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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4 18:12 수정 : 2005.08.04 18:13

중앙일보 주식소유

노조 “의견 수렴·논의중”…평기자·간부급 시각차
언론단체 “삼성관계 정리 편집권 독립 확보 호기”


지난 28일 노조 총회를 열었던 <중앙일보> 기자들이 엑스파일 사건을 계기로 대주주인 홍석현 전 회장과 삼성에 대한 의견을 밝힐지에 대해 언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삼성과 홍 전 회장의 강한 영향을 받았던 <중앙>이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배주주와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지 시험대 위에 오른 것이다. 언론단체와 노조는 이번 사건이 <중앙>으로서는 편집권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기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4일 <중앙> 노동조합(위원장 이영종)과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중앙>은 지난 28일 노조 총회에서 홍 전 회장의 경영 복귀 문제와 삼성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으며, 노조 총회에서는 삼성과 홍 전 회장으로부터의 편집권의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기자들의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조합원들과의 면담, 조합원이 아닌 간부급 기자들의 기수별 모임에서도 이 문제는 가장 비중있게 논의됐다고 <중앙> 기자들은 밝혔다. <중앙> 기자들의 의견 표명이 늦어지는 이유는 참가자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테면 가장 숫자가 적은 ‘노조원 일동’(180명 가량)으로 하는 것보다는 ‘기자 일동’(300명 이상)이나 ‘평기자 일동’ 등 범위를 넓혀서 발표하는 것이 더 상징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중앙> 노조는 애초 3일 밤까지 전체 기자들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었으나, 아직 의견을 모으지 못했거나 의견이 갈린 일부 기수나 구성원들을 감안해 며칠 논의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정완 노조 사무장은 “현재 계속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발표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중앙> 기자도 “지난번 사과 사설이 서둘러 나갔다가 오히려 역풍(비판)을 맞았으므로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해서 제대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중앙> 내부에는 이 성명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앙> 기자는 “이번이 <중앙>으로서는 큰 위기지만, 홍 전 회장·삼성 관계를 정리할 좋은 기회라고 본다”며 “이번 어려움만 잘 넘어설 수 있다면 <중앙>이 더 좋은 매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기자는 “이번 사건은 지난 99년에 이미 그 내용이 대충 알려졌고 당시 홍 전 회장이 보광 탈세건으로 처벌까지 받지 않았냐”며 “<중앙>이 그 뒤로 편집권 독립을 위한 여러 보완 장치를 만들었고 홍 전 회장도 편집국에 간섭을 하지 않으려 스스로 노력해왔는데 억울한 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다른 기자는 “대체로 노조원인 평기자들 사이에서는 홍 전 회장·삼성 문제에 대해 이번에 짚고 가자는 의견이 많지만 부·차장급에서는 의견이 좀 갈리고, 그 이상은 아무래도 회사쪽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대주주인 삼성과 홍 전 회장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 외부에서는 이번에 홍 전 회장·삼성 관계를 정리해야 <중앙>이 진정한 언론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한국 언론은 전통적으로 자기 반성과 성찰의 전통이 없었고, 지난 30년의 언론운동 역사에서 <중앙>은 아무 구실도 못했다”면서 “홍석현·삼성 족벌 체제에서 편집권의 독립은 불가능하므로 이번에는 반드시 기자들이 나서 사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희 언론노조 신문개혁특별위원장은 “이번에 기자들이 나서서 홍석현·삼성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앞으로도 <중앙>은 언론으로서의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중앙> 기자들이 그런 노력을 벌인다면 언론노조도 적극적으로 연대와 협력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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