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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5 17:25 수정 : 2005.07.26 11:29

<중앙일보>는 25일자 1면 사설에서 ‘안기부 불법 도청테이프’ 와 관련해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는 사설을 내보냈다. 중앙일보 PDF.


<중앙일보>가 안기부 불법 도청테이프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사과’보다는 ‘제논에 물대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25일 1면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라는 특별 사설을 싣고, “안기부 X파일이라는 문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오늘, 중앙일보는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과 독자 앞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X파일’ 사건이 불거진 뒤, 관련사건을 지면에서 크게 보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일보 사설 어떻게 보셨습니까?

하지만 중앙일보는 이날치 사설에서 “99년 보광그룹 탈세 사건과 ‘X파일’이 연결된 사건이고, 이미 처벌을 받았다”고 홍석현 주미대사를 옹호했다. 또, 많은 도청 테이프 가운데 유독 특정 정치인, 기업, 그리고 중앙일보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에 못마땅해 했다. 과연 이날 사설을 ‘사과’와 ‘반성’이라고 불러도 좋을까?

먼저 이날치 중앙일보의 사설을 본 전문가들에게 “중앙일보 사설을 어떻게 봤냐”고 물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중앙일보는 반성한다고 얘기하지만 반성이 아니다”며 “사과 대신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고 하면서 ‘다른 언론들 어땠느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1면 기사에서는 다른 언론사들을 끌어들여 물귀신작전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날 사설은) 반성하듯이 나가는 것 같았는데, 결국은 다른 언론사나 다른 집단의 잘못을 빌미로 자신들의 잘못을 옹호하거나 변호하는 태도가 너무 심하다”며 “중앙일보의 이날치 사설과 기사 편집은 홍 대사를 옹호하려고 ‘내가 잘못은 있지만’이란 전제를 단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중앙 “‘보광탈세’는 정권의 탄압?”


이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정권은 중앙일보를 압박해 왔고, 그 결과 홍 전 회장은 1999년 탈세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며 “말이 ‘보광 탈세’ 사건이지 사실은 선거에서 상대 진영을 도왔다는 괘씸죄였다”고 썼다. 보광그룹 탈세사건은 당시 국세청이 두달반 동안의 집중적인 조사 끝에 9월17일 보광그룹 및 홍 사장 일가의 탈세사실을 공식 발표했다.‘탈세액 685억원,추징세금 262억원’에다가 개인의 탈루소득은 278억원, 추징금액 133억원이었다.

당시 언론계와 학계, 국민 모두 ‘탈세’를 비판했지만, 유독 중앙일보는 지면에서 사주의 탈세를 “정권의 탄압”으로 몰았다. 일부 기자들은 검찰청에 소환된 사주를 향해 “사장님 힘내세요(당사자들은 ‘홍 사장 힘내세요’라고 주장한다)”라고 외쳤고, 지금도 그 메아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또 “중앙일보는 사주의 탈세비리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탈세사건을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손봤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정한 반성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X파일’과 보광그룹 탈세가 연결됐다고?

중앙일보의 제논에 물대기식 억지는 계속된다. 보광그룹 탈세사건과 이번 ‘X파일’을 연관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중앙일보의 이런 억지주장은 “말이 ‘보광 탈세’ 사건이지 사실은 선거에서 상대 진영을 도왔다는 괘씸죄였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런 이유로 중앙일보는 “이번에 불거진 파일의 내용과도 연관이 된 것”이라며 “홍 전 회장 본인도 그때 공개적인 사과와 반성을 했고, 그로 인해 감옥까지 갔다”고 썼다. 또, 중앙일보는 “일사부재리 원칙이 있듯이 대가는 이미 치렀다고 보아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희 언론노조 신문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탈세는 경제범죄이고, 엑스파일은 선거과정에서 나온 다른 범죄인데도 두 사안을 억지로 엮어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며 “중앙일보가 도저히 도식화하거나 인용할 수 없는 부분을 도식화하고 인용해 스스로 탄압받은 것처럼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홍 사장이 보광탈세사건을 전후로 반성도 했고 수감까지 돼 과거의 죄를 씻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를 보호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의 노림수는 언론개혁 부메랑 될 것”

중앙일보의 사설에서 ‘사과’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사를 상대로 “다른 언론사 간부들의 녹음 테이프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중앙일보 보도는) 미림팀장과 국정원 직원의 말을 빌려 ‘까불면 동반자살을 할 수 있으니 우리를 공격하지 말라’는 협박”이라며 “중앙일보 스스로 과거 편파·왜곡보도를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딴 신문에 대한 비판도 빛을 잃고 말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최민희 사무총장은 “중앙일보가 일시적으로 자신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분산하려고 하지만, 언론개혁 요구를 다시 불러일으켜서 신문개혁법을 강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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