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위헌 소송
중앙,도청테이프 내용에 침묵
기자가 사주 대리인 ‘자임’
그럼에도 중앙일보 편집국은 지금까지는 ‘침묵’이다. 99년 6월 국세청이 홍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보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을 때, 중앙일보 편집국은 요동을 쳤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세무조사를 언론 탄압으로 몰고갔다. 기자들은 탈세 혐의로 검찰에 출석한 홍 사장 앞에 도열해 “홍 사장! 힘 내세요”라며 응원했다. 사장이 중앙일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보광그룹의 대주주임에도 중앙일보 편집국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언론 탄압으로 규정했다. ‘홍 사장이 곧 중앙일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면 이런 대응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 “뼈아프게” 반성한다는 사설이 실렸지만,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99년 한 번 걸러졌는데 왜 다시 문제삼느냐는 반발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불법 도청을 강조한다. 주미한국대사 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힌 뒤 홍 사장도 ‘99년 수백억원의 탈세 혐의로 구속당하는 등 인과응보를 치렀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조선일보가 신문법 위헌소송을 낸 핵심 근거는 “기자들이 주장하는 편집권은 언론기업주의 부정적 행태를 비판하는 사회·정치적 개념일 뿐 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결국 자본을 가지고 신문사를 소유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에게 주어진 언론 자유가 신문사의 자유, 발행인(사주)의 자유로 둔갑하는 것이다. 여기서 기자는 독립적인 사고를 가진 주체가 아니라 발행인(사주)의 대리인일 뿐이다. 하지만 언론 자유, 이에 따른 신문사의 논조 보장은 외적인 압력은 물론 발행인(사주)에 의해 좌우돼서도 안 돼야 이뤄진다. 조선·동아와 중앙은 불법 도청테이프 보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겉모습일 뿐이다. 언론 자유는 발행인(사주)의 자유라는 논리를 통해 충격적인 도청테이프의 내용에 대한 중앙일보의 침묵과 조선·동아의 신문법 위헌소송은 하나로 이어진다. 한겨레는 ‘불법 도청이 인권의 적’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인식 위에서 동전의 앞뒷면인 조선·중앙·동아와 도청 테이프의 전말을 보도해 가고 있다. ‘동네 사람들~’을 외치고 싶은 신문법의 억울함을 풀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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