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1 17:52
수정 : 2005.08.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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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경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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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전망대
“당신네 딸들이 임신이라도 했느냐!” 육영재단에서 주관하는 국토순례단원이 당한 성추행을 항의하던 학부모들이 육영재단 이사장인 박근영씨에게서 들은 폭언이다. ‘임신만 안 되면 성폭력도 괜찮은 거냐’는 식의 허접한 논란거리를 제공한 박근영씨의 폭언 속엔 그들이 지닌 가치와 사회와 시민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너희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독재자의 가치관이 바로 그것이다. 그 가치관 속에는 오만함과 우월의식과 같은 허위의식으로 채워지게 된다.
하여 그런 시민들의 항의는 무지의 소산이고 기득권에 대한 콤플렉스쯤으로 치부된다. 따라서 그런 허위의식에 사로잡힌 자들에게 있어 대중은 늘 계도의 대상이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충족시켜 주는 아랫것들이다. 그러니 대중의 항거와 조직화는 그들에게 있어서 참을 수 없는 도전이 되는 셈이다.
‘조직화된 대중’은 족벌언론들이 가장 경멸하는 세력이다. 따라서 그들이 중심이 되어 뽑아준 대통령은 이미 그들에게 있어 대통령이 아니다. 칼럼의 소재거리나 제공하는 조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 경멸하는 세력이 세운 정권이기에 그 어떤 정책이나 법안이든 타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개혁은 ‘어려운 경제’로 발목잡고 과거사 규명은 사회 분열과 갈등으로, 경제정책은 분배에 치우친 좌파나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고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친노세력 분류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패한 정권으로 남겨야 할 역사적 책무가 지면에 무겁게 흐른다.
이른바 ‘엑스파일’로 불리는 도청파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거 아닌가. 대통령을 대중들의 판단에 맡겨 뽑을 수 없다는 그들만의 세상과 가치가 빚어낸 일이기에 그들의 용서를 구하는 태도는 도저히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 단지 운이 없어 들킨 일이기에 수치스럽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치고 싶진 않은 것이다.
처음 보도될 때와는 달리 사뭇 다른 양상으로 도배되는 족벌언론을 보시라. 재벌과 족벌언론이 저지른 파렴치한 일이 이제는 노무현 정부와 디제이(DJ)의 갈등이 주요 의제로 설정, 개혁세력의 분열과 갈등으로 판을 짜는 모양새가 바로 그 증거다. 그들만의 세상에 도전한 꼴이 된 엑스파일 파문은 결국 <조선일보> 류근일씨의 해석대로 “군중권력을 불러들여 정계의 빅뱅 휘몰이”를 꾀하려는 일환이 되는 셈이요 “아스팔트 군중권력의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
광복 60주년을 기해 열리는 8·15 민족대축전에 대한 비난은 사실 왜곡까지 동원하며 수위를 높이는 모양도 그런 맥락이다. 남북대표팀 축구경기는 사실, 8.15 민족대축전 개막행사의 일환인 ‘통일축구’ 경기이다. 이에 대한 운영이 8·15 민족대축전 준비위원회에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족벌언론들은 ‘시민단체들만의 잔치’(조선일보, 8월11일)로 묘사하고 있다. 시민단체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과 시민단체와 시민을 분리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세력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판을 벌이는 모양이 꼴사나운 거다. 그들만의 세상에 도전하는 시민세력에 대한 극단적인 반발심으로 사시가 된 족벌언론은 이제, 시민단체와 시민도 분간 못하는 그들만의 언론 아닌가.
이주현/경기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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