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43번 거리의 <뉴욕 타임스>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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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탐사보도> ① 탐사팀과 기자들
②‘리서처’가 함께 뛴다
③ 컴퓨터 활용 취재 지난 6월2~5일 ‘탐사기자·에디터 총회’가 열린 미국 중부인 덴버의 하야트 호텔, 미국 전역과 세계 15개 나라에서 모인 800여명의 언론인들이 북적거렸다. 이들 언론인들 가운데는 기자가 많았으나, ‘뉴스 리서처’ ‘데이터베이스(DB) 전문가’ ‘컴퓨터 활용 취재(CAR) 전문가’라는 직함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각종 정보·자료 조사나 컴퓨터 활용 취재를 이용해 기자들의 ‘탐사보도’를 돕는 새로운 직종의 언론인들이다. 기획부터 취재·보도까지 참여…조사·CAR 지원
각종 정보자료 모아 사실확보…퓰리처상도 수상 이들 리서처와 전문가들은 얼핏 한국 신문의 ‘조사자료부 기자’나 ‘정보자료부 기자’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실제적인 역할은 ‘사서’보다는 ‘기자’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뉴스의 기획단계부터 취재, 보도 과정까지 기자들과 함께 팀을 이뤄 일하는 경우가 많다. 편집국의 기자가 1200명에 이르는 <뉴욕 타임스>에는 20명의 ‘리서처’와 디비·카 전문가가 일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들이 원하는 정보·자료를 찾고 분석해 기자들의 취재를 지원하고 각종 기자들의 취재, 자신들의 조사에서 얻은 정보를 전자화한다. <뉴욕 타임스>의 ‘정보·기술 에디터’인 테리 슈워드론은 “<뉴욕 타임스> 기자들의 90% 이상은 ‘컴퓨터 활용 취재’에 익숙하지 않다”며 “아직까지 많은 부문에서 ‘컴퓨터 활용 취재’보다는 전통적 취재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 4~5년 동안 문화를 바꾸는 중”이라고 밝혔다. <뉴욕 타임스>의 ‘정보·기술 부에디터’인 스티븐 밀러는 “기자들이 어떤 의심은 있지만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리서처들은 각종 데이터를 돌려서 근거가 될만한 사실을 확보하기도 한다”며 “기자들이 현장을 취재하기 전에 미리 자료를 조사하면 더 좋은 취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워싱턴 포스트>에서 <뉴욕 타임스>로 옮긴 리서처인 조 크레이븐 맥긴티는 지난 6월5일 탐사기자·에디터 총회에서 동료 기자들과 함께 ‘철도건널목의 안전 문제’로 상을 받았다. “리서처들은 공공기관에서 나오는 투표, 재산, 각종 계약 기록 등을 입수해 전자 자료화하고 이를 가공해 기자들에게 제공한다. 어려운 점은 리서처·디비 전문가 등이 만들어낸 자료를 기자들이 반신반의하할 때 그것을 설득하는 일이다.” 탐사보도의 전통이 깊은 <워싱턴 포스트>에는 의외로 <뉴욕 타임스>보다 적은 4명의 리서처와 디비 전문가가 일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2명의 정보자료 전문가와 2명의 뉴스 리서처가 있었다. 탐사 기자인 새리 호위츠는 “기자들이 직접 정보를 찾거나 컴퓨터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이들의 도움을 받아 일한다”고 말했다. 호위츠와 디비 전문가인 새러 코헨은 지난 2002년 한 팀을 이뤄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에는 최근까지 유명한 디비 전문가인 마고 윌리엄스가 일했으나, 최근 <뉴욕 타임스>로 자리를 옮겼다. 탐사기자인 제임스 그리말디는 “좋은 탐사보도를 위해서는 찾아낸 정보를 컴퓨터를 이용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며 “전통적인 취재방식 외에 새로운 컴퓨터 기법들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탐사기자·에디터협회의 훈련가이자 ‘리서처’인 제이미 다우들은 최근 직장을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로 옮겼다. 이곳에서 그는 전자정보를 다루고 기자들의 취재를 위해 자료를 조사하며 기자들에게 ‘컴퓨터 활용 취재’를 가르친다. 다우델은 더이상은 기자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기자생활을 했으나, 이젠 리서처로서의 구실이 신문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더 많은 기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신문사 편집국엔 모두 340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취재기자 100명, 리서처와 디비·카 전문가 5명이 포함돼 있다. 뉴욕 워싱턴 세인트루이스/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이 기사의 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의 ‘탐사보도 연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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