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1 17:48
수정 : 2005.07.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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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오른쪽은 진종철 노조위원장. 정 사장의 경영혁신안 발표 뒤 노조는 부실경영 경영진 사퇴를 요구했으나, 정 사장은 문책을 거부했고 진 위원장은 단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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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무능·부실경영’ 비판 사장 불신임 투표
사쪽 “구조혁신 지속”…언개련 “대화복원하라”
한국방송이 극한의 노사갈등 속에 흔들리고 있다. 노조는 정연주 사장의 경영·구조혁신 방안을 실패로 규정하고 정 사장 불신임 투표에 들어갔다. 사쪽은 한국방송 위기의 근원엔 외부 환경 변화와 함께 잘못된 관행과 기득권 집착, 비효율 등 내부적 요인이 겹쳐 있다며 지속적인 구조혁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조 내부 직종간 견해 차도 불거져,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 등은 “대안 없이 노사관계를 파국으로만 몰고 가려는 현 노조집행부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며 노조 대의원을 사퇴했다.
뒤섞인 쟁점=노조의 투쟁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쟁점 또한 계속 바뀌는 양상이다. 6월1일 정 사장의 경영혁신안 발표 뒤 내놓은 노조의 핵심 요구는 ‘부실경영 경영진 사퇴’였다. 정 사장을 직접 겨냥한 건 아니고, 일부 경영진이라도 적자경영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노사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 사장이 문책을 거부하자, 진종철 노조위원장의 단식 돌입에 이어 20~22일 사장 불신임 투표에 들어갔다. 노조쪽은 20일 하루 투표율만 44%에 이르렀다며 “정 사장의 무능경영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20일 단식 16일만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무능·부실경영’으로 총괄되는 노조쪽 비판엔 여러 흐름의 주장이 뒤섞여 있다. 먼저 노조는 경영혁신안에서 내놓은 중간광고 허용, 대하드라마 중단, 씨름중계 중지 등의 일부 해법이 공영성을 벗어난 것이라며 불신임 투쟁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2년 연속 적자를 막기 위한 단기적 고육지책을 들어 사장 불신임으로 몰아가는 건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기자는 “정 사장이 온 뒤 보도와 프로그램에서 외압이 사라지는 등 공영방송 기틀이 놓였다”며, “적자경영 책임론을 말하면서 그 해결을 위한 단기적 경영 방안을 놓고 ‘공영철학 부재’라고 비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는 ‘반공영성’ 비판과 함께 회사쪽의 구조혁신 추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구조혁신이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으로 치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직종간 의견 차이도 두드러진다. 최근 열렸던 ‘구조혁신 대토론회’에선 비제작·비핵심 분야 분리를 통해 경직성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적자경영의 주된 책임은 지나친 제작비 상승에 있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한 피디는 “특히 현 노조가 기술직 등의 이해에 치우쳐, 구조혁신에 대한 논의 자체를 가로막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고용안정은 노조의 존재이유”라며 특정 직종 편향 지적을 부인했다.
협상결렬과 전망=노사는 지난 16일 새벽까지 협상을 벌여 △경영진 사퇴서 제출 뒤 연말 평가 △고용안정 노력 등의 실무 합의에 이르렀으나, 진 위원장의 거부로 최종 합의가 무산됐다. 노조는 특정 임원 퇴진과 함께 3년 연속 근무평가 불량시 퇴직시킬 수 있도록 한 ‘삼진아웃’ 사규 적용의 중단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결렬 뒤 사장 불신임 투표가 강행되면서 실제 요구 조건에 비해 투쟁 목표와 방식이 너무 과도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노사는 감정적 대립을 청산하고 이해와 설득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대화 복원을 권고했다.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쪽 대의원 사퇴로 노조의 투쟁 입지가 축소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 핵심 제작 인력이 노조의 투쟁 방식을 거부함에 따라, 불신임 비율이 높게 나오더라도 실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파업 투쟁 등으로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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