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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6 19:40 수정 : 2005.06.16 19:40

<워싱턴포스트 닷컴>사무실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뉴스팟'에서는 주요 방송을 모니터하면서 속보 등에 곧바로 대처해 인터넷에 보도하는 일을 한다



신문기자가 자기 기사로 방송진행…
독자와 실시간 온라인 토론…

디지털 시대를 맞아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 매스미디어의 위기와 새 매체들의 잇따른 출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매체 환경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고, 기존 매체는 어떻게 변화에 대응하는지를 국내와 미국 유럽 일본 등을 살펴 일곱차례로 나눠 싣는다.

USA투데이,지상파 방송에 뉴스브리핑 내보내
올랜도센티널,지역방송과 프로그램 공동제작
"신문법 콘텐츠 전달수단중 하나"공감대

“비디오”, “비디오”, “비디오”….

최근 기자가 미국 워싱턴 <유에스에이투데이> 본사를 찾았을 때, 한 회의실에서는 ‘유에스에이투데이닷컴’의 특별간부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수없이 되풀이된 단어는 ‘비디오’였다. 조디 브래넌 책임 프로듀서는 “신문 기사와 함께 듣고 볼 수 있는 비디오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픽, 도표, 애니메이션까지 총동원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입맛대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 수용자의 행태 변화에 맞게 콘텐츠를 전달하라’는 뉴미디어 시대의 과제는 세계적인 미국 언론사들에게도 똑같은 크기의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좀더 일찍 변화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 가장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방송과의 접목이다. 수용자들이 그만큼 문자 중심의 뉴스 소비에서 멀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들의 첫 걸음은 신문사 자체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방송 인터뷰다.


워싱턴의 <워싱턴포스트>와 <워싱턴포스트닷컴>의 편집국에는 방송 스튜디오와 편집·전송 장비들이 가득 차 있다. 기자들은 방송사에 가지 않고 이곳에서 곧바로 방송사들과 인터뷰를 한다. 뉴욕의 <뉴욕타임스>도 자체 스튜디오에서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전달한다. 물론 전세계로 전파되는 방송 인터뷰 화면의 뒷면에는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로고가 비친다.

이런 ‘인터뷰용’ 스튜디오는 수용자들의 뉴스소비 행태에 맞춰가는 첫 단계일 뿐이다. 짐 브래디 워싱턴포스트닷컴 편집장은 “본사가 신문 중심인 데다 덩치가 크다 보니 방송 감각이 둔할 수밖에 없다”며 “기자들을 새로운 뉴스전달 방식에 적응시키고, 앞으로 자체 프로그램도 제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레너드 애프카 뉴욕타임스 인터넷 담당 편집장도 “뉴스소비 형태가 변하는 만큼 인터넷방송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워싱턴 지역 지상파 방송인 <채널9>에 하루 5분씩 뉴스 브리핑을 내보낸다. 곧 3분짜리 뉴스 브리핑을 따로 만들어, 모회사인 가넷 컴퍼니의 22개 방송채널을 통해 내보낼 계획이다. 미국 10대 일간지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머큐리뉴스>도 마찬가지다. 편집국 스튜디오에서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로 이튿날치 신문 주요기사 소개 프로그램을 만들어 3개 지역방송에 내보낸다. 머큐리뉴스는 올 하반기 인터넷방송을 출범할 예정이다.

규모는 작지만, 가장 앞서가는 곳은 플로리다주 2위 일간지 <올랜도센티널>이다. 올랜도센티널은 지역 방송인 <웨시>, <채널13>과 스포츠·요리·자동차·영화비평 프로그램 등을 공동제작한다. 신문에서 다룬 요리와 자동차, 스포츠 기사를 갖고,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 <워싱턴포스트 닷컴>에 마련된 방송 편집실에서 주요 방송 등과 인터뷰한 내용 등을 편집하고 있다.

최근 올랜도센티널 편집국을 찾았을 때, 한 실무자가 영화평 방송에 내보낼 자료화면을 편집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튜디오에는 방송화면을 잘 받는 줄무늬 없는 와이셔츠와 넥타이까지 갖춰져 있었다. 기자들이 방송 때 귀에 끼는 수신기에는 기자 이름이 하나하나 붙어 있었다. 자체 스튜디오에서는 지역 라디오에 내보낼 음악 프로그램도 만든다. ‘언제, 어디서나’라는 올랜도센티널의 구호처럼, 신문만 배달하는 게 아니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다.

신문이 과거의 텍스트(문자)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방송과의 접목을 꾀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다. 미디어 전문 연구소인 미국 플로리다주 ‘포인터연구소’ 하워드 핀버거 국장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뉴스 수용자의 소비방식이 달라진 만큼, 옛날처럼 신문에 기사를 담아 전달하는 방식은 포기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방송과의 접목을 통한 뉴스 소비행태 따라잡기가 새로운 도전이라면, 인터넷을 통한 ‘24시간 맞춤서비스’는 이미 제법 틀을 갖췄다. 마감시간은 신문사의 개념일 뿐, 독자의 뉴스 소비에 마감시간은 없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닷컴의 편집국 한가운데는 둥그런 ‘뉴스팟’이 있다. 이곳에서는 10개 주요 방송 채널을 틀어놓고, 5명이 뉴스를 추적한다. 뉴스 모니터팀과 신문 편집국 기자들의 협력으로 하루 10~12건 정도 신문 마감시간과 상관없이 기사가 만들어져 인터넷에 서비스된다. 뉴욕타임스는 편집국 인력 8~10명이 전담으로 하루 평균 24건 정도 인터넷에 내보낼 기사를 만든다. 레너드 애프카 편집장은 “주요 속보를 중심으로 다루지만, 아시아 등 시차가 나는 지역에서 밤시간에 들어온 기사는 인터넷에 먼저 보도한다”며 “밤 시간대에는 우리가 뉴욕타임스”라고 말했다.

머큐리뉴스는 최근 아침 편집회의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록 콘서트 예고기사를 쓴 뒤, 콘서트가 끝나고 새벽 2시께 장문의 현장기사를 인터넷용으로 보낸 음악 담당 기자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스티븐 라이트 인터넷 담당 부국장은 “독자들은 낮시간에도 우리의 뉴스를 원하고, 우리는 그에 맞춰 뉴스를 제공한다”며 “우리는 더이상 하루에 한번 뉴스를 전하는 신문사가 아니라, 종합 정보회사”라고 강조했다.

▲ <올랜도 센티널> 관계자가 기자들의 방송 출연 때 쓸 수 있도록 준비된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독자의 참여와 의사소통이다. 워싱턴포스트닷컴, 유에스에이투데이닷컴 등은 인터넷에서 기자나 전문가가 독자와 실시간 토론을 벌인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닷컴 등이 지난 대선 때 선보인 멀티미디어 콘텐츠는 기본이다. 짐 브래디 워싱턴포스트닷컴 편집장은 “독자가 참여하고 의견을 나누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과 토론을 벌이면서, 신문과 독자를 잇는 다리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하워드 핀버거 신문 편집국장도 독자의 참여와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독자가 원하는 것은 직접 참여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많은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미국 최대 신문 그룹 가운데 하나인 나이트 리더의 블루스 쿤 <나이트 리더 디지털> 편집장의 말이다. 그는 “사용자가 어떻게 정보를 이용하는지 파악해, 그에 맞춰 전달해야 한다”며 “지금은 비디와의 결합이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폴 폴만 포인터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뉴미디어 시대에는 독자의 뉴스 소비행태에 맞춰 ‘고객 서비스’를 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뉴욕 워싱턴 올랜도/글, 사진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사진·비디오 찍고 방송까지 “기자는 괴로워”

“사실관계 확인 시간 부족”
기자들 불만 터트려
“적응못하면 미디어문맹”반박

뉴미디어 시대에도 끝없이 강조되는 게 뉴스 콘텐츠의 질이다. 역설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뉴미디어 기술이 콘텐츠의 질을 위협한다는 우려도 크다. 신문 기자는 더는 텍스트만 써보내지 않는다. 비디오와 오디오까지 고민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미국에서 방송·신문·인터넷의 융합 사례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캔자스주 <로렌스저널월드>의 기자들은 취재하면서 사진과 비디오를 찍고, 방송에도 리포트한다.

기자들은 불만이다. <올랜도센티널> 나타샤 기자는 “인터넷용 기사를 먼저 보내라지만 충분히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때가 많다”며 “911에 걸려온 구조요청 테이프를 얻으라는 등 갈수록 요구는 늘어나지만 돈을 더 주지는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뉴미디어 시대에 맞춘 ‘원소스 멀티유즈’는 분명 효과적이지만,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컬럼비아대 언론비평 전문지 <저널리즘 리뷰> 마이크 호이트 편집장은 “기자들이 뉴미디어 기술에 너무 신경쓰다 보면 언론이 진짜 해야 할 사실관계 확인과 깊이 있는 분석을 할 시간이 없게 된다”며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어서 보도 내용이 허술하면 곧 알아차리고, 다시 신문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조디 브래넌 <유에스에이투데이닷컴> 책임 프로듀서는 이런 우려를 반박한다. 그는 “어떤 기자들은 방송 인터뷰 등 새로운 일을 하려고도 않고, 할 줄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배워야 한다”며 “시청각적으로 기사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처럼, 형식도 갈수록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레너드 애프카 <뉴욕타임스> 인터넷 담당 편집장은 “‘콘텐츠’라고 똑같이 부르지도 말라”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강조하면서도 “독자들이 간략하고, 쉽고,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하워드 핀버거 포인터연구소 연구원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기자들이 적응하지 못하면 ‘미디어 문맹’이 되고 만다”며 “언론사는 기자들이 비디오와 오디오 등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통해 좀더 효과적으로 기사를 전달하고 콘텐츠의 질도 유지할 수 있도록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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