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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29 17:45 수정 : 2005.07.29 17:55

김주언의 왜 한겨레냐면

 “언론사주가 재벌기업의 돈심부름을 한 것을 보니 신문사는 정치자금도 배달하는 택배회사인가 보다!” “언론사 간부가 특정 대선후보의 자문역할을 하다니, 언론인들은 대선후보의 정치담당 특보도 겸하는가 보다!”

최근 공개된 1997년 대선 당시의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엑스파일) 사건에 의해 정치-재벌-언론의 ‘삼각동맹’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국민의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 사회를 책임지고 있다는 소위 ‘지도층’의 추악한 유착관계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국민은 허탈해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재벌기업이야 으레 그러려니 했지만, 언론사마저 진흙탕에서 함께 뒹굴었다니 누굴 믿겠는가. 넋두리가 하늘을 찌른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에스비에스> 다 똑같아. <엠비시>는 다른가, <케이비에스>도 다 똑같지. 진짜 우리 같은 사람들 흥분시키면 언론에 재갈 다 물려 놓을 거야. 똥물이 어디로 튈지 몰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이것들이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자기들은 가장 정도를 걸어온 것처럼 하는데 나는 정말 그거 보고 역겨워 …. 언론은 다 자유로울 수 없다. 초상났다고 좋아서 그러지 마라. 언제 너희들이 발칵 뒤집어질 날이 있을지 모른다.”

신문사는 정치자금 택배사인가
언론인은 대선후보 특보 겸직?
정-재-언 삼각동맹에 허탈감

옛 안기부의 비밀조직 미림팀의 팀장이었다는 공운영씨가 7월24일 <에스비에스>와의 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중앙일보>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한 행태를 저질렀다는 고발이다.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을 바라보는 싸늘한 눈길은 특정 재벌이나 신문사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국민은 어떤 신문도 믿지 않게 됐다. 이젠 단순한 불신을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하락일로를 걷고 있던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끝간 데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이 자랑스러운 세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언론은 소금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언론다운 언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삼각동맹’의 실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공씨의 협박처럼 거의 모든 신문사가 정치권력이나 재벌기업과 추악한 밀거래를 벌여왔을지도 모른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권력에 빌붙었던 언론사들이 카멜레온처럼 변신해 이제는 또다른 정치권력이나 재벌기업과 은밀하게 동침하고 있는 것이다.

‘똥묻은 개 겨묻은 개’ 따로 없다는
안기부 직원 폭탄선언은 또 뭔가
진탕속 연꽃 한겨레만이 희망이다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 언론개혁은 ‘참언론’을 키워내는 작업이다. 필자는 엄혹한 전두환 정권 시절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전두환 정권은 1000여명에 이르는 언론인들을 쫓아내고 매일 ‘보도지침’을 시달해 언론을 정권의 홍보도구로 전락시켰다. 기자들은 정권의 홍보요원이었던 셈이다. 기자들은 분노하지도 못했다. 좌절과 침묵만이 언론사를 휘감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좌절과 침묵이 능사는 아니었다. 필자는 해직기자들의 모임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에서 발간하는 <말>을 통해 보도지침을 폭로했다. 정권은 필자를 포함한 <말>을 제작한 선배 언론인 두 분을 감옥에 가두었다. 보도지침 폭로사건은 전두환 정권을 몰아낸 87년 6·10 시민항쟁 기폭제의 하나였으며, 국민주 신문 <한겨레>를 창간하는 디딤돌 구실을 했다고 믿는다.

냉소와 넋두리만으로는 언론이 바뀌지 않는다. 언론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 이제 분노와 허탈감을 ‘올바른 언론을 키우는 힘’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국민주 신문인 한겨레가 그 대상일 수 있다. 한겨레만큼 언론개혁에 열정을 갖고 있는 신문은 없다. 한겨레는 정치권력이나 재벌기업과 끈끈한 유착관계도 없다. 그래서 참언론으로 키울 수 있는 신문이라고 본다.

한국 사회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87년 시민항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다면 이제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겨레도 이에 맞춰 제2 창간을 선언했다. 그러나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보수언론과 수구세력의 역풍이 만만치 않다. 실질적 민주주의를 완성하려면 올바른 언론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한겨레 제2 창간에 국민적 호응이 필요할 때다. 한겨레 내부 구성원들도 참언론을 위한 열정을 더욱 달궈야 할 것이다.

김주언 언론광장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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