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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2 17:02 수정 : 2005.08.12 17:05

안성 진촌교회 유진상 목사

“나이 들면 농촌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많은 사람이 귀거래사를 읊는데, 풀이 무서워져야 비로소 농촌을 아는 겁니다.”

경기 안성 미양면 진촌리 진촌교회 유진상(44) 목사가 이곳에서 농촌 목회를 한 지 15년째다. 전형적인 농촌마을 진촌리 주민 150여명 대부분은 노인들이다. 떠날 사람 다 떠나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만 남아서 ‘버티는’ 곳이다.

애초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목회를 하던 유 목사가 15년 전 처음 농촌 목회를 시작했을 때 솔깃하게 들린 말은 “농사 지으려면 물꼬를 잘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꼬’란 요령을 일컫는 말이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가름할 농사에서도 ‘물꼬를 잘 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간단치 않은 결심으로 농촌목회를 선택했지만 유 목사도 초기에는 목회도 농사처럼 ‘물꼬’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농촌 목회 10년이 지난 뒤 유 목사가 든 생각은 ‘물꼬’가 아니라 ‘풀이 무섭다’는 것이었다.

“풀 뽑기는 힘들지만 표가 안나는 작업입니다. 뽑자마자 비 오고 며칠 지나면 다시 무성해집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면서 제초제를 쓸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하나하나 뽑아야지요.”

“학교에서, 노동자교회에서 부닥치고 배워온 것과 달리, 실제의 ‘민중’은 상식 가지고 잘 대화가 안되는 사람입니다. 논리, 말 가지고 설득이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서 몸으로 부딪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신뢰가 만들어지고 소통이 되는 사람이 민중입니다.”

굳은 결심과 의지를 갖고 농촌 교회에 부임하지만, 힘든 현실에 한해 두해를 못 버티고 떠나간 목회자를 여럿 경험한 마을 주민이 유 목사에게 마음을 열기까지는 풀이 무서워지는 기간 만큼 걸렸다. 이제는 할머니들이 “목사님,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꼭 내 장례는 목사님이 치러주고 가야 해”라며, 이후를 맡길 정도다.

유 목사는 한겨레 창간 당시 대학생으로 주주로 참여한 데 이어 이번에도 한겨레 발전기금을 50만원 냈다. “아이들이 자라면 ‘아빠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지요”라는 게 이번 참여의 동기다. 유 목사는 한겨레신문사가 발전기금 모금과 같은 주주 배가운동을 해마다, 적어도 5년마다 한번씩은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으로써 한겨레 내부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캠페인을 위해서라도 아이디어를 짜낼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한겨레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는 줄곧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첫사랑을 준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지켜보아온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한한 사랑만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제2창간은 어려움을 피해나가려는 게 아니라, 새로 거듭남을 찾아나서야 하는 길이어야 합니다.”

안성/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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