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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5 17:21 수정 : 2005.09.15 17:41

‘들고 다니며 읽기 편하게’ 판형 변신 한국은 가정배달 중심탓 영향 더뎌


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진보적 고급지인 <가디언>이 12일치부터 기존의 대판(375×595㎜)을 중간 크기의 ‘베를리너 판’(315×470㎜)으로 바꾸는 등 판형과 디자인에 큰 변화를 시도했다.

이는 들고 보기에 좀더 편한 신문을 원하는 독자들의 기호 변화와 경쟁지인 <인디펜던트>와 <타임스>가 2003~2004년 대판에서 절반 크기인 ‘콤팩트 판’(타블로이드형)으로 바꾼 뒤 10% 내외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앨런 러스브리저 <가디언> 편집국장은 판형을 바꾼 첫날인 12일 ‘칼럼 파이브’에서 이번 변화가 “독자들이 출근길을 포함해 많은 상황에서 대판을 부담스러워한다는 분명한 연구 결과에 대한 응답”이라며 “베를리너 판이 타블로이드의 편리와 대판의 감각을 결합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또 80년대 데이비드 힐먼이 디자인한 신문 제호와 제목 글씨체도 새로운 글씨체인 ‘가디언 이집션’으로 바꿨으며, 새로운 윤전기를 도입해 모든 면을 컬러로 인쇄할 수 있게 됐다. 러스브리저 국장은 “과거의 윤전기에서 때때로 보이던 거친 인쇄의 지면이 앞으로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또 기존의 타블로이드 섹션인 지2(가디언2)도 ‘베를리너 판’의 절반 크기로 줄이고 못으로 묶어 일종의 뉴스 잡지로 만들었으며, 본 섹션에 포함됐던 스포츠 섹션도 분리해 새로 만들었다. 또 주중에 새로운 섹션을 1~2개 추가하고 주말에는 새로운 ‘위켄드 매거진’을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가디언>은 외형적인 변화를 추구하되 내용은 바뀌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러스브리저 국장은 “우리의 뉴스에 대한 깊이 있는 집중과 우리 기사·논평의 지성·진지함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며 “독자들은 넓고 다양한 견해도 환영하지만 뉴스를 먼저 원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의 변신 등 영국 신문들의 판형 변화가 한국 신문에 바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윤영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판 중심의 신문 시장인 영국에서는 통근자들의 편의성이 중요한 데다 콤팩트 판인 <메트로> 등 무가지, <타임스> <인디펜던트>와 경쟁하기 위해 변화가 불가피했다”며 “가정 배달 중심인 한국 신문시장은 여전히 대판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또 광고 문제도 한국 신문들이 판형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요인 중에 하나로 예상됐다. 김경래 <중앙일보> 신문디자인연구소장은 “한국에서도 북 섹션은 콤팩트 판으로 만들기도 하나, 광고 가격이 면적으로 결정되는 신문시장의 특성 때문에 쉽게 작은 판형들로 옮겨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 신문시장에서도 쇠퇴 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판형의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영욱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모든 것이 콤팩트해지는 디지털 시대인 데다, 젊은 층들이 대판을 부담스러워 해 신문 판형의 축소는 필요하다”며 “판형을 바꾸면 크기뿐 아니라, 기사쓰기, 편집, 시각물 처리 등 기존 신문의 개념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콤팩트판’ 세계적 추세…젊은층 흡수 부수 늘어

영국에서 불붙은 신문의 판형 축소 열기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될까? 현재까지는 진행형이다. 콤팩트 판과 베를리너판 열풍은 아일랜드 스코틀랜드를 거쳐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대륙을 지나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까지 휩쓸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전국지인 <벨트>는 계속되는 광고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콤팩트 판인 <벨트 콤팍트>를 시장에 내놨다. 이 신문은 발행 부수 10% 이상 증가라는 기대보다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신문의 성공은 △작아서 들고 보기가 편하고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많이 다루며 △사실만 간략히 요약해 게재하고 △마감시간을 밤 12시로 늦춰 중요 스포츠 경기 결과와 외신 뉴스를 실시간에 가깝게 내보내는 등 다른 신문과 차별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수 증가보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콤팩트 판이 새로운 신문독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얀-에릭 페터스 <디벨트> 편집장은 “<벨트 콤팍트> 독자의 50% 이상은 18~35살의 젊은층으로 이 중 절반 가량은 이전에 신문을 보지 않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프랑스 <리베라시옹>, 미국 <시카고 선 타임스> 아일랜드 <아이리쉬 인디펜던트>, 스웨덴 <괴테스 보르크 포스텐> 등이 대표적인 콤팩트 신문으로 손꼽히고 있다.

미국 가르시아 미디어의 대표 마리오 가르시아는 지난 5월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신문 크기는 갈수록 작아져 2020년께는 에이포 용지 크기 신문이 확산될 것”이라며 “신문 외형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제2의 도약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쪽에선 신문의 판형 축소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고급지들의 주 독자층이 40대인 데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체로 신문을 읽지 않기 때문에 판형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신문들은 무가지를 빼면 기존 신문 판형을 유지하고 있다. <한겨레>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몇 신문들이 북 섹션에서 타블로이드를 실험했거나 실험 중이며, <국민일보>가 길고 너비가 좁은 서구형 대판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본 섹션의 판형을 축소한 전국 일간지는 아직 없다. <중앙> <한국> 등 일부 신문사들이 판형 축소를 검토했으나, 부수와 광고수익의 증가를 자신하지 못해 진전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베를리너 판’이란 1930년대 창간한 독일의 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이 처음 사용한, 기존 대판과 콤팩트판(타블로이드)의 중간 크기 판형으로, 콤팩트판처럼 작으면서도 대판처럼 가운데를 접도록 돼 있다. 이 크기의 대표적 신문으로는 프랑스의 <르 몽드>, 스위스의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이 있다. ‘대판’은 한국의 일간지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판형으로 한 눈에 많은 기사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고급지들이 주로 사용해왔다. ‘타블로이드’는 유럽의 대중지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기존 대판 절반 크기의 판형이며, 같은 뜻인 ‘콤팩트판’은 타블로이드가 가진 ‘황색지’라는 부정적 의미를 피하기 위해 고급지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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