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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21:41 수정 : 2005.01.13 21:41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 사진출처는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www.leesangho.com)

MBC는 13일 `명품 핸드백 파문'과 관련된 이들을 중징계하고 이긍희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 파문의 시발점이 된 글을 개인홈페이지(www.leesangho.com)에 올린 이상호 기자는 감봉 3개월 조치를 받았다.

지난 10일 귀국해 그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피했던 이 기자는 13일 MBC의 징계발표 직후 연합뉴스와의 전화에서 "지난 며칠간이 정말 악몽 같았다. 선배들과 회사에 누를 끼쳐 정말 죄송스럽다"면서 괴로운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일에 대해 "핸드백 선물은 불의의 자본공세였으며, 공론화를위해 의도적으로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언론과 자본의 잘못된 관계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계속하겠다"며 일부 언론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 심경은.

△팔자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들과 회사에 누를 끼친 것이 가장 괴롭다. 그동안은 징계과정에 영향을 끼칠까봐 외부와 접촉이 조심스러웠다. 이번 일에 반성하며 큰 책임을 느끼고, 처벌도 달게 받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제기 자체에는 부끄러움이 없다. 미국 출장 후 한국에 들어와서는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고 대인공포증에 시달렸다. 선배들과 동료들에게 죄송스럽고, 자존심과 자긍심으로 살아가는 기자로서 많은아픔을 느꼈다.


--개인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이유는.

△선물을 받았던 사실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에서 주변 선배들이 알 수 있도록 말을 꺼낸 것이었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방법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 회사의 한 선배에게 보고를 했다. 마지막 방법으로는 출장을 다녀온 뒤 기자회나 노조를 통해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려고 했다.

--파문이 크게 불거졌는데.

△MBC는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내부 공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져 당혹스러웠다. 또 MBC의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을 흔들려고 하는 일부 언론이 이를 선정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면서 결국 프로그램이 좌초돼 안타깝고 가슴아프다.

--후회는 없는가.

△다른 사안이었으면 (양심고백을) 좀 더 주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향후 가장 궁극적인 숙제는 언론과 자본 간의 관계설정이라고 믿는다. 그 한가운데에서 공영언론으로서 자본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아니기를 바란다. 사내에서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러가지이지만 나의 믿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일부 언론에 대한 유감은 어떤 것인가.

△이번에 MBC의 윤리문제에 공격을 가했던 언론이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깊은 회의가 든다. 단 한번도 그들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고백한 적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윤리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그들은 망국적인 온갖 범죄행각에 연루됐다. 이번이 그들이 제기한 윤리문제는 언론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엄혹한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핸드백 선물에 대해서는.

△떨쳐내는 과정에서 아픔을 감내해야 했지만, 이번에 태영측으로부터 받은 핸드백은 불의의 자본공세라고 생각한다. SBS의 재허가 결정이 끝나기는 했지만 향후 보도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판단한다. 두 선배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유대강화의 의미가 있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SBS에 대한 공격을 막으려는 뜻이 있었을 것이다.

--아내를 위한 선물이었는데.

△글을 올릴 때 제목을 `기자와 아내'로 달은 것도 자본은 가장 약한 틈을 뚫고들어온다는 단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아내는 영원히 미안한 존재이고, 그래서 충분히 핸드백은 유혹스러웠다. 자본은 그렇게 달콤한 유혹이다. 이번에 이런 일이 생겼지만 이는 모든 기자들이 겪어야할 도전이다.

--핸드백을 돌려준 것에 대해 강국장, 신차장과 상의했는가.

△상의하지 못했다. 이번과 같은 종류의 술자리 제안이 2번 정도 있었는데 당시에는 거부했었고, 이번에는 우리끼리 먹자는 것인 줄 알고 나갔다. 오늘 인사위원회에서 셋이 만나 서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서로 미안하고 이해한다며 모든 오해를 풀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미국 출장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잘못된 관행을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 시대의 자본과 언론과의 관계의 실체적인 내면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는데, 중요한 부분은마무리하고 돌아왔다.

--앞으로의 거취는.

△아직 모르겠지만 계속 탐사보도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미국에서 취재한 내용의 보도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했으면 하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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