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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5 18:19 수정 : 2005.08.25 18:22

방송통신 융합 규제기구 설립은 방통융합의 파고를 넘기 위한 첫단계 제도정비로 꼽힌다. 시민단체들은 이 규제기구 설립을 논의하는 방통구조개편위가 수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선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미디어주권수용자연대 등 7개 단체가 연 ‘방통구조개편위의 대통령 직속 설치 촉구 기자회견’ 모습. 전국언론노조 제공

방송계 지도 바꾸는 뉴미디어 물결 - ③ 방통융합 제도적 뒷받침은


 “오늘은 얼마 버셨어요?”

오용수 방송위원회 방송통신구조개편기획단 팀장은 지난 연말 이래 최근까지 이런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약간의 질투가 서린 물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간 그는 방송위를 통틀어 최다 토론회 참가자로 꼽힌다. 20번은 거뜬히 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만큼 토론비 가외 수입이 쏠쏠하리라는 게 질투의 근거다. 조현래 문화관광부 방송통신융합준비단 팀장과 유대선·엄찬왕 정보통신부 통방융합전략기획단 팀장 등도 처지가 비슷하다. 다들 방송통신 융합시대 선결적 정책과제로 떠오른 이른바 ‘방송통신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토론회의 단골 출연진들이다.

관련기관들 설립방안 두고 이견
방송에는 ‘엄격’ 통신에는 ‘헐렁’
규제 비대칭성 조율하는게 문제
“소비자 복지가 궁극적 목적 돼야”

비슷비슷한 제목으로 때로 1주일에 두세번씩 토론회가 열리기도 할 정도로, 방송통신위 구성 문제는 당면 현안이다. 그 자체가 방송통신 융합시대 정책적 고민을 압축한 주제다. 방송은 방송위원회가, 통신은 정보통신부가, 영상콘텐츠 진흥은 문화관광부가 나눠 맡는 할거체제로는 방송통신 융합의 도도한 흐름이 빚어내는 문화적·산업적 과제를 풀어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의 반영이다.

디지털 융합 기술 발전으로 방송과 통신 서비스의 경계는 날로 허물어진다. 통신 쪽이 주도한다. 휴대폰으로 방송을 받아보는 위성디엠비는 이미 가입자가 10만을 넘었다. 인터넷망으로 다채널 티브이 방송을 볼 수 있는 아이피티브이,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고화질 이동 수신이 가능한 와이브로 등도 실용화 단계다. 방송 쪽도 케이블티브이가 방송용 선로를 통해 전화와 인터넷 같은 통신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를 내년초까진 상용화할 예정이다. 지상파디엠비도 휴대전화 중심의 서비스에 나선다.

문제는 규제의 비대칭성이다. 통신서비스일 경우 산업진흥 논리에 따라 설립과 내용에 대한 규제가 한결 덜해진다. 반면 방송서비스가 되면 프로그램 내용을 중심으로 한층 촘촘한 문화적 규제가 따른다. 아이피티브이를 통신으로 규정할 경우, 방송으로 규정된 케이블티브이와의 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그렇다고 방송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자니, “신규 서비스의 육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이 거세다.

이런 혼란을 풀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방송통신위’ 같은 융합 규제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이론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설립 방안을 두곤 관련 기관 사이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정인숙 경원대 교수는 “융합서비스의 성격에 대한 견해 차이에 따라 기구통합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송위는 방송위와 정통부를 완전통합해 정책·규제 총괄기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쪽이라면, 정통부는 기존 방송위와 정통부를 그대로 두고, 아이피티브이 같은 융합서비스의 규제를 전담할 제3의 기구만 만들면 된다는 쪽이다. 문화부는 규제정책은 통합 방송통신위원회가 맡되, 방송산업진흥정책은 문화부가, 통신산업진흥정책은 정통부가, 내용 심의는 민간기구가 각각 맡는다는 꽤 복잡한 그림을 그려보이고 있다. 숱한 토론회가 열렸음에도, 방통융합 관련 쟁점을 논의하고 융합 규제기구 설립 방안을 내놓게 될 방통구조개편위원회 출범조차 계속 미뤄지는 이유다.

이런 차이를 넘어 융합 규제기구가 만들어진다고 문제가 다 풀리진 않는다. “더 중요한 건 기구의 통합 자체가 아니라 통합기구가 마련해야 할 정책 목표와 방향”(이남표 민언련 정책위원)이기 때문이다. 산업논리를 앞세우는 쪽에선 규제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융합 규제기구가 중심이 돼 방통융합 서비스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피티브이에 맞춰 케이블티브이의 규제 또한 확 풀어 공정경쟁의 틀을 마련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신문과 방송 겸영 금지 조항까지 모두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엔 중대한 우려가 따른다. 산업논리에 따른 규제 완화로만 치달을 때 방송의 공익성과 수용자 복지를 지켜낼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이런 쪽에선 융합 규제기구 설립이 관련 사업자 및 기관 사이 밥그릇 다툼에 좌우되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본다. 김영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시장 내 이해당사자들의 정치력에 의해 규제 목적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되고, 규제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 복지에 두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점은 당장 방통구조개편위를 총리 아닌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해야 하는 주요 근거의 하나로도 꼽힌다. 민언련과 언개련 등 시민단체들은 “총리실 산하로 가면 관료와 사업자 이해 중심의 닫힌 논의구조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김영호 언개련 대표는 “방통융합 서비스에 대해 시민사회와 수용자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도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하루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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