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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7 09:50 수정 : 2005.03.17 09:50

지난 8일 신혜식 대표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사실을 보도한 <인터넷 독립신문> 기사. <인터넷 독립신문> 화면 캡쳐.



언론중재위, 인터넷독립신문이 <한겨레> 상대로 낸 청구 기각

<홍길동> 전에서 홍길동은 깊은 번뇌 끝에 부모형제를 등지고 길을 떠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고로. 홍길동전의 ‘호부호형’은 여러해전 개그 소재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머는 이렇다.

번민 끝에 집을 떠나는 홍길동에게 홍 대감이 말한다. “이제 너에게 호부호형을 허하노라.” 홍길동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호부호형을 허하신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러니 호부호형을 허한다 하지 않았느냐.” 여전히 길동의 결심엔 변화가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호부호형을 허하신들 무슨 소용이 있사옵니까.”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극우를 극우라 부를 것을 허하노라.”

인터넷독립신문, ’미 대사관 극우만 친구’ 기사에 발끈

극우단체의 대변지 노릇을 하고 있는 <인터넷 독립신문>은 지난 8일 언론중재위원회에 <한겨레> 보도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지난 2월18일자 <한겨레> 6면 “미 대사관 ‘극우’만 친구?” 기사 가운데 일부 내용을 문제 삼은 것이다. 주한미국대사관이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 등이 운영하는 영어프로그램 ‘예스’의 견학단이 주한미국대사관 주선으로 미국 백악관, 국방부 등을 방문한 데 대한 비판기사였다. 주한미국대사관이 극우단체 대변지 구실을 하고 있는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 등에게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했다”며 감사장을 수여한 것도 기사에서 지적했다.

하지만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신 대표는 “독립신문은 폭력단체를 옹호하는 신문사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어 독립신문의 명예를 크게 훼손, 정정보도를 요청한다”며 아래 대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극우단체들의 대변지 구실을 하고 있는 <인터넷 독립신문>은, 이 신문의 신혜식(37) 대표 등이 운영하는 ‘예스’(Young English Speakers)의 미국 견학단이…”

신혜식씨 “우리는 폭력단체 대변지 자처한 바 없다”
신씨, 시청앞시위로 징역1년6월형

신혜식씨의 주장은 “‘극우’란 불법적이며 반(反)법치주의적이고 폭력행위를 일삼는 우익(자유민주주의자)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 독립신문은 폭력단체의 대변지 구실을 자처한 바 없다”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 7일 <인터넷 독립신문> 기사에서도 “우리 독립신문과 3·1 국민대회 참석 단체들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불법적인 행위도 물론 하지 않았다”며 “다만, 그동안 우리가 애국시위에서 다소간의 소란이 있었던 것은 경찰이 합법적인 인공기 소각이나 시위진행을 방해하는 데 대한 항의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신씨의 이러한 주장과 별개로 지난해 10월4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수호 국민대회’에서 “무리한 집회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고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은데다…” 등의 이유로 신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씨가 언론중재위원회에 <한겨레>에 보도되기를 요청한 정정보도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본지가 지난 2월28일자 6면에 “미 대사관 ‘극우’만 친구?” 제하의 기사에서 “독립신문이 극우단체의 대변지”라고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결과 독립신문은 극우단체를 대변한 사실이 없으며, 사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북한인권을 옹호하는 애국보수 신문사이기 때문에 바로 잡습니다.”

중재위 “인터넷 독립신문 <한겨레> 보도 피해자라 보기 어렵다”

언론중재위원회의 결정이 16일 내려졌다. 중재위의 결정내용이다.

“신청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독립신문이 극우단체들의 대변지 구실을 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 중 극우단체를 대변한다는 말은 사실관계의 오류가 아니라 언론의 평가적 의견이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신청인은 정정보도청구권을 행사할 만한 이유가 없어 신청인을 법 소정에서 의한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언론중재위원회는 극우단체들의 대변지 구실을 하고 있는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의 정정보도청구 요청을 “기각”했다.

신 대표는 이에 대해 “중재위 결정을 존중하지만, ‘언론사의 생각이 그렇다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한겨레>에 대해서도 ‘극좌언론’이라고 불러도 된다는 뜻이다”며 “변호사와 상의해서 민·형사 고발을 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현행법상 언론사의 인터넷판 기사나 인터넷신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대상이 아니어서 <한겨레> 기사에 대해서만 중재를 신청했다.

신혜식씨 “그러면 <한겨레>를 극좌언론이라고 불러도 되나”

‘극우단체의 대변지’라는 표현이 못내 불편해 <한겨레>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까지 한 <인터넷 독립신문>은 정작 자신의 기사에서는 <한겨레>를 비롯한 일부 매체를 ‘친북성향’이라고 표현해왔다.

지난 7일 <인터넷 독립신문>에 실린 “독립신문이 극우 대변지?”라는 제목의 기사다.

“[한겨레], [프레시안] 등 친북성향의 언론매체들이 자유우익진영 시민단체들에 대해 ‘극우단체’라는 표현을 남발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친북언론의 대표 격인 [오마이뉴스] 역시 지난해부터 자유우익진영 단체들의 집회에 대해 종종 ‘극우’라는 표현을 사용해 해당단체들에 불쾌감을 안겨주곤 했다.”

보수·우익은 삼일절에 다른 나라의 국기를 흔들지 않는다

언론중재위의 결정에 대해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하겠다”라고 인터넷독립신문쪽이 반응한 것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호부호형을 허하신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라며 길떠나는 홍길동을 닮았다.

우익과 보수란 민족적 색채를 강하게 띤 애국주의, 공동체주의, 민족주의자다. 제대로 된 우익과 보수는 국가공동체나 사회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무릅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우익은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해 민주주의를 유린한 집단을 추앙할 수도 없고, 삼일절 광복절과 같은 민족적 기념일에 성조기를 흔들지도 않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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