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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9 16:52 수정 : 2005.07.29 17:09

한겨레 제2창간

최연소 주주 생후 2개월 엄준희 아기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하자고 남편과 전부터 약속했어요.”

한겨레신문사 최연소 주주는 지난 5월23일 태어난 엄준희 아기가 될 전망이다. 엄준희 아기는 얼마 전 100만원의 발전기금을 냈고, 엄마와 아빠도 그 못지않은 규모로 참여했다. 몸을 푼 지 두 달이 채 안된 아기엄마 이수현(30)씨는 아직 산후조리를 하며 아기를 돌보고 있다.

이씨와 남편은 지난해 아기를 가진 것을 알게 된 뒤 “아기가 생겼으니 태어나면 좋은 일을 하자”고 약속한 뒤 1년 가까이 돈을 모아왔다. 한 사람이 하루 2천원씩을 모으기로 했다. 뱃속 아기까지 세 가족이 참여하니 하루 6천원, 한달이면 18만원이다. 1년 동안 210만원이 모였다. 아기가 태어난 뒤 곧이어 한겨레신문사가 제2창간 발전기금을 모은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저없이 아기 이름으로 한겨레의 주인이 되기로 했다. 게다가 모은 돈에 버금가는 액수를 보태 아기의 부모들도 주주가 되기로 했다.

 “아기를 낳으면 양육비 때문에 펑펑 쓰던 사람도 알뜰하게 되는데 미련이 없었나요?”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어렵지 않았어요. 생각의 차이라고 봐요. 나눔은 습관이에요. 나누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수입의 10%를 기부하려고 하고 있어요.”

이씨는 “회사원인 우리 신랑은 정말 하고 싶어하는 게 <한겨레> 독자 늘리기예요”라며 “한국 사회에 <한겨레> 같은 신문이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기엄마 이씨는 지난해 청주교대에 입학한 늦깎이 대학생이다. “사실 귀농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어 선생님이 되어 시골로 들어가고 싶어요”라는 게 이씨가 교직을 희망하는 이유다.


아기아빠 엄씨는 다음(http://cafe.daum.net/2000wonhope)에서 ‘2000원의희망’이란 기부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장이다. 한달에 1인당 2000원씩 모아서 소년소녀가장을 지원하는 모임인데, 현재 매달 350명이 자동이체로 70만원씩을 모아 소년소녀가장 10명을 후원하고 있다.

 “왜 2000원인가요?”

 “맥주 한 잔, 담배 한 갑 값이잖아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액수지요.”

소년소녀가장을 돕는 기부사이트 운영의 이유를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제일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서지요. 이런 기부부터 출발해서 생활 속의 문화운동이나 습관이 되어야 다른 사회적 목적의 운동에 참여 터전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이씨 부부는 자선 성격의 기부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10여곳의 시민사회단체에 다달이 회비와 후원금을 내고 있었다. 민언련,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성폭력상담소, 한청협, 귀농운동본부, 3곳의 공부방(노원·중동·청주), 환경연합, 녹색연합 등이 이씨 부부가 ‘참여’하는 곳들이다.

이씨 부부의 형편은 넉넉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수원시 권선구 탑동의 이씨 집에서 취재하는 동안 날카로운 전투기 굉음이 여러 차례 지나갔다. 이곳 연립주택에서 임대로 살고 있는 이씨 집 상공은 인근 전투비행단의 훈련기 소음으로 늘 요란한 곳이다. 때문에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곳이다.

전투비행단의 훈련기 소음이 다시 “쌔액~” 하고 지나간다. 곤히 자던 아이가 깨어나 운다.

 “이번에 보탠 돈이 상당한 액수인데, 전셋돈에 보태 다른 곳으로 옮겨 전투기 소음이 없는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요?”

 “우리는 시골에서 살 계획이라 집을 사겠다는 생각 없었어요. 주거는 임대로 살면 되지요. 아기가 전투기 소리에 가끔씩 놀라긴 하지만, 아이 귀를 막아줄 생각만 했지, 집을 옮겨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못했네요.” 깨어나 우는 아기를 안아 달래주면서 이씨가 오히려 놀란 듯 말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내 아이 최고로 키운다면서 양육비가 무서워 아이도 낳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말하는데?”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돈 많고 재산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요.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랄 뿐이지요.”

이씨는 “남편이 금연을 시도할 때 하루 담뱃값을 아껴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2000원짜리 소책자를 주변에 보냈어요”라며 “<한겨레>에 대해서도 대신 구독료를 내주는 운동을 펼치며 구독운동을 펼치고 싶어해요”라고 말했다.

두 달 된 엄준희 아기의 엄마 이씨는 “우리 아이가 컸을 때도 <한겨레>에 대한 사랑이 변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과 기대로 참여했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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