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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08 18:52 수정 : 2005.09.08 18:52

성한표 언론인

미디어전망대

한국에서 이제 언론자유는 더 이상 주요 이슈가 아니다. 언론이 자유로운지 아닌지보다 얼마나 공정한 보도와 논평을 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언론이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언론사와 기자의 용기가 여전히 결정적인 몫을 한다. 언론에 자유를 가져다 준 민주화가 거꾸로 온갖 이해집단의 언론에 대한 압력행사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종교기관이다.

언론보도를 힘으로 저지하기 위한 종교기관의 집단행동은 우리 사회에서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지난 달 27일 일본에 뿌리를 둔 한국 국제창가학회(SGI), 이른바 남묘호렌게쿄 관련 보도를 둘러싼 에스비에스와 이 종교기관과의 갈등, 2002년 11월 기독교복음선교회(JMS)측의 에스비에스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과 6천여 명을 동원한 사옥 앞 시위, 만민중앙성결교회 신도 300여명이 1999년 4월 문화방송 ‘피디 수첩’ 방영을 저지하기 위해 방송국에 난입한 사건 등은 그 사례의 일부분이다.

불교 조계종이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같은 한국의 종교기관을 대표할만한 큰 단체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에는 월간중앙 기사를 문제삼은 불교 조계종 승려와 신도 등 2백여 명이 중앙일보와 계열사인 중앙 엠앤비 사옥 앞에서 규탄집회, 사옥 진입 시도, 사옥 앞 천막농성을 벌였다. 2004년 10월에는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다룬 한국방송 심층 기획 프로그램 방영 중단을 요구하는 한기총 소속 대형 교회 교인 등 1천여 명이 한국방송 앞에서 시위했다.

언론의 자유에 못지않게 종교의 자유도 중요하다. 따라서 반사회적이거나 반인륜적인 것이 아닌 한 종교 고유의 교리나 신앙 양식은 존중되어야 하고, 이 문제는 종교 밖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종교와 종교기관은 구별되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곧 종교기관의 자유까지 보장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말은 언론의 자유가 곧 언론사의 자유는 아니라는 말과 같다. 종교기관의 운영이나 활동, 교직자들의 처신, 신자들의 생활이 종교의 가르침을 이탈함으로써 종교가 더 이상 신자들에게 구원의 통로가 되지 않는 경우를 종교의 역사는 숱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럴 때 전통적인, 생명력이 있는 종교라면 내부로부터 개혁의 소리가 일어난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선지자들의 구실이 전형적인 사례다. 선지자들은 당시 기득권을 누리던 교회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함으로써 이들의 탄압을 받기가 일쑤였지만, 결국 이들의 예언이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게 이루어지곤 했다. 이런 선지자의 몫은 바로 종교집단을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의 기득권 집단에 대해 오늘 언론이 맡아야 할 구실이다.

그런데 종교기관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대체로 놀라울 정도로 공손하다. 종교기관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이나 주류 종교의 주류 집단보다는 주류에 끼어들지 못한 변두리 종교기관이 주로 언론의 감시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런 사정을 말해준다. 그러나 언론이 종교집단을 감시한다고 할 경우, 변두리가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주류 종교집단을 대상으로 삼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성한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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