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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9 17:32 수정 : 2005.06.09 17:32

정보를 독점한 특정 신문과 방송이 여론을 이끌던 시대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정보를 유포시킬 수도 있고, 정보에 접할 수도 있다.

자신의 주장을 손쉽게,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익명으로도 펼 수 있는 세상. 언론의 자유야말로 보호해야 할 제일의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인터넷이 이룬 성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6일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적은 교장으로부터 사소한 일로 질책을 당한 중학교 교감은 이 사실이 그 학교 교사에 의해 인터넷 신문에 공개된 뒤 자살했다.

지난해 2월에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왕따’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비난 글들을 보며 심리적 압박을 느끼던 중학교 교장이 자살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인터넷에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써 오던 20대 네티즌이 인신공격성 댓글이 쏟아지자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이들이 가진 문제들은 서로 다르지만, 목숨을 끊게 된 계기는 한결같이 인터넷과 관련이 있다. 인터넷에서 부당하게 공격받고 ‘죽고 싶은’ 기분에 빠지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인터넷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보 유포에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접근성이나 익명성 때문에 인터넷은 감춰진 비리들을 명쾌하게 파헤치는 날 선 칼이 되기도 하지만, 개인의 명예를 무단히 짓밟고 개인의 생활을 파괴하는 흉기로 변할 수도 있다.

전통적인 매체의 경우 정보는 일선 기자에서 편집 최고 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취사선택되고, 정교하게 다듬어져 독자와 시청자 앞에 제공된다.


반면에 인터넷 언론에서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쓰는 대로 보도되어 아예 쓰는 사람이 발행인, 편집인까지 겸한 셈이다. 본기사조차 몇몇 틀이 잡힌 인터넷 신문을 빼고는 대부분 사실 확인과 개인의 인권 문제에 대한 고려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보도하기 일쑤다.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와 같은 제작과정의 장단점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을 선택할 때 우리는 그 신문의 논조와 신뢰도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뉴스를 선택할 경우 발행처가 어디인지는 거의 따지지 않고 제목만 보고 클릭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부주의하게, 감정적으로, 또는 악의적으로 올린 글까지도 전통적인 취재와 편집 시스템을 거쳐 올라간 글과 대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활짝 피고 있는 인터넷 언론의 밝은 면을 살리되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를 이제 인터넷 언론 종사자들이 고민해야 한다. 각 인터넷 사이트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기구를 만들어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책임과 함께 행사될 때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성한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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