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07 16:48
수정 : 2005.07.07 16:48
국회가 지난 6일 인사 청문 대상을 크게 확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함으로써 공직자 선임에 있어서 국회 인사 청문회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인사 청문은 해당 공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가려내기 위해 후보자의 공·사 생활과 사고를 철저히 따지는 과정이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조대현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국회의 청문회가 왜 필요한가를 다시 묻고 싶을 정도로 건성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4일과 5일 진행된 두 청문회는 헌법재판관의 경우 열린우리당 몫인 국회 선출케이스 재판관에 대한 표결을 위한 것이었고, 국정원장의 경우 인준 표결은 하지 않는 청문이었기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긴장감 부족보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특히 조대현 후보가 헌법재판관에 적격인가를 따지는 국회의원들이 ‘코드인사’냐, 아니냐를 두고 다투느라 정작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조 대법관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보도한 이른바 ‘조중동’과 <한겨레>의 보도역시 ‘코드인사’ 논란에 초점을 맞췄다. 조 후보가 노 대통령과 가깝고,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대통령쪽 변호인으로 활동했으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특별법과 신문법의 위헌심판과 관련해 후보 자신이나 후보가 소속됐던 법무법인 화우가 정부쪽 대리인을 맡았다는 점만을 부각시켰다.
코드인사에 대한 비판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선출하는 헌법재판관은 집권당인 열린우리당 몫이라는 점을 전제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후보자를 선정할 때 위헌심판이 제기되어 있는 현안들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따라서 후보와 대통령과의 관계, 법무법인과 후보와 정부 소송과의 관계 등 공개되어 있는 자료를 통해 코드인사와의 관련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집권당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는 후보를 추천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야당이나 언론이 코드인사 논란에만 열을 올린 것은 진지한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
이보다는 후보가 판사시절 어떤 사건을 맡아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청문회는 이 부분은 건드리지도 않았고, 현안에 대한 후보의 견해를 질문하는 것으로 그쳤다. 청문회가 수박겉핥기 식으로 진행될 경우 보충하는 일은 언론의 탐사보도의 몫이다. 그러나 신문들도 청문회의 단순 보도에 머물렀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조 후보는 헌재와 대법원의 기능 통합문제에 대해 “두 기관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헌법재판관 후보로서 그가 한 이 말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언론의 추적보도조차 없었다.
현안에 대한 견해라는 것은 수시로 바뀔 수 있고,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특히 청문회에서 밝힌 생각을 헌법재판관이 되어서도 고수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해도, 수십 년의 재판을 통해 형성된 판결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으며, 따라서 조 후보에 대한 일차적인 검증 대상은 그의 재판 기록이다. 국회 청문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 역시 과거의 상투적인 보도 태도를 떨쳐버려야 할 때가 왔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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