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최문순 체제가 출범하면서 구조개혁의 핵심과제로 떠올랐던 지방사 광역화 구상이 최근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은 문화방송 여의도 본사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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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사태’ 일단락 뒤 관계 정상화쪽으로 논의 진전
“통폐합 철회 바람직” “개혁실종” 내부 반응 엇갈려
문화방송 최문순 체제 출범 이후 급작스레 돌출한 난제로 꼽히던 강릉문화방송 사태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주식 매수를 요구하며 사장 교체에 반대해온 2대주주인 최돈웅씨의 주식 49%를 자사주 매입 형식으로 사들인다는 데 물밑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번 결정을 계기로 본사 핵심부를 중심으로 지방사 광역화 문제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에선 지방사 광역화가 사실상 철회됐다는 풀이를 내놓고 있다.
지방사 광역화는 문화방송 구조개혁의 핵심과제로 꼽혀온 터여서, 최근 최 사장의 ‘개혁 일단락과 프로그램 경쟁력 집중’ 발언과 맞물려 때이른 ‘개혁 실종’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강릉은 해결국면=지난 3월 김영일 사장의 사퇴 철회로 불붙은 강릉문화방송 사태는 결국 주식 인수라는 2대주주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문화방송 본사와 최돈웅씨 쪽은 강릉문화방송의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최씨의 전 주식을 79억원에 사들인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주식 매도에 따른 세금 21억원을 누가 낼 것인지를 두고 견해가 갈려 최종합의까진 이르지 못했다. 이 때문에 8일 주총에선 김 사장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22일 다시 주총을 열기로 했다.
주식을 사는 주체는 본사가 아닌 강릉문화방송이다. 현행 방송법은 별도법인인 본사가 지방사 주식을 30% 이상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다만 문화방송은 현행 방송법 발효 전에 이미 그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터여서, 이를 용인한 것”이라며 “그러나 그 이상의 주식취득은 원천적 금지사항”이라고 말했다. 본사와 최씨 쪽은 강릉문화방송의 자사주 매입 합의 뒤 22일 주총에서 김 사장의 해임과 신임 사장 선임을 결의하고, 이어 새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을 실행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후임 사장에는 조승필 본사 감사부 위원이 내정된 바 있다. 사장 교체와 함께 김 사장 퇴진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신종엽 비상대책위원장 등 노조 강릉문화방송 지부 소속 조합원 9명의 신분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화 대신 관계정상화?=강릉사태의 타결 국면 진입에도 불구하고, 지방사 광역화 구상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 사장은 사장 취임 당시 △1도1사 중심 광역화 △1도1사 뺀 나머지 계열사 통폐합 △프로그램 공동제작 비율 증대 등 세 가지 광역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화방송 핵심 관계자는 최근 “광역화는 특히 계열사 통폐합으로 비친 점이 큰데, 강릉사태 등에서 보듯이 본사가 직접 통폐합을 주도할 경우 부담이 너무 과중할 수 있다”며 “앞으로 광역화는 지방사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고, 본사는 지방사와의 관계 정상화에 전념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계 정상화는 현재 무료로 지방사에 제공하는 본사 프로그램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 등을 말한다”고 예시했다. 본사 공식 계선조직에선 이런 지적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기획실 관계자는 “당분간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뒤 광역화는 9월께부터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한쪽에선 통폐합 형식의 급진적 광역화는 지방사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에 대한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철회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면, “뉴미디어 시대 지방사 축소는 불가피한 생존의 길”이라며 광역화의 본격 착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그 연장선에서 때이른 ‘개혁 실종’의 증거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 사장이 지난달 말 사내 전자우편을 통해 내부 개혁을 일단락짓고 프로그램 경쟁력 향상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직후, 노조는 노보를 통해 “가장 우려스러운 개혁은 용두사미식 개혁”이라고 질타했다. 한 부장급 간부는 “지금 엠비시는 지방사의 경쟁력 약화를 본사가 떠안는 구조라서 광역화가 핵심적 과제”라며 “조직개편에 이어 광역화마저 유야무야한다면 개혁 퇴색이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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