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3 21:03
수정 : 2005.01.13 21:03
윤호진 연구원, 매체비평 프로 비판론에 쐐기
“기자들, 이제 더 엄격하게 자기검열을 해야 할 겁니다.”
윤호진(사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문화방송〉 기자들의 ‘구치 파문’과 관련해 13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있어 이번 일처럼 기자들이 유혹을 받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기자 사회가 다소 투명해졌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다소 위안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방송진흥원이 낸 방송 프로그램 비평 전문학술지 〈프로그램/텍스트〉 11호에 ‘매체비평의 일상화와 언론개혁의 의제화를 위하여’라는 글을 기고했다. 주로 〈한국방송〉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를 분석한 글이지만, 문화방송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을 그에 견줬고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과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구치 파문’ 국면에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윤 연구원은 ‘미디어 포커스’와 ‘뉴스서비스 사실은’을 각각 ‘안단테’(느리게) ‘스타카토’(짧게 끊어)로 비교했다. ‘미디어 포커스’가 정석에 토대를 둔 세력바둑이라면, ‘뉴스서비스 사실은’은 수 싸움에 밝은 전투바둑이라는 것이다. 또 ‘미디어 포커스’ 제작진이 전원 보도국 기자 출신인 반면, ‘뉴스서비스 사실은’은 기자와 프로듀서가 함께 만들어 아이템 선정이나 구성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에서 “두 방송은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로서 우리 언론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뉴스서비스 사실은’ 진행자 신강균씨 등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매체비평 프로그램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을 경계했다. “90년대 이후 사회가 민주화하면서 언론이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언론 내부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프로그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는 ‘미디어 포커스’와 앞으로 문화방송이 새로 내놓을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언론개혁을 단지 의제화 수준이 아닌 실천의 단계로 접어들게 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아이템 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김영인 기자
yi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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