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가 시험 서비스하는 케이티캐스트 초기화면. 16개 채널을 초고속 인터넷 망을 통해 피시 모니터로 받아볼 수 있다. 피시만 티브이로 바꾸면 아이피티브이가 돼, 아이피티브이의 전단계 모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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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지도 바꾸는 뉴미디어 물결 - ② 교두보 노리는 IPTV
“에스비에스, 얼마면 됩니까?” 지난달 최상재 에스비에스 노조위원장은 케이티의 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통신사가 방송에 진출해 에스비에스 정도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를 만들거나 인수하는데 얼마나 드느냐”는 물음이었다. 에스비에스 주가는 현재 3만원을 오르내리는 수준이라, 전체 시장가치는 1조원 남짓하다. 물론 현재 방송법상 통신사의 지상파 방송 소유는 불가능하다. 에스비에스 대주주가 회사를 넘길 리도 없다. 김상훈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그렇다고 해도 거대 통신사에게 방송사 인수 비용은 푼돈”이라고 평했다. 케이티의 지난해 매출만 17조원이다. 최상재 위원장은 “통신사들이 방송사 인수비용을 논한다는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통신의 방송 진출이 방송·통신계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거대통신사 자본 밑천 방송 진출
KT 초고속망 실시간방송 나서
“통신의 방송장악 현실화될 것”
지상파 방송·케이블TV 위기감
정통부·방송위 IPTV 관할 다툼 통신의 방송 진출은 지상파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보다 케이블 티브이 쪽에 더 화급한 과제다. 발등의 불은 아이피티브이(IPTV)이다. 방송통신 융합의 대표적인 사례로 부각되는 뉴미디어다. 인터넷 프로토콜 티브이의 약자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티브이에 바로 연결해 영화·드라마·스포츠 등 다채널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케이티 등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로선 이미 확보한 망을 이용해 부가적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막힌 무대다. 케이티는 이미 피시 기반에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중심의 아이피티브이 전단계 모델인 ‘케이티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와이티엔>과 <시엔엔> 등 16개 채널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앞으로 전용 셋톱박스를 설치해 피시 모니터를 티브이로 바꾸기만 하면 바로 아이피티브이로 넘어갈 수 있다. 그 자신 10년 전 뉴미디어로 출범했던 케이블 티브이로선 막강한 경쟁자가 도래하는 셈이 된다. 더구나 케이블 티브이가 100여개 남짓한 채널을 내보내는 반면, 아이피티브이는 기술적으로 999개까지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오용수 방송위원회 방송통신구조개편기획단 팀장은 “개인별로 선호 채널들을 묶어 패키지로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 케이블 티브이 쪽의 위기감은 심각하다. 케이블티브이방송협회 관계자는 “아이피티브이가 상용화할 경우, 케이블 방송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이블 티브이는 방송법 규제를 받는다. 복수종합유선방송국(엠에스오)도 전국 77개 구역의 20%를 넘게 겸영할 수 없다. 외자 투자도 49%를 넘겨선 안 된다. 채널 운용과 내용도 방송위 심의를 받는다. 반면 통신사는 전국을 대상으로 단일 방송망을 꾸릴 수 있다. 1200만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의 정보를 갖고 있어 마케팅도 간편하다. 유재홍 케이블에스오협의회장은 “케이블 티브이 소유 규제의 틀을 일거에 흔들어 전국 사업자가 등장하는 특혜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지상파 쪽도 이 점에선 케이블과 이해가 맞는다. 문화방송 한 피디는 “지상파 방송사는 이미 케이블 티브이에 네트워크의 우위를 빼앗겼는데, 아이피티브이까지 등장하면 그야말로 일개 채널사업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요 한국방송 기획팀장은 “휴대통신사업자는 이미 위성디엠비를 통해 방송에 진출했고,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해 콘텐츠 제작 쪽에 진출하고 있다”며 “초고속 인터넷 통신 사업자들의 아이피티브이까지 허용하면 통신의 방송 장악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봤다.
방송 쪽 우려에 더해 규제기관 사이 관할 다툼까지 겹쳐 아이피티브이의 상용화는 미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일단 통신사의 아이피티브이 시범방송을 통해 기술적 검증을 거쳐 상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피티브이는 통신망을 통해 전송되는 만큼 부가통신서비스로 봐야하고, 따라서 방송법의 촘촘한 규제는 피해야 한다는 견해다. 법적 규제는 융합서비스사업법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정보통신부가 주관해야 한다고 본다. 반면 방송위원회는 시청자에겐 아이피티브이도 케이블 티브이와 다를 바 없는 유료 방송일 뿐이며, 따라서 방송에 합당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쪽이다. 다만 방통융합의 전형적 사례인 만큼, 이후 방송통신구조개편위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신태섭 민언련 정책위원장은 “채널이 아무리 늘어도 시청자가 볼 수 있는 채널은 한정돼 있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무료로 또는 값싸게 볼 수 있도록 원칙과 규제 틀을 정한 뒤 서비스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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