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방송 경영진이 구조혁신을 선언함에 따라,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엄청난 내부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국방송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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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 조직·인력 도려내는 수술 예고
경영진 위기 심각성 인식…내달12일 총토론회
구체적 밑그림 나오면 노조 저항 엄청날듯
한국방송이 ‘구조 혁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임금삭감과 삼진아웃, 명예퇴직 등을 포함해 경영수지 보전에 초점을 맞춘 지난 1일의 ‘경영혁신’ 방안과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게 회사 쪽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러 발언을 종합하면,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한국방송의 정체성을 비롯한 틀거리 자체의 전면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연주 사장 취임 이래 이뤄진 팀제 도입과 지역국 통폐합 등과도 견줄 수 없는 거대한 실험이 준비되고 있다는 뉘앙스다. 이 회사 경영진은 지난 14일 ‘구조혁신 사원 대토론회’를 제안하며 발표한 ‘사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지금처럼 모든 사업과 관행, 비효율을 껴안고 갈 경우, 케이비에스는 경영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회사 관계자는 “팀제가 조직을 유지하면서 조직문화를 바꾼 것이라면, 구조혁신은 비효율적인 사업과 조직을 잘라내고 새로운 틀을 짜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과 인력 자체를 건드리는 ‘구조조정’ 차원의 변화가 추진되리라는 것이다. 승부수?=정연주 사장은 그동안 팀제와 지역국 통폐합으로 한국방송의 구조개혁은 어느 정도 이뤄냈다고 자평해 왔다. 지난 5월로 3년 임기 중 2년을 보낸 만큼 이제는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거기 대면 이번 ‘구조 혁신’ 제기는 과격한 변신이다. 한국방송 노조는 “2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며 무능경영 비판이 거세지자, 책임회피를 위해 만들어낸 졸속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관계 차원의 단기적 대응만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다. 한 관계자는 “지상파 독과점 약화에 따른 방송환경 변화와 그에 걸맞은 구조개혁 필요성은 학계와 시민단체가 줄곧 제기해 왔고, 우리 내부에서도 상식이 된 지 오래”라며 “정 사장은 다만 팀제 등으로 조직이 크게 흔들린데다 적대적 노조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근본적 구조개혁이 가능할 것인지를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최근 지상파 방송의 경영위기가 급속하게 가시화하자, 근본적 대응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정 사장 임기 안에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이번에 성역 없이 드러내고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숨은 프로그램과 드러난 저항=구조혁신이 선언됐을 뿐, 아직 뚜렷한 그림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회사 쪽은 대토론회를 통해 자발적인 구조혁신의 방안이 제기되면, 그걸 받아안으며 프로그램을 구체화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쪽은 21일 임원토론회, 23일 팀장토론회, 27일 본부·센터·지역토론회, 7월12일 총괄토론회 등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 내부에선 구조혁신의 구체적 방안으로 송출망과 각종 국책방송 등 핵심 제작분야 이외 영역의 분리 또는 축소 등을 꼽는 시각이 많다. 한 직원은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가 20~30%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가 기간방송이라고 지금처럼 과도한 송출망을 유지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기자는 “콘텐츠 제작 중심으로 인력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조직적 활로가 열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가시화할 경우 그 저항 강도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직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의 압력이 노조를 강경투쟁으로 내몰 가능성도 크다. 지금도 노조 쪽은 ‘부실경영 경영진 퇴진’을 노사대화 복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삭발투쟁 중이다. 한 관계자는 “피디·기자 등과 기술직 사이의 직종갈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피디는 “구조조정엔 사원 다수의 공감대와 직무전환을 위한 노력 같은 충격완화 조처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노사가 한시라도 빨리 실질적인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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