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맞아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 매스미디어의 위기와 새 매체들의 잇따른 출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매체 환경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고, 기존 매체는 어떻게 변화에 대응하는지를 국내와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살펴 일곱차례로 나눠 싣는다. 1. 디지털시대 ‘뉴미디어 춘추전국’
2. 인터넷은 안정적 대안인가
3. 독자가 원하는 대로-미국
4. 수익모델을 찾아서-미국
5. 통신과 신문의 결합-북유럽
6. 권위지는 무풍지대?-서유럽
7. 신문왕국의 변신-일본 기기 하나로 여러 기능 뉴미디어 ‘백화제방’
콘텐츠 재가공하면 소비자가 곧 공급자
서기 2054년 미국 워싱턴 디시. 억울한 누명을 쓴 수사관 존 앤더튼(톰 크루즈)이 동료들의 추적을 피해 지하철로 숨어 들었다. 하지만 지하철은 안전한 은신처가 아니었다. 몇몇 승객들이 읽고 있는 ‘전자신문’(이-페이퍼·무선 인터넷을 이용한 이동형 신문)에 그의 지명수배 사실이 곧바로 전송됐기 때문이다. 2002년 개봉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이런 첨단기술은 이미 영화속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디어 연구실에서 활발하게 연구·개발된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기능 휴대전화, 위성디엠비(이동 멀티미디어 방송), 와이브로(휴대 인터넷),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인터넷 텔레비전(IP-TV) 같은 새 미디어들이다. 하나의 기기에 여러 기능이 담겨 있고, 휴대가 간편하다는 속성에서 이들은 닮은꼴이다.
뉴미디어의 기반도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가 낸 통계연보를 보면,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 새 휴대전화·피디에이·엠피3 등 이동통신 산업의 서비스 매출은 연평균 27.7%, 기기 생산은 37.7% 성장했다. 산업규모도 4조원에서 56조원으로 폭발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동통신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매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건 당연하다. 신문·방송밖에 없던 10년 전과 견주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그러나, ‘출생 시기’가 비슷한 이들 새 매체들이 모두 같은 운명을 타고났는지는 알 수 없다. “휴대폰은 미디어 시장에서 한자리 차지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기술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위성디엠비 사업자 ‘티유미디어’ 허재영 시아르(CR) 전략팀 과장의 얘기다. 바야흐로 새 매체들의 적자생존 경쟁이 시작됐지만, 전자·통신회사들도 어떤 것이 맏형 자리에 오를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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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구현 맞춤해야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지점이 있기는 하다. 미래의 매체는 ‘1인 미디어’와 융합(컨버전스) 등의 특징을 지닐 것이라는 점이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방안에서 또는 거리에서 혼자 다양한 매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는 현상이 ‘1인 미디어’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휴대전화 하나로 웹 서핑·정보 검색·영화 감상 등을 하고, 인터넷으로 텔레비전 드라마를 시청하는 현상 등은 ‘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체의 변화는 매체 이용행태의 변화를 불러온다. 그리고, 매체 이용행태의 변화는 다시 매체의 변화를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고정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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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방송·인터넷TV
미래지향형 변신 몸부림
“콘텐츠 어떻게 채울까?”난망 디지털의 시대는 ‘소유의 시대’가 아닌 ‘접속의 시대’다. 이재철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기획팀 차장은 “에이(A)라는 제품으로 비(B)라는 서비스에 접촉해 시(C)라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ㄷ’이라는 콘텐츠를 재가공(또는 생산)해서 ‘ㄴ’이라는 서비스에 접촉해 ‘ㄱ’이라는 제품을 보낼 때는 공급자로 역할이 바뀐다”며 “디지털 시대에는 모두 공급자”라고 설명했다. 모두 공급자인 시대에, 신문·방송이 누려 왔던 정보와 프로그램의 독점적 공급권은 옛말이 될 수밖에 없다.(<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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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원 <조선일보> 전략팀장은 “음반산업이 죽었지만 음악산업은 존재하듯, 정보를 만들고 해석·전망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분석과 전망을 곁들인 ‘프리미엄 저널리즘’을 지향하면 신문에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 팀장은 “앞으로는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 기업의 경제연구소와 통신회사도 우리의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영호 <에스비에스> 정책팀 연구원(언론학 박사)도 “디엠비뿐 아니라 앞으로 개발될 개인 이동성 미디어를 겨냥한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은 “이제 수용자들은 매체에 대해 정보를 통제하며 일부만을 보여주는 ‘문지기’가 아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중요한 부분에 방점을 찍어주는 ‘에이전시’(대리인)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기존 매체가 지금까지 누려왔던 위상은 다 잊어버리고, 철저하게 수용자를 분석해 그들에게 딱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깨의 힘부터 빼라는 주문이다. 김영인 김보협 기자 sophia@hani.co.kr
디엠비(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멀티미디어 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수신기에 제공하는 방송 서비스. 이동하면서 볼 수 있고, 비디오·오디오·데이터방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쌍방향이 가능하다. 또 시디(CD) 수준의 음질과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휴대전화·피디에이(PDA) 등을 통해서도 방송 수신을 할 수 있다. 아이피티브이(IP-TV·Internet Protocol TV)= 전파가 아닌 인터넷 서비스망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 티브이 서비스. 인터넷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컴퓨터에 동영상을 제공하는 기존의 인터넷 방송과 비슷하지만, 셋톱박스를 통해 디지털 티브이로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케이블티브이에 가깝다. 와이브로(Wibro·Wireless Broadband Internet)=이동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 휴대 인터넷. 휴대폰과 무선랜의 중간적 성격을 띤다. 현재의 이동전화 무선 인터넷보다 시스템 투자비가 낮고 전송속도가 높아 저렴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피엠피(PMP·Portable Multimedia Player)=음악 재생은 물론 동영상 재생이나 디지털카메라 기능까지 갖춘 휴대형 멀티미디어 재생기.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기존의 엠피3플레이어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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