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있는 사회 만들자” 주주된 송강호씨
얼마 전 배우 송강호(38)씨가 <한겨레> 발전기금 500만원을 냈다는 사실을 제2창간본부를 통해 들었다. 돈을 냈다는 사실보다 안면있는 담당기자도 모르게 ‘일처리’를 했다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몹시 쑥스러워하면서 한참을 망설였다. “<한겨레> 잘되라고 발전기금도 낸 건데 지원해주시려면 확실히 해주시죠” 슬쩍 을러대자(?) 그제서야 그는 “아 그런 걸 뭐, 그렇다면야, 이거 원 쑥스러워서” 특유의 웃음과 가벼운 버벅거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본질에 가장 가까운 신문섹시함보다 진중함 좋아
그래서 한겨레 영화기사
더 꼼꼼히 보게 된다니까 “제가 특별한 감식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사안을 대하는 태도에서 ‘옳다, 그르다’를 떠나 문제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신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이런 시각이 당장 주목받는 ‘섹시한’ 기사를 쓰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도 그 진중함이 좋아요. 다른 신문처럼 특정인이나 단체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주라는 태생의 차이에서 그런 보도태도가 나오는 거 아닐까요?” 자신을 “대단한 신념의 소유자가 아니라 생각할 수 있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수준의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한겨레>가 주요 일간지로 자리잡았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발전됐다는 징표가 아니겠는가”라면서 “17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당연히 아쉬운 점, 부족한 점도 쌓였겠지만 태생의 기본정신이 있다면 재정비하기에 좋은 시기가 온 것 같아서 발전기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송강호씨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리뷰기사를 꼼꼼히 챙겨본다. 그 중에서도 <한겨레> 기사는 좀 더 신경쓰인다고 한다. “나뿐만 아니라 얘기를 해보면 다른 배우나 감독들도 그런 것같아요. 글쎄, 왜 그런지 딱히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데 하여튼, 아 물론 기사 잘 써달라고 돈 낸 건 아닙니다. 하하” 그는 최근 <살인의 추억>을 함께 찍었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을 한창 촬영중이다. 한강에 난데없이 나타난 괴물에게 딸을 빼앗긴 뒤 경찰 등 주변의 외면 속에서 식구들과 힘을 함쳐 괴물과 싸우는 남자로 출연한다. 끝만 꾀죄죄하게 염색된 그의 머리에서 멋진 액션영웅이 아니라 후줄근하고 대책없는 서민 냄새가 폴폴 난다. “제가 연기하는 강두는 좀 단순하고 어눌하고 그래서 또 무모하게 싸움도 할 수 있는 사람이죠. 어떻게 보면 이 사회의 치열한 경쟁시스템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죠. <한겨레>도 괴물이 아니라 강두편에 서 있는 신문이 됐으면 합니다.” 글 김은형 dmsgud@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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