영유권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자고 주문하고 나서며 우익인사들의 ’친일선언’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조선일보의 사설이나 칼럼은 한승조씨 때와 달리 지만원씨나 조갑제씨의 친일발언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월간조선의 조갑제 대표는 한승조씨의 발언이 불거지자 “친일보다 나쁜 것은 친북”이라는 글을 통해 노골적으로 일제 강점기 친일세력을 적극 옹호했다.

이런 조선일보사의 이중적 잣대는 지만원씨의 망언에 대한 시각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씨는 5일부터 14일까지 자신의 홈페이지(systemclub.co.kr) 등에서 “한승조 교수에게 돌을 던지지 말라”, “일본의 선진화된 과학 기술과 절제된 정신이 잠자던 조선인들에게 커다란 자극이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자결해야 한다”는 등의 망언을 연이어 쏟아냈음에도 조선일보는 제대로 된 비판 한번 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면에 [시론]과 [기고]를 통해서 지만원씨를 비중있게 소개하고 그 견해를 전파시켜온 조선일보의 입장에서 보면, 지만원씨의 발언의 파장이 어느 때보다 대중성이 높고 화제가 되는 데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 지난12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조선일보>의 친일관련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프레시안, “조선일보는 조갑제 친일발언부터 조처하라”

이러한 조선일보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서 <프레시안>은 지난 12일 “ <조선일보>, ‘조갑제 친일’ 놔두고 ‘반일’?”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가 일본 극우의 교과서 왜곡 파동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기 앞서 조선일보 그룹내 ‘친일 청산’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한승조 망언 당시 조선일보 계열사인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의 “친일보다 나쁜 것은 친북”이라는 글을 지적하며 <조선일보>가 일본 극우의 역사왜곡 준동과 이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으려면 우선적으로 조갑제 친일망언에 대한 조처를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은 “조선일보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조처를 하지 않고 일본 극우의 망동을 비판하거나,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삼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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